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의 공터는 빈 상자와 닮았다
빈 상자는 내 눈과 닮았다
굵게 그려진 가장자리와 대충 칠한 속내
속내를 알 수 없는 건 12월의 거리를 홀로 활보했기 때문
축 늘어진 내 언니 객사한다 객사한다
술 취해 눈을 밟고 지나간 내 밤의 환상길
저 멀리서 박스같이 버려진 내 언니
머리와 몸이 나누어진 우리네 속사정
재활용도 안 되는 오물을 1월의 눈에 묻고 나온 지 3년
공터는 空하기 위해 만들어진 空이었던 거야
속내를 알 수 없던 건 언니의 개가 박스를 먹어 치우다 걸렸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