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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동 나나 Aug 31. 2024

프란스 랜팅 전시회

Dear Fauna (친애하는 동물들에게)

 손주들과 함께 갈 전시회를 찾기 위해 네이버에 도움을 청했다. ‘어린이를 위한 전시회를 알려주세요’라고 썼다.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이 ‘프란스 랜팅 전시회’다. 사진 전시회는 처음이고 작가에 대해서도 전혀 아는 바가 없지만, 자연을 소재로 한다는 것이 아이들에게 좋을 것 같아 표를 샀다. 전시하는 JCC 전시관이 안도 다다오의 건축이라는 것도 흥미로웠다. 


 프란스 랜팅은 네덜란드 태생으로 40년 간 전 세계를 다니며 자연과 동물을 대상으로 사진을 찍으신 분이다. 지금은 미국의 캘리포니아에 부인과 살고 있다고 한다. BBC가 선정한 '가장 위대한 야생 사진작가'이다. 기후 위기로 인한 동물이나 식물의 멸종을 염려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한다고 한다. 사진으로 본 작가의 모습에서 자연과 함께한 세월이 느껴진다. 



이 전시회 주최한 기관과 작가의 생각은 기후 변화와 환경에 대한 문제를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려고 했다. 찍은 사진 중에는 멸종된 것도 있고 멸종 위기에 있는 것들이 있다. 







남극에서 찍은 빙하와 펭귄 모습이 첫 번째 방에 있다. 사진으로 보는 과한 파란색의 의미를 알고 있다. 미세한 얼음 조각이 햇빛을 받아서 나오는 빛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남극의 얼음이 녹으면서 펭귄이 자기 집을 찾아가는 길을 잃고 있다고 한다. 멀리서 펭귄들이 흩어져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사진에 찍혀있다. 






침팬지다! 눈을 맞추고 한참을 들여다보면 뭔가 이야기가 통할 것 같은 심각하기도 귀엽기도 한 모습이다. 어느 사진작가의 말이 생각난다. 피사체를 찍다 보면 대상이 자신에게 말을 걸어온다고 한다. 얼마나 어떻게 사진을 찍으면 건물이, 나무가 말을 걸어올까? 침팬지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 작가는 이 사진을 찍는 순간 침팬지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었을까?



  

    


자기 몸을 상황에 따라 바꾼다는 카멜레온의 모습은 세상의 모든 색을 담고 있다. 원하는 색으로 언제든 바꿀 준비가 되어있는 듯하다. 카멜레온을 가장 카멜레온답게 나타낸 작품인 것 같다. 카멜레온도 자신의 사진을 멋지게 찍어준 프란스 랜팅에게 고마워하는 모습이다. 






아프리카 풍경을 담은 사진 중에 고흐 작품과 같은 이미지가 있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모티브로 삼아 그림과 같은 풍경을 찾아 사진으로 찍었다고 한다.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린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림의 이미지를 생각하며 같은 분위기의 사진을 찍으려고 생각한다는 것이 신기하다. 고흐 작품을 모티브로 한 그림 같은 사진 작품이 또 있었다. 프란스 랜팅은 같은 네덜란드 출신 고흐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던 것이 아닐까.





침팬지 모습이 슬프다. 부모를 잃은 침팬지 모습이라고 한다. 프란스 랜팅은 이들 가족이야기를 알고 있나 보다. 같이 슬퍼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한번 본 적이 없는 나도 사진을 보면서 눈물이 난다. 먹먹하고 서늘한 마음, 포기하고 싶은 마음, 어떻게 살아가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를 위로하는 큰 손이 그를 덮고 있다. 








 전시회를 둘러보고 나서 11살인 큰손주가 ‘할머니, 너무 멋있어요, 근데 사진 찍기 힘들 것 같아요. ’ 이 아이는 벌써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모습을 생각할 줄 안다. 



 악어가 있는 물속에 들어가서 수련을 찍고, 높은 크레인 속에서 2주를 지내며 새 사진을 찍고, 사자를 찍기 위해 고생하다 찍지 못하고 캠프에 돌아와 쉬는 중, 그 사자가 캠프 앞에 나타나 찍은 사진, 코끼리 떼 앞에 누워서 코끼리를 찍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동물을 찍은 모습에서 상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고 풍경을 찍은 사진은 얼마나 열정을 가지고 기다렸는지를 알 수 있다. 지치지 않는 힘, 그것이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그 힘은 사랑과 열정에서 나온다. 



아이들이 자연을 친구로 생각하고, 한 사람의 노력으로 많은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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