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이나 뚜껑을 열어 확인해보는 등갈비찜. 제주도 바닷바람 같이 피곤한 싸움판 씨름판. 바닥을 보이면 혼자 거닐던 홍제천 돌 길. 그러다 나를 키워낸 여자들이 보내주는 기라성 하나. 다시 돌아온 이 곳에 오랜만에 모인 그때 그. 돌아올 수 없는 건 내 성을 쓰는 또 다른 사람. 어쩐지 어릴 적 맡은 머루나무 시음. 평범하게 요리하는 여인들과 평범하게 죽어가는 노인들. 생명의 태동에서 애매하게 각자의 자리를 여전히 지키고 있는 이 사람들. 나는 언제나 사람에 대해 글을 써왔다 지지 않는 하늘에 편지를 써왔다. 50이나 살면 우울해져. 부활의 소나기, 김정호의 하얀 나비, 박상민의 중년, 버림받은 아이. 어른 아이. 며칠 후면 아득해질 뜨거운 과거. 그 아랫목에서 나는 추운 사람이 더욱 아니었다. 아지랑이 같은 구정. 다시 돌아온 나는 천국 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