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나는 오랜 시간 동안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혼자 조용히 꺼내어
마음속에 펼쳐보았다.
그것들은 대개
설명이 없었고,
누군가에게 들려주기엔 너무 늦었거나
너무 빠르게 지나갔다.
어린 날의 나는
늘 누군가의 눈치를 봤고,
청춘의 나는
늘 어딘가를 향해 뛰었고,
어른이 된 나는
늘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그렇게 달려왔지만
문득 멈추었을 때,
거기엔
누구도 없었다.
그때 처음,
나는 나에게 말을 걸었다.
왜 그렇게 달렸니.
왜 그토록 견뎠니.
왜, 이제야 묻는 거니.
그리고 나서야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날
햇빛이 머문 책상 위,
아무 페이지도 펴지지 않은 노트를 바라보다가
나는 그 여백에
이렇게 적었다.
먼 곳에서 온 나에게.
정말, 수고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