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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윰 에디터 Feb 07. 2021

나는 오늘 망자가 된다

먹는 게 일이 되고 사랑이 일이 되는 순간 실패자가 된다. 하루가 다르게 변덕을 부리는 나에게 실패자는 할 만한 직업이었던 것이다.

S#34. 죽으려고 올라간 머릿돌 

죽기 전 주마등? 어릴 적 홍역을 앓아 가지 못했던 63 빌딩에 아직도 가보지 못한 게 후회라는 거구나.

"나는 이제야 안다." 따위의 익숙한 어구를 내 입으로 뱉어내게 되는 게 문학이라는 거였다니. 영수증에 중요한 시상을 적었던 기억은 결국 우리 할머니가 할아버지의 축축한 잠옷 때문에 집을 나가 동네를 스무 바퀴 즈음 돌다가 집에 다시 들어왔던 것처럼 쓸모없었지.

S#35(엔딩). 머릿돌 위에서 그대로 낙하

세상에 죽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지. 살고 싶어서 죽는 거라고 생각해. 인간은 죽어서야 평등해지는 거야. 그런 얘기는 현대인들에게 트리거라고. 그렇다면 음소거. 오늘도 현대에서 제철을 만들다 현지 아빠가 그대로 바닥에 머리를 박아 죽었대. 그 사람에게 제철이라 하면 본디 세상의 전부였을 거야. 노동자는 출근날이 확정되자 기쁨에 생전 먹지도 않던 머리 고기를 사다 깊게 데쳐 처자식과 나눠먹었겠지


그렇게 각주처럼 전한 작별인사.
어제는 완벽했고 오늘은 초라한 내가 당신을 위로할 방법이 별안간 추락밖에 없었던 것이다.


- 커튼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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