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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Jun 16. 2022

남자의 외도


그가 결혼한 뒤에도 그다지 달라질 것은 없었다

여전히 그는 그녀를 찾아와서 연애 감정과 섹스를 인출해 갔다

마치 돈이 떨어졌을 때 잔고의 인부를 인출하듯이 당연하게

그의 뻔뻔스러움을 그녀는 이해했다

이해한 게 아니라 단지 습관을 바꾸지 못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 은희경, 《그녀의 세 번째 남자》


 

아내가 있는 중년 남자들은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사는 남자들보다 10년을 더 살 수 있는 가능성이 두 배나 높다고 한다. 이 통계는 소득이나 교육의 차이에 상관없이 적용되며 음주, 흡연, 비만이나 게으름 같은 장수에 위험 요인들이 있는 남자들에게도 적용된다고 한다. 게다가 아내와 친밀하게 지내며 일상적인 삶을 공유하는 남자들은 우울증의 위험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면에서 볼 때 결혼이라는 관습은 남녀 간에 단순히 종족을 보존하는 의미 외에도 살면서 느끼게 되는 고독을 해결하고 장수까지 보장하는 의미 있는 행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남자가 얻게 되는 이런 이익은 단지 남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므로 남녀 모두 결혼을 통해 상호 보완적이고 협력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까닭에 이런 남녀 간 관계에서 균형을 깨뜨리는 불필요한 요소의 개입을 제거하는 것은 바람직한 결혼 생활을 위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 역사를 통해 보듯이 남자들은 늘 가정이라는 문을 나가서 불필요한 행동을 하게 되는데 외도는 그 대표적인 행위라 할 수 있다.



세상에 떠도는 말 중에 흔히 “남자는 숟가락 들 힘만 남아 있어도 여자 생각을 한다”라고 한다. 웃자고 하는 말이지만 남자들 간의 은밀한 대화를 살펴보면 그리 틀린 말도 아니다. 남자는 왜 외도를 하는가? 남자 자신도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참 어려운 수수께끼다. 남자가 여자를 찾아 헤매는 것은 자연법칙이어서, 남자는 일부일처제에 적합하지 않다는 신화가 있다. 남자라는 성(性)은 자신의 자손을 될 수 있는 한 많이 남기려는 본성을 갖고 있으며 한 여성과 부부로 같이 사는 것은 남성의 본성이 아니라는 게 그 신화의 바탕에 있다. 여자에 대한 남자들의 관심은 남자의 신체적 능력의 차이에 따라 변할 수는 있어도 나이나 이성(理性)과는 관계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반대로 여성은 양육이라는 무거운 임무를 짊어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과 자녀를 보호해 줄 한 사람의 남성을 원한다.



진화론적 심리학자들은 남성이 여성을 더 많이 소유하려는 경향은 흔히 남성이 지닌 유전적 속성이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남자가 갖고 있는 이 유전적 속성은 공격성을 바탕으로 늘 짝짓기 기회를 엿보며 이를 통해 남성의 지배와 지위를 확립하도록 이끄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이 유전적 속성의 중심에 있는 것이 남자 정자 형성의 촉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이라는 물질이다. 테스토스테론이 강한 남자들일수록 결혼 생활에서 혼외관계를 더 많이 범하는 경향이 있다고 연구는 말하고 있다. 존 F. 케네디, 빌 클린턴 등 미국의 전직 대통령들,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 베를루스코니 전 이태리 총리 등 정치인들과 영화배우 마이클 더글러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등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얻은 혼외정사의 대표적 인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정계나 재계를 통틀어 수많은 인물들이 혼외정사와 관련하여 언론의 스캔들 보도의 대상이 되었다. 차기 대권후보로 촉망을 받으며 앞날이 창창했던 50대 유망한 정치인이 여비서와의 추문 사건 이후 대중의 비난을 받으며 나락으로 떨어졌다.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재벌 기업의 총수도 병마와 싸우던 중 섹스 동영상이 드러나면서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세간의 동정을 뒤로한 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최근에 불거진 ‘미투(me too)' 폭로와 관련해서도 그동안 은밀하게 숨겨져 있던 테스토스테론 효과의 부정적 사례가 정계와 재계는 말할 것도 없고 언론 문화 예술 체육계 전반에 걸쳐 수없이 드러나고 있다.



