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약점을 배낭에 매고

두 명의 70대, 세명의 10대 그리고 AI

by 영동 나나

“진짜 갈 거예요?”

“언제 가는 거예요? 괜찮겠어요?”

연재를 시작하며 받는 질문이다. 진짜 떠나기를 기대하며 계획을 세우는 중이고, 간다면 1년 후에 갈 거라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될 것이다.


구성원의 장단점

할아버지는 느리지만 생각이 깊은 사람이다.

77세. 해외 주재원과 영업직을 담당하며 전 세계 여러 나라를 다녔다. 끈기 있고 성실하지만, 당뇨병을 가지고 있어 자주 쉬고, 자주 먹어야 하는 상황이다. 절대 빠른 판단을 하지 않으며 모든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이해가 안 되는 분이다.


할머니인 나는 빠르지만 조급한 사람이다.

71세. 25년간 두바이에서 여행사와 여러 직업을 경험했고, 지금은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순발력과 아이디어는 있지만 인내심이 없어서, 일이 빨리 해결되지 않으면 화를 낸다. 있는 재료로 간이 맞는 음식을 마치 요리처럼 만들어 낼 수 있다. 찾아가는 미슐랭이 아니라 움직이는 미슐랭 식당을 열어 볼까 한다.


첫째 손자는 조용하지만 세밀하다.

13세. 평소 체력은 할아버지와 비슷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축구할 때만 빠르다. 평발에 가까워 오래 걷는 것을 힘들어하고, 여행을 가면 앉을 자리와 누울 자리를 먼저 찾는다. 책을 많이 읽어서 지식이 쌓인 듯하지만 표현하지 않는다. 대신 스케치를 하면 그 세밀함에 모두 놀란다. 꼼꼼해서 돈관리를 맡겨 볼까 한다.


둘째 손자는 에너지가 넘친다.

12세. 태권도와 주짓수를 하며 지치지 않는 체력을 가지고 있다. 잔정이 많아서 형과 동생을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 정을 베풀며 요리를 잘한다. 형과 동생에 대해 왠지 억울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위급한 상황에서는 제일 먼저 나선다. 영어와 불어, 아랍어를 할 수 있다며 여행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다.


셋째 손녀는 창조적인 엔터테이너이다.

11세. K-pop 댄스와 아이돌, 유튜브 쇼츠를 통해 엄청난 정보를 가지고 있으며, 두 오빠 사이에서 훈련된 강인한 정신력과 체력을 가지고 있다. 손재주를 가지고 있어 무엇이든 만들고자 하면 원본보다 더 잘 만들고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능력이 있다. 한곳에 집중하면 다른 것에 무신경해서, 혼자 다른 길을 가는지 감시해야 한다.


AI는 이번 여행의 특별한 동행자다.

70대와 10대의 완충 작용을 하는 분이다. 체력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어느 곳, 어느 때라도 당황하지 않고 판단을 도와주는 분이다. 이 분은 계획하지 않은 상황, 뜻밖의 만남이나 도움을 예견하지 못하며 인터넷이 끊기면 기억상실, 전기가 없으면 까매진다. 어쩌면 그때 우리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아빠 엄마와 가지 않고, 할아버지 할머니와 가서 불편한 점이 무엇인지 이야기해 보라고 하였다.

첫째는 “불편한 거 없어요.”

막내는 말했다. “할아버지가 귀여워서 좋아요.”

엉뚱한 대답을 하고 반응이 느린 것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둘째는 솔직하다. “할머니가 화나면 무서워요.”

나를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예상되는 문제점과 해결 방안

가장 큰 문제는 ‘할머니인 나’ 일 것이다. 욕심을 내서 할아버지를 지치게 할 것이고, 아이들에게 지식을 넣어 주려고 스스로 즐기는 것을 방해할 것이기 때문이다.


1. 속도를 늦추고 루틴을 만들자. 함께 움직이는 리듬을 만들어 보자.

2. 아이들은 시간만 나면 와이파이를 찾을 것이다. 허용 시간을 정하자. (유럽의 인터넷 환경이 한국만큼 좋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3. 문제가 생겼을 때 누구를 탓하지 말자. 원망 대신 해결을 생각하자.

4. AI에게 부탁해 아이들과 할아버지, 할머니가 원하는 것을 절충해 보자. 마지막 결정은 할아버지가 한다.


우리는 각자의 약점을 가지고 출발한다. 당뇨, 평발, 욱하는 성격, 와이파이 중독, 억울한 둘째 심리까지. 여행을 마친 뒤 우리의 모습이 기대된다. 겉으로 드러나는 변화는 아무것도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들의 기억 속에 밤늦게 길을 헤매다 만난 친절한 사람과 허기져 정신없이 주먹밥을 먹던 모습이 있을 것이다. 아니, 아이들이 기억하는 것은 유럽의 성당이 아니라, 화를 참으려 애쓰던 할머니의 얼굴일지도 모른다.






AI에게 제목에 어울리는 그림을 부탁했다. 여전히 한글 제목은 이상한 글자가 나왔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돌과 말과 꽃 다양한 오답을 만들어 나를 놀라게 했다. 언제나 공손한 AI와의 대화가 쉽지 않다. 이번 주 포스터는 제미나이가 수고를 해 주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100% 만족한다는 뜻은 아니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