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 Carlsberg Glyptotek
나에게는 약 5년의 시간동안 변함없이 연락해 온 친구 Begonia가 있다. 우리가 알게 된 것은 2015년 UNESCO 남한산성 워크캠프에서 였다. 그녀는 막 21살이 되었고,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왔다. 나는 여러모로 2014년이 인생에서 터닝포인트였는데, 처음 유럽여행을 가봤고, 처음 장기 배낭여행을 떠나봤고, 모든게 처음이여서 황홀하고 아름답던 시간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인연을 맺었고, 그녀와 영국 맨체스터에서, 마드리드에서, 또 그녀가 석사공부를 하고 있는 코펜하겐에서 우리는 이따금씩 자주 만났다.
이번에도 베고니아만 믿고 런던에서 코펜하겐으로 향했다. 이제는 그녀의 코펜하겐 집에도 두번째 방문이라 자연스럽게 지하철을 타고, 베고니아의 집으로 향했다. 짐을 풀고 간단한 휴식한 후, 우리는 글립토테크 미술관으로 향했다. 박물관, 미술관 좋아하는 나의 성향에 맞춰서 첫번째 코펜하겐 방문 때 방문해지 못했던 '글립토테크 미술관 (Ny Carlsberg Glytotek)'으로 방문했다.
글립토테테크 미술관은 칼스버그 맥주의 창립자의 아들인 칼 야콥슨(Carl Jacobsen)의 자신의 소장품을 전시하기 위해 건축되었다. 글립토테크 미술관은 티볼리 공원(이 미술관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건물 중앙에 둥근 돔 지붕의 온실정원 '겨울정원(winter garden)'이 있다는 점이었다.
한 겨울의 북유럽의 추운 덴마크에서 실내에서 야자수 나무를 보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마치 우리나라의 제주도의 따뜻함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마치 어제 본 것처럼 익숙하고 그냥 같은 공간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풍족해졌다. 우리는 점심을 아직 먹기 전이었기 때문에 박물관 카페에서 간단하게 먹었다. 나는 연어와 으깬감자, 그리고 추운 몸을 녹여줄 럼 한잔을 마셨다.
사실 나는 이 시기에 약한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 한국을 못간지 1년이 넘어갔고, 석사과정은 끝나서 다음 next step을 정해야하는 시기가 왔었다. 나는 영국 박사유학을 희망하였기 때문에 research proposal을 쓰면서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름대로 극도의 불안감을 자주 느꼈다. 그 와중에 새로운 job offer를 받으면서 런던에서 옥스퍼드로 이사를 가게 되었고, 새로운 동네에 적응해야만 했다. 석사과정을 함께했던 친구들은 international students였기 때문에 대부분 석사과정이 끝난 후 본국으로 돌아갔고, 그나마 친구가 있던 런던을 떠나서 혼자 옥스퍼드에서 생활하는 삶은 정말 철저하게 고독했다.
정말 나혼자 밥먹고, 나혼자 장보고, 나혼자 있고,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빼고는 거의 한마디도 안하는 날도 있었고, 불투명한 미래를 두고 무언가를 준비하는 생활은 추운 영국 겨울, 혼자서 버티기가 참 힘들었다. 그런 날들이 반복될 쯤 코펜하겐에서 베고니아를 다시 만날 수 있었고, 마치 따뜻한 가족의 품처럼 그 친구의 존재가 정말로 진심을 다해 나를 위로 했다. 내가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 베고니아는 알까?
보통 박물관이라고 하면 입장료를 내고 열심히 작품을 감상하는 1회성 공간으로 여겨지기 쉽지만 '칼스버그 조각박물관'은 코펜하겐 시민들에게는 조금 다른 의미를 지닙니다. 바로 박물관 정 가운데 위치한 실내정원 Winter Garden 때문이지요. 이 정원은 모든 건물과 연결이 되어있는 마치 박물관의 심장과도 같은 곳입니다. 돔 지붕 아래 높은 야자수와 조각 분수대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이곳은 덴마크의 길고 혹독한 겨울에도 언제나 따뜻한 온기와 우거진 녹음을 제공합니다.
10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 잿빛 하늘에 비바람이 몰아치는 우중충한 겨울이 끝도 없이 계속되는 덴마크의 날씨를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사계절 내내 따스하고 푸른 Winter Garden을 향한 덴마크 사람들의 애정을 십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Sodiumpartners의 Rone, '마음으로 들어온 공간, 글립토테크 윈터가든', 발행일 Friday 06.03.16
http://sodiumpartners.squarespace.com/streetbranding/stb-120-a)
코펜하겐의 시민들에게는 야자수가 심어져 있는 것 자체가 따뜻한 나라의 온화한 기후를 상징한다고 생각한다. 미친듯이 바람이 불고 맑은날보다 흐린날이 더 평범한 덴마크의 겨울, 코펜하겐의 사람들도 글립토테크박물관의 겨울 정원(winter garden)에서 야자수를 바라보며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시간을 나눌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도 나처럼 따뜻한 공간에서 각자의 소중한 사람과 따스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1년 중 대부분의 날씨가 흐리고 비바람치는 코펜하겐에서 글립토테크 박물관은 관람객들이 힐링의 장소로서 박물관 그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여행을 갈 수 있다면 소중한 사람과 함께 덴마크 코펜하겐의 글립토테크 박물관과 윈터가든에서 덴마크 스타일의 점심식사를 꼭 먹어보길 바란다. 추운 겨울을 잘 보내는 방법은 서로가 서로에게 따뜻한 말을 건내고 추억을 곱씹을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해주는 것이야 말로 최고의 비결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