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고비, 그리고 다시 또 위기

by 노을여운

그동안 수없이 많은 위기들이 있었습니다



아직 저희들이 너무 어렸을 때,

아빠는 첫 사고를 쳤더랬죠

주식으로 당시 아파트가 넘어갈 정도의 큰 빚이 생겼습니다

엄마는 처음 겪는 상황이 너무 무서웠고, 또 두려웠다고 합니다

이혼은 꿈도 못 꿨었죠

게다가 시댁에서도 달려와 도움을 준 덕에 엄마는 피눈물 흘리면서 참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작은 불을 발로 즈려밟는다고 하더라도 불씨가 남아있듯이

근본적인 대책 없이 미봉책으로 위기를 봉합하고, 숨기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아빠는 이후에도 계속 주식 투자를 해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두 번째 위기는 제가 성인이 되었을 때 찾아왔습니다

아빠는 당시 코인이라고 불리던 것에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엄마, 그리고 저 조차도 코인이 뭔지 잘 몰랐습니다


아슬아슬한 나날들이 반복되던 중,

엄마는 과거의 기억이 떠올라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떼봤다고 합니다

그런데 엄마 모르게 아빠가 부동산 담보로 대출을 받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배신의 기록

숨통을 죄여오는 부채의 정황


엄마는 숨이 안쉬어졌다고 합니다

부동산 담보 대출로만 몇 억이 있었습니다

또 아빠는 진작에 회사를 그만뒀는데 다니고 있다고 속였습니다

아침 일찍 나가서 저녁 늦게 들어오는 패턴을 유지하면서 가족 모두를 속인 겁니다

퇴직금도 다 날렸고, 신용대출도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놓고 아빠는 엄마한테 먼저 이혼을 요구했습니다

자기는 시골에서 살면 된다면서 집 팔아서 빚을 갚자 했습니다

엄마는 그럼에도 이혼만은 안된다며 아빠를 설득하고 만류했습니다

저는 엄마보고 제발 이혼하라고 했지만 엄마는 그 당시에도 가정을 깨고 싶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가정,

허울뿐인 가정인데 말이죠

금방이라도 '쨍'하고 깨질 아슬아슬한 가정인데 말이죠

쇼윈도 가정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럼에도 엄마의 평생의 꿈이 정상적인 가정을 이루는 것이었기에 이번에도 엄마의 몫은 인내하는 것밖에 없었습니다

위기의 목격자로서 저는, 이때 당시가 너무 후회됩니다



세 번째 위기는 얼마 전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일 전에 몇 달 전 저는 위기가 발생할 것을 알고 있었다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작년 10월, 아빠는 코인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3~5천만원을 빌려달라고 카톡을 했습니다

저는 너무 어이없고 무서워서 못 빌려주겠다고 했지만 아빠의 가스라이팅, 협박에 못 이겨

돈 잃는 셈 치고 1천만원을 빌려주었습니다


그때 엄마에게 말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저 또한 가정에 대한 미련이 있었던 건지,

엄마한테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게 가정을 위하는 길인 줄 알았습니다

엄마의 실수에 이어 저 또한 실수를 했습니다


살면서 실수는 누구나, 여러 번 할 수 있지만 어떤 실수는 평생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되어

인생을 갉아먹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번에도 뭔가 이상한 정황을 느낀 엄마는 또 등기부등본을 뗴봤더랬죠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1억이 넘는 채무가 있었습니다

이게 뭐냐고 추궁하니까

그제서야 아빠는 골프가방 안에 편지를 써뒀다며 읽으라고 말하며 도망치듯 집을 나섰습니다


편지 내용은 가관이었습니다

이번 직장도 때려치운지 오래였고, 회사 다니고 있는 것처럼 속였습니다

신용 대출, 카드 돌려막기, 현금 서비스 뿐 아니라 시골 땅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면서

총 3억이 넘는 빚을 지고 있었던 겁니다


모두 엄마, 저, 동생 몰래 감쪽같이 속였습니다


편지를 보는 엄마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해지는 것을 봤습니다

마치 추워서 장작불 가까이 얼굴을 쬐고 있지만, 그 열기가 너무 뜨겁고 고통스러워 얼굴이 일그러진 표정이라고 할까요


이번에도 위기의 목격자로서 저는, 이번에야말로 단호해지기로 결심했습니다.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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