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꿈은 기자가 되는 것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방송기자였다
세상의 어두운 면을 조명하고
그것을 드러내어 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집중되게끔
일조하는 전달자.
내가 기자가 된 모습을 상상할 때면
늘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꿈을 이루기 위해 꽤 어릴 때부터 노력했다
기자가 되기 위한 가장 큰 관문인 언론고시를 통과하기 위해 다양한 책을 탐독했고, 글을 썼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그게 참 쉽지 않았다
논술 시험에서 계속 탈락했다
나름대로 좋은 대학 나와서 어려운 책도 꽤 읽을 수 있다고 자부했건만 요령이 없었던 건지 2년이 지나도록 필기에 단 한번도 붙은 적이 없었다.
이 악물고 '필기 한번은 붙고 포기한다'는 각오를 벼렸다.
그렇게 마의 3년이 지나고서야
난 드디어 필기 통과를 하기 시작했다.
아, 나에게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 싶었다.
가슴 뛸 듯이 기뻤다.
기자가 될 날이 곧 다가오는 듯하였다.
그런데 웬걸,
논술 시험 다음은 카메라테스트인데
카메라테스트에서도 빈번히 떨어지는 것이었다.
지난한 세월 동안 가슴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애써 부정했던 바로 그것.
내 눈.
카메라에 비쳐진 나의 모습은 기자가 아니었다.
강한 조명을 받아 왼쪽 눈은 파르르 떨렸고,
오른쪽 눈은 기괴할 정도로 작아졌다.
오죽하면 면접관이 눈에 무슨 시술을 받았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기자는 그 무엇보다 전달력이 중요한데
시청자들은 리포트보다 내 눈에 집중할 것이 뻔했다
'000 채널 000 기자 눈 왜 그런가요?'
'장애인 기자는 처음 보는데 신기하네요'
이런 댓글들이 자연스레 상상되었다
현실의 일부와 맞닿아있는 상상은 꽤 그럴듯한 힘이 있어서 나를 곧잘 주눅들게 만들었다
죽을 듯한 노력 끝에 겨우 필기 시험을 통과했는데
어처구니 없게도 외모 때문에 기자가 되지 못한다니
허탈했다
하지만 오히려 더 미련없이 놓을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알게 되어서일까?
이제 나는 다른 꿈을 찾아 떠나려 한다
그땐 지금보다 더 높이,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