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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윰 에디터 Feb 05. 2020

한 평생 하늘을 사랑한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영화 '마녀배달부 키키' 스틸컷     © 네이버 영화

20세기 영화사는 일본의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를 빼놓고 논할 수 없다. 할리우드의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는 미야자키 하야오를 존경한다 표하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추천을 통해 미야자키에게 공로상을 수여하였다. 디즈니 픽사의 수장 존 라세터 또한 미야자키 하야오에 “월트 디즈니와 함께 애니메이션의 역사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사람”이라며 찬사했다. 또한 "그의 영화를 보고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미야자키 하야오는 그저 움직이는 그림 수준이었던 모션 그래픽을 ‘영화’라는 단계까지 올려놓은 장본인이자, 일본 애니메이션을 전세계를 대표하는 제페니메이션으로 만든 1등 공로자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모방할 수 없는 스토리텔링의 감각과 비전을 통해 애니메이션을 제작해왔다. 주목할만한 건 그의 필모그래피에 나타나는 공통된 특징인데, 바로 상당수의 작품들에 비행기와 비행이라는 요소가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1984), ‘천공의 성 라퓨타’(1986), ‘마녀 배달부 키키’(1989), ‘붉은 돼지’(1992),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그리고 가장 최근 작품인 ‘바람이 분다’(2013)까지 작중 인물들은 비행기 조종사이거나 이를 만들 줄 아는 사람들이며, 전투신도 지상이 아닌 하늘에서 비행기와 제트기를 통해 이루어진다. 또한 작중에 등장하는 비행기 대부분을 그가 디자인했다.

영화 '붉은 돼지' 스틸컷     © 네이버 영화

특히 ‘붉은 돼지’는 세계 대전이라는 암흑과 광기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늘을 나는 돼지를 주인공으로 앞세워 미야자키 하야오식 낭만을 표현하는데 성공하였다. 즉 그에게 하늘과 비행이란 개인을 구속시키는 사회에서 벗어나, 열망하던 자유를 실행하는 장치이자 공간인 것이다. ‘붉은 돼지’는 벗어나고픈 현실의 도피처가 되어주는 낭만이라는 감정을 함축함으로써, 평단의 호평과 대중들의 마음을 모두 사로잡은 애니메이션 명작 중 하나가 되었다.

영화 '붉은 돼지' 스틸컷     © 네이버 영화

미야자키 하야오가 이렇게 비행기 ‘덕후’가 된 것은 그의 성장배경과 관련이 있다. 그의 아버지는 일가가 경영하는 ‘미야자키 항공흥학’의 공장장이었고, 소년시절 미야자키의 손에는 언제나 항공모형과 탱크 장난감이 들려 있었다고 한다. 1977년, 일본에서는 스타워즈의 영향으로 우주선과 비행기 열풍이 불었다. 아는 프로듀서의 추천으로 미야자키는 애니메이션 드라마의 감독으로 발탁됐고, 연속 시리즈 ‘미래소년 코난’(1978)에서 혼자서 10회를 만들어내는 대활약을 펼쳤다. 작화감독이었던 오오츠카 야스오는 “말도 안되는 괴물이 나타났다.”고 회상했다. 미야자키가 스토리 뿐 아니라, 전투기구나 항공모형에 대한 기발한 연출이 끊이지 않자 오오츠카는 어떻게 이런 것을 착상했냐고 물어보니 미야자키는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서 저절로 나오니 어쩔 수 없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미래소년 코난은 그의 성장 환경으로부터 기인한 첫 결과물이자 미야자키 하야오가 애니메이터로서 가져야 할 세계관을 완성하게 된 계기가 되어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1985년 스튜디오 지브리를 설립하였고, 이 곳에서 본격적인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을 표현하게 되었다. 그렇게 ‘천공의 섬 라퓨타’를 기점으로 하늘을 나는 주인공들을 필두로 하는 미야자키식 모험활극이 시작되었고, 그의 위상과 영향은 20세기부터 현재까지 통틀어 누구도 어깨를 견주지 못할 만큼 새로운 경지로 올라서게 되었다.

영화 '천공의 성 라퓨타' 스틸컷     © 네이버 영화

소년시절부터 80세를 앞둔 지금 이 시점까지, 한 평생 하늘을 사랑했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그러나 그는 거장이기에 앞서 슬프고도 아름다운 감정을 품위를 잃지 않는 조종사들과, 비행기를 둘러싼 구름을 통해 표현해온 사랑스러운 낭만주의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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