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es 2. 영국 최초의 한국 컬렉션
한국에 경복궁과 국립고궁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이 몰려 있다면, 런던 남쪽 South Kensington에는 박물관이 무려 3개나 몰려 있다. 바로, Natural History Museum, Science Museum, 그리고 Victoria and Albert Museum이 그 주인공이다.
Victoria and Albert Museum 은 화려한 응용 및 장식예술 박물관으로 유명하다. 영국이 제일 잘나가던 때인 18-19세기, 이른 바 '대영 제국'으로 불리던 가장 전성기의 시기에 영국에는 빅토리아 여왕이 있었고, 그녀의 남편 알버트공이 함께 영국을 다스리고 있었다. (마치 우리나라가 조선시대 세종대왕이 전성기라 불리던 그 시기와 비슷하다. 여러가지 과학, 예술분야에서 매우매우 두각을 나타내던 시기 말이다.)
빅토리아 여왕의 남편인 알버트 공, 이 둘의 이름을 따서 '빅토리아 앤 알버트 박물관 (V&A)'이 유래가 되었다. V&A 박물관은 세계에서 가장 큰 후기 고전주의 (post-classical) 조각 컬렉션을 가지고 있고, 아시아 컬렉션 (특히, 중국, 일본 한국 그리고 동남아와 이슬람 컬렉션)을 가지고 있는 점이 매우 특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거대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다.
빅토리아 앤 알버트 박물관 (V&A)은 원래, 1851년 수정궁 대박람회 (The Great Exhibition)에서 유래가 되었고 V&A의 최초의 관장은 Sir Henry Cole이 역임하였다. 그는 처음에는 V&A박물관이 모두를 위한 디자인 교육을 위한 기관으로 사용되어지길 희망했다.
원래 V&A 박물관은 수정궁 대박람회 이후 1852 Musuem of Manufacture (수공예 박물관)으로 런던 중심가 가운데 Malborough House에서 설립을 시작하였다. 이후 여러가지 논의 끝에 1854년에 현재의 위치인 South Kensington으로 이동하였고, 박물관의 이름 또한 South Kensington Museum (사우스 켄싱턴 박물관)으로 정정되었고, 이는 이후 최종적으로 Victoria and Albert Museum (V&A) 박물관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1851년 세계 박람회 (공식명칭은 Great Exhibition of the Works of Industry of All Nations; 만국 산업 제품 대박람회 혹은 대박람회)라고 불리기도 한다. 2012년에 한국 여수에서 개최된 여수 세계박람회를 기억하시나요? 이런 엑스포의 시작이 되는 것이 바로 영국 런던 남부에 위치한 수정궁 (Crystal Palace) 대박람회 (The Great Exhibition)이다.
영국은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방적기, 증기기관, 철도, 철강산업 등에서 뛰어난 기술과 새로운 혁신을 시도하여 성공하였고, 이를 통해 자국의 힘과 역량을 세계에 과시할 수 있는 현재의 산업 박람회 (fair)를 개최하였다. 사람들을 모아서, 최신 기술과 최신 기술로 만든 물건들을 보여주며, 국력을 과시하는 것이다.
1849년 왕립예술협회에 가입해 있던 헨리 콜 (V&A박물관 최초의 관장)은 파리 박람회를 다녀와서 '프랑스만 박람회 여는 줄 알아? 우리도 할 수 있어!'라고 자극을 받고 지은 게 바로 수정궁 박람회이고, 수정궁 (Crystal Palace)은 애초에 박람회를 열기 위한 장소로 기획되었다. 1851년에 지어진 수정궁은 규격화된 주철 구조물과 유리만으로 만들어졌고, 당신 최신 건축 기술의 표본과도 같은 건물이었다.
안타깝게도 1936년 화재로 건물 자체가 전소하였고, 더 이상 런던 산업 박람회의 랜드마크를 볼 수 없다는 점이 무척이나 아쉽다. 하지만, 런던 남부 크리스탈 팔리스 공원 (Crystal Palace Park)에 터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니, 한번 쯤 공원을 산책하는 것도 예전에 불타버린 수정궁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일 듯 싶다.
