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얘기를 꺼내도 될까?
카톡-
"얘들아 언제 시간 돼?
내 남자친구랑 같이 한 번 보자."
민정이 운을 띄웠다.
신현주, 하민정, 김수연
고등학교 1학년 때 결성된 트리오는
10년 넘게 견고했다.
압구정동, 청담동에서 나고 자란 셋은
재수 끝에 비슷한 인서울 명문대를 졸업했고
서로 다른 대기업 계열사에 취업했다.
비슷한 동네에서 나고 자라
비슷한 삶의 주기를 지나왔기에
언제 봐도 관심사가 맞는 친구들이었다.
"오 웬일이야 남자친구를 다 소개해주고?"
"그러게. 도훈 오빠가 진짜 마음에 들었나 봐?"
남자친구를 소개해준다는 민정이의 말에
현주는 반가운 듯 대답했지만
내심 불안하고 초조했다.
셋은 오래 알아온 사이지만
남자친구를 소개하는 자리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연애기간으로 따지면 우리가 제일 오래 만났는데...'
대학생 때부터 3년 넘게 사귄 현주였지만
남자친구를 처음 데려오는 자리는 민정이가 선두를 꿰찼다.
'설마 결혼이라도 하나?'
금요일 저녁
일주일 중 가장 경쾌해야 할 퇴근길 발걸음이
조급한 듯 불안해 보였다.
시청역에서 서둘러 왔으나
약속 장소인 강남역에 가장 늦게 도착했고
음식점에 이미 와 있던 셋은 현주를 보고
반갑게 아는 체를 했다.
익숙한 두 얼굴보다도
민정의 남자친구 도훈에게 먼저 시선이 갔는데
선하고 밝은 인상이 훤칠해 보였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민정이 남자친구 김도훈이에요."
부드럽지만 울림이 있는 목소리
성우 같다는 인상을 풍겼다.
식사가 나오고 한술 두 술 뜨기 시작하자
민정은 도훈과 눈빛을 주고받더니
이윽고 말을 꺼냈다.
"얘들아. 나 결혼해!"
"뭐? 야 축하해. 대박!"
"어쩐지 같이 자리에 나오더라니"
"우리 중에 민정이가 스타트를 끊는구나!"
현주는 민정과 도훈이
진정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 생각했고
진심으로 이 둘을 축하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 숨겨 뒀던
조그맣던 불만과 불안이
커다랗게 날 서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 민정이 어디가 좋은데요?"
"처음 봤을 때부터 이 사람이라고 느꼈고
그만큼 모든 게 빠짐없이 좋았어요."
여자의 친구들을 만나면
필히 거쳐야 할 관문도
도훈은 부드럽게 통과했다.
소개팅으로 만난 지 세 달 만에
결혼 준비에 돌입한 민정을 두고
현주는 그간 흘려듣던 말이 잔뜩 떠올랐다.
"결혼은 다 때가 있어.
결혼할 때 만나고 있는 사람이
진짜 결혼할 사람인 거야."
"1년 차 때 대부분 헤어져요.
그때도 넘겼다 하면 결혼하는 거고,
아니면 그때 새로 만난 사람이랑 결혼하는 거고."
"연애 오래 하는 거 자랑 아니다.
연애 오래 한 사람들 특징이 뭔지 알아?
그다음 사람이랑은 금방 결혼하는 거."
현주는 불안하기를 넘어
조금씩 화가 나기 시작했고
분노의 대상이 자신인지, 민우인지, 세상인지 헷갈렸다.
'더는 찜찜해서 안 되겠어.
민우 오빠도 결혼 생각이 있는지
나랑 결혼 생각이 있는 건지
대놓고 물어봐야지 안 되겠어.'
주말 데이트를 향한 각오를 다지며
눈앞에 스테이크를
벅벅 썰어나가는 현주였다.
- 6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