남성들의 이러한 공격적 성향은 여성들이 화장이나 의상 가꾸기와 쇼핑, 음식 맛보기 등을 통해 절제미를 발휘하며 소소한 즐거움을 만끽하는 모습과 비교된다. 일반적으로 남자들은 유전적 속성상 절제에 대한 자기 극복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과도한 음주와 흡연, 무절제한 도박 습관, 과속운전, 외도 등에서 남자들이 자유롭지 못한 것도 이런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남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이런 특징은 인류의 탄생과 더불어 시작되었다. 맹자 같은 위인도 “식색(食色)은 인간의 기본적 욕구(食色性也)”라고 주장하며 먹고 사랑하는 것이 인간의 기본적 욕구 중에서 가장 중요한 본능임을 강조하고 있지 않은가.



현대에 들어와서는 사회발전을 통해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성취감을 맛본 남자들이 특유의 잘못된 남성성 과시 욕구로 인해 여성, 특히 젊은 여성에 대한 과도한 소유욕을 드러내기도 한다. 유명 여배우의 자살을 둘러싸고 관계와 언론계 고위 인사가 유착된 사건도 여전히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채 대중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스캔들로 남아있다. 그 사건의 배경에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자들에게서 드러나는 일탈된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도박이나 과속운전 혹은 음주로 인한 일탈행위의 대부분도 남자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주말 초저녁 과천경마장에서 쏟아져 나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남자들인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볼 일은 아니지만 이들도 가정의 가장이므로 주말 오후는 가족들과 함께 단란한 시간을 갖는 것이 가족들의 당연한 소망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주말 내내 경마장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들의 모습을 관찰해보면 단지 경마경기 자체를 즐기며 주중의 피로감을 해소하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가끔씩 경마장을 찾는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들 대부분은 그 규모가 크던 작던 경기에 배팅을 하며 도박을 한다. 이들 중 얼마나 되는 사람들이 자신의 주머니가 가벼워진 현실에 초연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습관은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오늘날 인류가 진화하면서 과거에 남성성을 사회 발전의 동력으로 긍정적으로 보는 진화론자들의 견해는 도전을 받고 있다. 현대 사회는 남자의 성공이 신체적 우위보다 사회경제적 지위의 상승을 통한 우위가 더 평가되는 추세 속에 있다. 많은 여성들이 공격적이고 적극적 성향의 남자보다는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사회문화적으로 더 평가받는 특징을 갖춘 남자들을 선호한다. 이는 오늘날 사회가 강인한 육체를 수단으로 식량을 구하던 과거와 달리 남자들의 능력이 지능과 현명한 판단을 통해 평가받는 시기로 변한 사실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화론자들은 “남녀 간 짝짓기의 생식 작용이 다른 동물들보다 오랜 세월 인간의 DNA 속에 자리 잡고 있다”라고 주장하며 “이성(異姓)에 대한 애정과 열정은 인간의 이성(理性)이나 도덕감을 뛰어넘는 원초적 본능으로, 인간이 만들어 논 제도와 규범만으로 인간의 자연성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 고 강조한다. 진화론자들의 이런 주장은 상당한 논거를 갖고 있으며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실제로 인류 역사에서 드러난 음악, 미술, 무용 등의 온갖 예술 행위들에서 이성(理性)의 가치가 이성애(異性愛)를 능가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도 인간의 행동을 유발하는 모든 근원은 ‘리비도(Libido)' 즉 인간 행동의 밑바탕을 이루는 성적 욕망이라고 말하지 않는가. 작가 정미경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늘 직면하게 되는 선택이라는 고민을 놓고 두 가지 윤리를 말한다. 



우리의 생애는 두 개의 윤리가 있다.

하나는 결혼의 윤리며, 다른 하나는 열정의 윤리다.

인생에 밤과 낮이 있듯 태양 아래의 윤리와 달빛 아래의 윤리가 있을 것이다.

어느 것이 더 무거운 것인지에 대해선 말하지 않는다.

삶은 어느 순간까지 선택을 강요할 것인가.

날마다 숨 쉬는 순간마다 선택을 강요하는 삶이여.

 - 정미경,《나의 피투성이 연인》



시와 소설, 영화와 연극 등 예술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심지어 스포츠 분야에서도 동성 관중들의 응원을 받으며 경기하는 종목이라면 대다수 선수들이 도전 욕구가 넘치도록 열정을 다해 경기에 전념할까. 이는 선수들의 사기 문제는 물론 경기력 향상을 위해서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위에서 언급한 동성들만의 경기와 응원만으로 벌어지는 사례는 대한민국 군대 안에서 벌어지는 ‘군대스 리그’가 유일할 것이다. ‘군대스 리그’ 안에서 벌어지는 경기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나 매너를 찾아보기 어렵다. 오직 승리를 향한 살벌한 전투적 경기만이 존재한다. 이런 남자들의 성향과는 반대로 여자들은 남자들이 주변에 존재하지 않아도 아무 탈 없이 자기만족을 위해 늘 꾸미고 다닌다고 거침없이 말하곤 한다. 남자들 입장에서 보면 참 ‘여우스런’ 주장이다.



