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중독자 or 헌신적인 아빠
아빠는 순한 사람입니다
집-회사-집-회사를 반복하는 일상을 묵묵히 사는 사람입니다
집안일을 도맡아하는 등 가족에게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합니다
제가 초등학생 땐 전교 회장 선거에 나간다고 했는데 아빠가 선거 운동 물품을 만들어준 기억이 납니다
중학생 땐 학원이 매일 10시에 끝났는데 아빠가 매일 데리러 온 기억이 납니다
고등학생 땐 집에서 1시간 반 거리의 학교를 매주, 혹은 매달 데리러 오고간 기억이 납니다
저는 아빠랑 비슷한 구석이 많아서 아빠에게 동질감과 연민 그리고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빤 가끔 욱합니다
아직도 설마 코인 투자를 하고 있냐 물었을 때,
코인 투자 제발 하지 말라고 말릴 때,
아빠는 때리는 시늉을 하며 '씨...'라고 중얼거립니다
모든 사람이 한 단면만을 갖고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아빠의 이런 모습도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코인이란 아빠의 역린이구나, 아빠의 자존심이구나 생각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단전에서부터 올라오는 쎄한 느낌은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코인이 뭐길래?
그깟 코인에 화를 버럭버럭 내는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어서,
어떻게 대해야 할 지 알 수 없어서 한동안은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아빠에 대한 적대심만 남아있습니다
아빠는 순하지 않습니다
집-회사-집-회사의 반복되는 일상을 묵묵히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니라
더 자극적인 도파민을 위해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사람입니다
집안일을 도맡아하면서 엄마와 우리들의 눈과 마음을 속이고 있습니다
이제는 자꾸 그렇게밖에 생각이 되지 않습니다
모든 것에는 원인이 있습니다
이 지독한 감정은 언제 시작이 되었던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