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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윰 에디터 Feb 01. 2021

빈 곳에 비가 와

그토록 바랬어도
바랬던 게 아닌

내 곁을 스쳐간 그 사내와
오늘 내가 앉아있었던 자리

절에 가
당신의 남자와 당신의 딸의
영생을 빌겠다고
떠난 나의 어머니

유난히 소란스럽고
쿵쿵 대던
자리를 떠나
들어온 집엔
덩그러니 놓여져있는 화초 하나

그 자리
누군가 죽은 대신에
자신이 피어난지도 모르고
어느새 내 쇄골 끝자락만큼
자라난 두 장의 풀포기

나는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을
혐오한다

떠나고 싶다

동기들을 만나 걸쭉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앞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떠나는
인생의 허용들

인생적 허용


허락된 순간들이 그립다
그리운 것이 바라는 일은 아니다
내가 너를 바래서 만난 것이 아니듯

비가 내릴 듯 말 듯 하는 찝찝한 날씨가
퉁하고
빈 소리를 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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