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바랬어도
바랬던 게 아닌
내 곁을 스쳐간 그 사내와
오늘 내가 앉아있었던 자리
절에 가
당신의 남자와 당신의 딸의
영생을 빌겠다고
떠난 나의 어머니
유난히 소란스럽고
쿵쿵 대던
자리를 떠나
들어온 집엔
덩그러니 놓여져있는 화초 하나
그 자리
누군가 죽은 대신에
자신이 피어난지도 모르고
어느새 내 쇄골 끝자락만큼
자라난 두 장의 풀포기
나는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을
혐오한다
떠나고 싶다
동기들을 만나 걸쭉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앞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떠나는
인생의 허용들
인생적 허용
허락된 순간들이 그립다
그리운 것이 바라는 일은 아니다
내가 너를 바래서 만난 것이 아니듯
비가 내릴 듯 말 듯 하는 찝찝한 날씨가
퉁하고
빈 소리를 내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