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단 한번은 귀인을 만난다

by 노을여운

귀인(貴人).

귀한 사람을 의미합니다.


귀인이라는 말은 아무에게나 붙이지 않습니다.

운명적으로 나타나 큰 도움을 준 사람한테만 씁니다.

삶에서 단 한 번, 어쩌면 한 번도 못 만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에겐 귀인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이 있나요?


저에겐 있습니다.


21살 대학교 겨울방학 때,

쌍커풀 수술을 하고 이뻐질 생각에 가슴이 설레임으로 부풀어올랐을 때

제 꿈을 처참히 부순 수술을 집도한 의사 이후

그 부서진 눈을 재건해준 의사가 그렇습니다.


말도 못할 만큼 눈이 팅팅 부어있었고,

누가 보더라도 얼굴이 찡그러질 정도로 심각했던 상태였던 제 눈을 거의 정상 상태로 회복시켜주었습니다.


놀람과 충격으로 떨고 있는 제게

아무런 대가 없이 큰 수술을 선뜻 해준 그 분은 은인이십니다.


한 번 뿐이 아니었습니다.

6개월마다 눈이 내려앉아서 매번 그 병원에 가면

마치 딸 같다며 다시 또 수술을 해주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21살 이후로 매년 2번씩 큰 수술을 거쳐왔습니다.


처음엔 호의였겠지만

나중엔 책임감이 크셨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제 눈을 고치려 해주셨고, 그 순간 그 분은 제게 평생 귀인이 되고야 말았습니다.


그 분이 제 삶에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저는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하지 못했을 겁니다.


왜 남들 다 하는 쌍커풀 수술로 나만 고통받아야 하냐고 울부짖었던 때, 더 이상 손 쓸 도리가 없다며 죄송하다고 연신 고개 숙이는 병원 직원 앞에서 절망하던 때, 귀인을 만난 건 무슨 의미일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인생은 모 아니면 도입니다.

모가 단번에 도가 될 수도 있고,

도가 마침내 모가 될 수도 있는 겁니다.


마찬가지로 모든 시련은 양면의 시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좌절하지 마세요.

어딘가에 분명히 있을 나의 귀인 한 번은 만나보고 죽어야 하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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