1860년, 사람들은 차 대신 말을 타고 다녔고 (당연하게도...), 사람들은 사우스 켄싱턴 박물관 (현재의 V&A)의 현대적인 장식예술과 과학발명품을 감상하기 위해서 말을 먼 거리를 이동하였다. 따라서, 박물관은 귀족 신분의 방문객들을 위해 화려하고도 아늑하게 쉴 수 있는 휴식공간으로서의 기능도 생각하게 되었다.
V&A의 초대 관장 헨리 콜 (Henry Cole)은 V&A 박물관이 피곤을 회복할 수 있는 최고의 화려한 장소 ('furnish a powerful antidote to the gin place'; 여기서 gin place라는 뜻은 18세기 빅토리안 화려한 펍을 지칭하는 곳)일 뿐만 아니라, 박물관에서 여독을 회복할 수 있는 최초의 레스토랑을 준비하였고, 이 공간을 가장 화려하고 아름답게 꾸몄다.
영국에는 한국관이 딱 세개가 있다. 우리가 흔히 아는 British Museum과 스코틀랜드에 National Museum of Scotland와, 마지막으로 Victoria and Albert Museum에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관을 따로 큐레이터를 두는 곳은 British Museum과 Victoria and Albert Museum 두 곳에만 있다.
빅토리아 앤 알버트 박물관에는 1992년 삼성의 후원 아래, 영국 최초의 한국관에 대한 설립이 시작되었다. 한국관은 1888년 이래로 모아온 삼국시대의 유물부터 현재의 아티스트 작품까지 폭넓게 수집하고 있다.
특히, 2012년 로잘리 김(Rosalie Kim)은 V&A의 한국관 삼성 큐레이터로 선발되어, 한국 컬렉션을 전담해 오고 있다. 여러가지 한국 관련 행사와 전시를 기획해서 외국분들에게 한국의 장식 예술문화를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계신다. 이러한 한국미술에 관한 이러한 노력은 V&A와 삼성 등에서 지원 보조금등을 할당받아 한국관의 공간과 한국미술 발전에 관해 끊임 없는 노력과 지원을 엿볼 수 있다.
더불어, 시대에 따른 한국 도자기 오브제들은 V&A의 6층 도자기 갤러리 (Ceramic Galleries)에 위치하고 있으니, 세계 여러나라의 도자기들과 디자인과 형태 등을 비교하여 감상할 수 있으니, 도자기에 관심 많으신 분들은 꼭 방문하기를 바란다.
https://www.vam.ac.uk/collections/korea
다소 한국실이 위치에 있는 곳은 방(room)이 아니라, 통로(aisle)에 그친다는 점이 아쉽기는 하다. 통로에 전시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이동하면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뭔가 하나의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room안에서 집중적으로 전시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다.
V&A의 한국관은 0층 Ground floor 의 Main Gate에서 가깝기 때문에 곧장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컬렉션은 대개 6개월에 한번씩 교체하기 때문에, 항상 같은 오브제를 전시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전시의 주제는 그때그때 바뀐다고 한다.
V&A 한국실에 들어가면, 가장 눈의 띄는 점은 감히 '과거와 현재의 조화 Juxtaposition of the Past and Present'라고 말하고 싶다. 아주 먼 옛날, 고려시대의 청동거울과 화장품용기부터 현재에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공예 디자이너의 작품까지 짧고 작은 전시실 안에 모든 것을 아우른다는 점이다.
V&A 박물관은 과거의 오브제를 그냥 수집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현재와 교류하고, 현재의 역사 또한 기록하기 위해 활발하게 현대의 역사를 잘 보여주는 소장품들을 수집하고 있다. 이는 V&A 소장품 발전정책 (Collections Development Policy)에 따라 계획적으로 소장품을 수집 및 발전하고 있다.
