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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윰 에디터 Feb 13. 2021

당신이 다시 땅으로 돌아가는 날에

당신이 곧 떠날 것 같은 소리가 들리웁니다
그것은 짹짹도 아니고 꽥꽥도 아니고
퍽이나 고요한 음성입니다
진동과 비슷한 소리라 그것이 가슴 위에서 울리면
별안간 갈라지는 듯 따끔합니다
불안이 내 머릿속을 걷어내는 동안
그대를 세상에 두기 위해 손을 어물쩡 뻗어 닿아봅니다
버스 맨 앞자리에 앉아 서울 구석구석을 당신과 돌아다니던 때와, 발품을 팔아 한복을 맞춰준 그 날의 그 시간에

저는 당신이 누군지 잘 몰랐습니다. 어리석게도 평생 곁에 둘 수 있는지 알았지요.

곧 당신이 땅으로 돌아가는 날에 이 대지는 보랏빛으로 물들 것입니다. 구태여 비가 오고 눈이 온다 해도요.

그대가 자연이 되는 날에 저는 할미꽃을 들고

산으로 바다로 당신을 보러 떠날 것입니다.

그렇다면 전 그대와 함께 있는 것입니다. 제가 밟고 있는 땅은 그대의 숨과 같이 호흡할 것이라 감히 예상합니다. 그렇게 그대와 함께하겠습니다. 내 약속 지키기 위해 대지 위에서 끝까지 살아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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