그 해 내가 사랑했던 보들리안 도서관
2018년 봄, 나는 석사 논문으로 바쁘게 보내고 있었다. 원래 사람이 바쁠 때 딴 짓을 잘하는 것처럼 구인구직사이트 Indeed에서 Korean 및 Museum을 키워드로 등록해놓고 이메일을 받아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옥스퍼드대학교에서 한국학 자료를 관리할 사서를 모집한다는 이메일을 받게 되었다.
그 당시 석사 후에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서 매우 고민을 많이 했다. 마음 같아서는 석사에 이어 박사공부도 하고 싶고, 또 영국에서도 취업을 해보고 싶기도 했다. 해외취업을 한다면 나의 견문을 더욱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고, 채용 공고 또한 내가 이때까지 쌓아온 경력과 잘 부합한다고 판단해서 매우 설레는 마음을 안고 지원하게 되었다.
옥스퍼드라니! 내가 영국에서 런던 만큼이나 좋아했던 도시였다. 옥스퍼드를 처음 방문했을 때 도시 전체가 귀엽고 아기자기할 뿐만 아니라 유서깊은 대학도시인 만큼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학생들과 전 세계에서 모여든 수재들이 모여있는 마을이라는 점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교육적으로 역사적인 곳에 채용원서를 넣어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영광스럽게 느껴졌다.
설레는 마음을 다잡고 그렇게 옥스퍼드대학교 보들레언 도서관에 지원하게 되었다.
보들리안 도서관은 옥스퍼드대학교의 중앙도서관이다.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학교 옥스퍼드 대학교는 약 39개의 컬리지(constituent college)와 6개의 PPH (Private Permanent Hall)로 이루어져 있다. 유서가 깊은 만큼 각 칼리지마다 기숙사도 있고 부속 도서관이 따로 있다. (이에 대한 가장 쉬운 설명은 해리포터의 그리핀도르, 슬리데린, 후플푸프, 래번클로 등 기숙사의 이미지들을 대입해보면 된다.) 보들리안 도서관은 대영도서관(The British Library)에 이어서 영국에서 두번째로 큰 도서관으로 도서관 안에 관람객들 위한 전시실(Exhibition Gallery)이 따로 있을 만큼 넓은 크기를 자랑하고 있다.
특히 여름이 되면 해외 탐방을 하려는 한국의 청소년 단체와 가족여행으로 한국인 관광객이 참 많았다. 간간히 들리는 한국어 아래 내가 이 대학에 속한 사람이라는 소소감이 들자 괜히 뿌듯해지기도 했다. 또 옥스퍼드에 재학하는 학생이나 교직원이 되면 학교의 대부분의 학교 시설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가는 래드클리프 카메라 도서관, 해리포터 촬영지로 유명한 Christ Church College의 Hall 등을 무료로 갈 수 있었다. 관광객들은 입장 못하지만 나는 들어가 볼 수 있다는 특권!!도 정말 나를 기분좋게 하였다.
그 중 나는 옥스퍼드역의 시티 센터의 반대편으로 향하면 보틀리 로드를 지나 Osney One 빌딩이 있었는데 그곳으로 주로 출근하였다. 이곳은 주로 학생들이 주문한 책이 도착하면 도서관으로 들어가기 앞서 카탈로깅만 주로 하는 건물이다.
영국에는 런던 SOAS 대학, 옥스퍼드 대학, 캠브리지 대학, 쉐필드 대학, 센트러 랑카스터(Uclan)에는 한국학 (Korean Studies) 학사 혹은 석사과정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는 학생 및 연구자들을 위한 책과 자료들이 있고 이것들을 관리하게 된 것이다. 또한, 영국 옥스퍼드대학과 국립중앙도서관 사이의 '해외 한국자료실 설치지원 사업 Window on Korea(WOK)'을 체결하였기 때문에 더욱 이 사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 사람을 뽑게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운명이 아니였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