진화론자들이 남자의 외도나 혼외정사를 하나의 자연 현상으로 설명하려 시도하지만 오늘날 외도는 가정과 사회는 물론, 개인의 양심을 해치고, 배우자에 대한 심리적 상처, 그리고 이혼에 이르는 반사회적 행동 양식이 된다. 올바른 도덕률로 무장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이런 견해에 반박할 여지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인류 사회는 직업이나 신분과 상관없이 혼외정사에 대해서는 비판하면서도 행위에 대해서는 누구도 자유스럽지 못한 상황이다. 심지어 성직자들도 이런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오히려 더 비난을 받을 만큼 비도덕적 일탈행위의 중심에 성직자들이 있는 경우는 오늘날 전혀 낯선 풍경이 아니다. 어떤 학자는 “상습적으로 바람을 피우는 사람들 가운데는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이나 무관심으로 깊은 관계 맺기 연습에 실패해 가볍고 무책임한 관계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오늘날 전 세계의 정계, 재계, 종교계, 학계, 문화예술계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사회적 존경과 신망을 얻은 사람들조차 이런 주장과 상반되는 삶을 살고 있는 현실에서 이런 주장은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단지 사회적 현상으로 축소 해석하려는 규범적 논리에서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남자의 외도와 관련해서 주목할 사실은 남자의 외도나 혼외정사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이 문제가 남자의 전유물이거나 남자들만의 문제인 것처럼 해석하는 경향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점이다. 흔히 외도와 관련해서 살펴보면 남녀관계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남자가 공격적으로 선을 넘을 때 여자는 종종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인다. 우리 사회에서 여자가 더 적극적인 경우는 아직까지는 흔치 않다. 따라서 여자가 반대 의사표시를 하고 행위를 적극적으로 거부하지 않는 한 결과에 대해서는 남녀 당사자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정행위가 비판 대에 오르면 온갖 비난의 중심에 남자가 서게 되는 것이 보편적인 경향이 되어 버렸다. 사실 여성들이 구실을 찾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것에 비해 남자들은 변명하는 것을 치졸하게 생각하고 침묵하거나 논란을 외면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침묵은 곧 사실을 인정한다는 인식과 맞물려 남자들이 모든 죄를 뒤집어쓰지 않으면 안 되는 대상으로 전락한 것은 아닐까.



남자들 가운데서도 외향적이고 적극적인 취향을 가진 여성들로부터 외도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남자들은 적극적으로 자기 방어를 위한 변명을 하기가 쉽지 않다. 외도하는 남자들도 여성과의 관계를 제외하고 보면 사회적으로나 인격적으로 완벽한 인격을 지닌 사람으로 평가받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그들의 일탈행위를 놓고 도덕률을 상실하고 무책임한 행동을 일삼으며 문제가 있는 위인으로 평가하는 태도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오늘날 인류의 불륜은 남녀 구분 없이 행해지고 있으며 많은 여성이 가정에서 나와 사회로 진출하면서 여성의 불륜 비율도 급상승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분교의 아넷트 로슨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오늘날 미국에서 젊은 여성의 불륜 비율은 남성의 불륜 비율을 웃돌고 있다고 한다.


오늘날 남자의 외도를 자연현상과 사회적 정의가 대립하는 구도로만 이해할 일은 아니다. 인류 역사의 진화에 따라 사람이든 동물이든 주변 환경에 순응하고 또 적응하면서 오늘날까지 생존해 왔다. 오랜 시간 남자들의 신체 내부에는 거친 환경을 극복하면서 종족을 보존해야 하는 숙명적 과제가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따라서 오늘을 살고 있는 남자들에게 약점이 되는 공격성과 유전적 속성이 짧은 시간에 바뀌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성숙과 발전은 점진적으로 환경적 요인과 사회적 요구를 수용하면서 발전해 온 만큼 오늘날 가치 균형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남자들에게 치명적인 요인이 될 요소들도 점차 개선되고 바뀌고 있다. 인류가 출현한 이래로 남자들의 몸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DNA의 변화로 인해 미래의 가정은 과연 종교에서 추구하는 대로 이상적인 모습으로 변화될 수 있을까. 남자의 외도를 결코 용서할 생각이 없는 여인들은 결혼 전 배우자가 될 남성의 신체 깊숙이 감춰져 있는 테스토스테론의 정도를 미리 점검해 볼 것을 권한다. 물론 자신의 비밀스러운 것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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