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llo Oct 10. 2021

영국이 살아가는 방법


살면서 두 나라를 꼼꼼하게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영국과 이스라엘이다.

두 나라를 생각하면 우선 떠오르는 화두가 있다. 

어떻게 두 민족이 창의성이 풍부한 국민들로 채워져 있는가 하는 점이다.

정답은 교육에 있었다.


우선 이스라엘,

거기서는 아이가 학교를 다녀오면 어머니가 습관적으로 던지는 질문이 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설명하는 걸 듣고 친구들과) 다른 질문을 하기 위해 고민을 해보았니?”


말하자면 남이 하지 않은 독창적인 생각을 선생님이나 친구들하고 얘기하기 위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냐는 의미다. 우리에게 익숙한 드론, USB, 자율주행 기술, 3D 입체화면 기술 등 오늘날 인류사의 획을 긋는 창의적 산물이 ‘Made in Israel’이다. 


우리의 경상북도 정도의 면적에 인구는 800여만 명, 주변이 대부분 아랍 국가들인 적으로 둘러싸여 있고 국토의 대부분이 척박한, 지정학적으로 도무지 성장하기 어려운 여건을 가진 나라가 살아가는 모습이다.





영국은 반대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차별화된 답을 찾기 위해 생각을 해보았니?”

친구들과 구분되는 창의적인 내용의 답을 찾기 위해 고민해 보았냐는 게 영국 엄마 질문의 의도다.


“오늘 학교에서 뭐 배웠니?”

엄마가 아이에게 던지는 우리의 질문과 많이 다르다.


이미 두 나라의 교육방식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있었으므로 단지 확인해볼 양으로 직접 물어보았지만 학교 교육에 관한 통념에 대해서 “대체로 그렇다”라고 하는 대답이 책임자들에게서 서슴없이 나왔다


이것이 두 나라에서 창의적인 인물을 양성하는 바탕이 아닐까.

세상의 이치, 규범, 가치관, 상식 등을 놓고 무조건 따르기보다 다른 생각을 한 번쯤 해본다는 어릴 적의 교육 방식은 아이들의 사고를 자유롭게 해 주고 무한한 상상력을 갖도록 만든다.





영국이 현대 인류사회가 발전하는데 큰 기여를 한 대표적 국가의 하나라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 작가 해리 빙햄(Harry Bingham)은 영국이 인류사회에 기여한 요소들을 언어, 문학, 경제시스템, 사법체계, 의회제도, 복지제도, 과학, 기술, 문화, 생활방식 등 10가지로 구분해서 설명한다. 


이런 요소들을 창의적으로 개발하고 발전시켜 세계경영을 할 수 있었다는 나름 근거가 있는 주장이다. 오죽하면 지구를 찾아온 외계인들에게 지구의 인류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라면 영국이 가장 적합한 대상이라는 말이 전문가들로부터 나왔겠는가.





1, 2, 3차 산업혁명에 이어 최근에는 제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영국에서 이번에 다른 국가들에서는 좀처럼 생각하기 어려운 발상을 들고 나왔다. 


전 호주 총리를 스카우트해 자국의 정부 기구인 무역위원회 자문관으로 내정한 것이다. 다른 나라를 통치했던 국가지도자를 영입해올 생각을 하다니..

가히 ‘영국스러움’의 전형이라고 탄식하지 않을 수 없다.


영국의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 총리는 2020.12.31이 지나면 본격적으로 시행될 브렉시트(Brexit)를 앞두고 생길 무역 공백에 대처하기 위해 토니 애벗(Tony Abbott) 전 호주 총리를 영입하기로 결정했다. 토니 애벗은 재임 중 한국, 중국, 그리고 일본 등 동북아시아 핵심 3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최종 타결하기도 한 통상 전문가이다.


그를 임명함으로써 EU와의 지지부진한 브렉시트 협상에 속도를 내기 위한 전략이 존슨 영국 총리의 머릿속에 자리했다.

호주의 신문과 방송들은 “귀중한 인재가 영국으로 유출되었다”라고 아쉬워했다.