예를 들면, 2017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여성들의 행진에서 사용된 분홍색 고양이 모자(Pussyhat: 여성과 인권을 위해 시위하는 사회 운동을 상징하는 모자)을 영구적으로 수집 및 전시하기도 하고, 끊임없이 현재의 역사 또한 동등하게 수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Korean Art Collection 또한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를 위해 컬렉션을 발전시키고 있다. 예를 들면, 과거의 오브제 또한 전시하되, 이와 비슷하게 아티스트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오브제를 함께 전시하는 것이다.
(왼쪽)의 주전자는 2010년대에 작가들이 제작한 아트작품이고, (오른쪽)은 고려시대에 발견된 청동거울, 화장품 용기 및 핀셋이다. 과거와 현재의 최신의 공예예술 디자인을 함께 보여주는 것. 이것이 V&A의 박물관이 원하는 전시가 아닐까? 과거의 장식예술 및 디자인 또한, 그 시대에는 아주 혁신적이고 최신 유행을 달렸던 잇 아이템이었으니까...
아직 한국에서 박물관을 가면, 유물을 만져본다는게 '감히' 떠올리기 어려운 것 같다. 내 친구들만 해도 박물관의 유물을 '감히 어떻게 만져?'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만져보는 활동 (hands on activities)를 한다는 건 참으로 신선하고 재미있는 생각같았다. 더욱이, 시각장애우들에게 일반사람들과 동등한 박물관 관람의 권리를 준다는 것이 참 배려심이 넘친다고 생각이 들었다.
청자를 만져볼 수 있도록 전시하고 있고, 아래 설명글을 보면 영어로 다음과 같이 쓰여져 있다.
'You are invited to touch this royal dragon vase. It was used in court ceremonies in Korea around 1800. Two identical dragons are painted chasing each other round the body of the vase. An engraved drawing of one is to the right of this label.
당신은 이 왕가의 용무늬 도자기를 만져볼 수 있습니다. 이 도자기는 1800년대 한국의 궁중에서 사용되었으며, 두 마리의 동일한 무늬의 용이 서로를 쫓고 있습니다. 점자로 된 오브제 설명 옆 오른쪽 부분에 용의 무늬를 암각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Porcelain vase with underglaze blue painted decoration, 1800-1850, Choson dynasty, C354-1912'
친절하게 시각장애우를 위해서 만져볼 수 있는 유물과, 자세하게 점자로 설명해 놓은 설명글 (label)과 용의 무늬를 손으로 느껴볼 수 있는 양각 (필요없는 부분은 공백이 되며, 필요한 부분만 선이 드러나는 것)을 제시했다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약자를 얼마나 배려하는지.. 느껴질 수가 있었다. 이러한 노력으로, 방문객들이 좀 더 한국미술과 한국 예술문화에 대해서 이해가 깊어질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한국관의 탄생이 한국국제교류재단 (KF)의 사업과 함께 시작했기 때문에, 양국의 활발한 국제교류 명목 아래 한국국제교류재단에서는 매년 7월 쯤에 이듬해 파견할 인턴을 모집하고 있다.
우선 KF를 통해서 인턴공고가 나오면, 시기에 맞추어 영어로 된 이력서(CV)와 자기소개서 (cover letter)와 추천서 (reference)를 작성한다. 서류가 통과되면 1차 면접으로 KF 본사에서 한국어 면접을 보고, 2차로 지원한 박물관의 현직 큐레이터와 스카이프를 통한 영어로 면접을 본다. 그러면 최종합격이 되면 그 다음해 파견이 나가는 식이다.
왕복항공료와 현지 체제비를 재단 측에서 제공하오니, 박물관 및 미술사학을 전공하는 대학원 졸업예정 학생들이라면, 필히 체크해야할 좋은 기회이라고 생각한다.
https://www.kf.or.kr/?menuno=3284&kflnbindex=
Daily: 10.00 – 17.45
Friday: 10.00 – 2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