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곳에서 온 나에게

프롤로그

by 가브리엘

사람들은 내게 자주 묻는다.
"당신은 왜 그렇게 멀리까지 갔나요?"
나는 웃으며 대답하곤 한다.
"기회가 있어서요. 더 넓은 세상이 있었고요."

하지만 그건 반쯤은 진실이고, 반쯤은 거짓이다.

아주 어릴 적부터 나는 이 집을 떠나고 싶었다. 뚜렷한 이유는 몰랐다. 그저 집이 아닌 다른 어딘가에 나의 삶이 있다는 막연한 감각.

누군가는 날 사랑했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나를 기억조차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 틈에서 자랐다. 기억이 진실을 가리고, 감정이 관계를 무디게 한 채.

이 이야기는 내 삶의 기록이 아니다.

내 기억의 온도에 따라 다시 빚어진 감정의 지문이다.
지금 당신이 들여다보려는 건,
어쩌면 당신 자신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어떤 집은 너무 조용해서, 그 안에 감정이 살지 않았다.
어릴 적 나는 그 집을 떠나는 법을 몰랐고,
어른이 된 나는 그 집에 돌아갈 용기를 잃었다.

일본에서 15년, 미국에서 15년,
세계 어디서든 나는 나였지만,
정작 ‘나에게’ 가는 길은 늘 가장 먼 길이었다.

이 소설은 한 남자가
‘누구의 아들도, 누구의 아버지도 아닌 존재’로
자기 자신에게 돌아가기까지의 기록이다.

기억은 잊히지 않았고,
감정은 결국 말이 되었다.

이제 나는 그 먼 곳에서 온 나에게,
편지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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