영국과 이스라엘은 ‘인재 모으기’에 혈안이다.

이스라엘은 구 소련 지역은 물론 아프리카 출신이라도 유대인이라면 무조건 받아들인다. 그들이 일단 이스라엘 영토에 도착하면 그들만의 독특한 교육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창의적인 이스라엘인으로 양성한다.


영국은 지금도 과거 자국의 식민지였던 53개 국가를 묶어 영연방을 구성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유능한 인재를 흡입하는 국가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는 것이다. 전직 호주 총리의 영입은 그래서 그들에게는 특별한 게 아닐 수 있다.





최근 국제정세 이슈 중 주목을 끈 사건중 하나로 불확실한 미래에도 불구하고 영국이 유럽시장에서 브렉시트를 선언하고 탈퇴를 선언한 것을 들 수 있다. 영국인들이 유럽연합의 문을 열고 스스로 걸어 나온 배경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전통적인 영국 외교의 3각 축은 ‘미국과의 특별한 동맹(Special Relationship)’, ‘유럽과의 협력(Cooperation with Europe)’, 그리고 ‘영연방 국가들과의 연대(Alliance with the Commonwealth)‘인데, 이 가운데 미국과의 전통적인 관계는 영국 외교의 사활적 이익이 걸려 있는 변하지 않는 중심축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냉전기는 물론 탈냉전 기간에도 영국은 국제사회에서 일관되게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정책을 유지해 왔다. 그 배경에는 현재의 국제질서를 주도하고 운영하는 핵심 국가는 미국이라는 판단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대영제국’을 경영하면서 국제질서의 방향 설정, 정치 경제 문화 질서의 확고한 기준과 규범 수립, 다른 국가들과의 협력관계에서 우월적 지위 확보 등 ‘국익 추구의 핵심은 패권국으로부터 나온다’는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런 관계를 통해 영국은 미국을 배경으로 국제사회에서 강력한 강대국으로서의 지위 유지는 물론 안보, 경제 등 국익 극대화를 위한 다양한 대내외 정책을 순조롭게 실현해 왔다. 유럽이나 연연방 국가들과의 관계에서도 영국의 국익을 위한 전략적 외교는 크게 다르지 않다. 앞으로 그들이 어떤 외교를 전개할지 궁금하다.





우리의 현실을 살펴보자.


우리는 보수와 진보가 여전히 구분되는 공간 속에 살고 있다. 이미 미국과 서유럽에서 역사교과서에나 나올법한 구시대의 유물이 이 땅에서는 여전히 날갯짓을 하고 진영을 넘나 든다. 


남과 북이 나뉜 것도 부족해 남쪽의 동서로 지역이 또 나뉜다. 출신학교로 나뉘고, 믿는 종교로 나뉘고, 심지어 보편적 상식마저 나뉘면서 모두가 제각각 행보로 갈 짓자 걸음을 하고 있다. 주변의 중국이나, 일본, 러시아가 가볍게 볼 이유를 우리 스스로가 제공하고 있다. 


아무리 유능하고 귀중한 자원이라고 평가를 받아도 진영논리에 의해 먼지처럼 사라지는가 하면, 능력이 안 돼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아도 중책을 맡아 국가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그러니 앞에서 예를 든 나라들의 처지가 부럽기만 하다. 가진 것이라고는 인간자원 밖에 없는 나라에서 안타까운 현실이다. 


1인당 GDP 규모는 국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지 않는다. 주머니 사정이 조금 더 낫다고 국민의 수준이나 국가의 이미지가 더 좋게 평가되는 것은 아니다. 영국이 우리에게 그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잘되고 못 되는 사람들에 이유가 있듯이, 부강하고 쇠퇴하는 나라는 나름 그 이유 속에서 성장하고 쇠멸한다. 역사가 그것을 잘 말해주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행복도가 높아지는 서구와 달리 나이가 들면서 행복도가 낮아지는 대한민국의 현실.


영국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비교해 보며 스스로에게 묻는다.


‘우리는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전 01화 영국의 최고 엘리트들이 '버킹검 궁'으로 가는 이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