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가 궁금해 (24) 세계 6번째, 최대 규모...스벅 '맛보다 멋'
시카고에 또 다른 명물이 하나 더해졌다. 시카고 번화가 3만 5,000 제곱피트(약 980평) 5층 건물에 들어선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시카고’(Starbucks Reserve Roastery Chicago)가 그곳. 시애틀-뉴욕-밀라노-상하이-도쿄에 이어 전 세계 6번째 리저브이자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이곳이 지난 15일(현지시각) 오픈했을 때, 새벽부터 1,000여 명이 넘는 각지 사람들이 ‘첫 입장’을 위해 장사진을 이뤘다.
안 가볼 수가 없었다. 지인들을 채근해 일주일 전부터 ‘가자’하고 약속을 잡고 드디어 그날, 지난 16일 오픈 이틀째 형이 운전하는 테슬라에 몸 싣고 #오랜만 다운타운을 갔다. 가면서 #SpotHero로 주차장 예약.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인근 ’TGI 프라이데이’ 발릿 파킹. 오후 1시 30분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17불. #다운타운주차는스팟히어로가갑
줄 설 것은 예상했지만, 리저브 매장 돌아 뒤쪽도 아니고 그 옆 콘래드 호텔 뒤쪽까지 늘어선 줄. 추웠다.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우리도 덩달아 신났다. 50여 분 줄을 서고 마침내 입장.
잘 꾸며놓았다. 커피 박물관? 혹은 커피숍의 미래? 스타벅스 욕심이 과욕이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는 공간이었다.
리저브 로스터리는 다운타운 유명 쇼핑 거리인 미시간 애비뉴(646 N. Michigan Avenue)에 있다. 오랜 역사의 가구점 ‘크레이트 앤 배럴’(Crate & Barrel)이 있던 곳이다. 주변 버버리 등 유명 브랜드들과 이웃하고 있다.
(이날 리저브 일대에서는 '트럼프 아웃' 시위가 벌어졌다. 파시즘 트럼프/펜스 물러가라는 시위. 일부는 박수도 쳤지만, 대부분 스타벅스 입장에 눈이 팔려 있었다. 자전거 탄 경찰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 #시카고는트럼프를싫어해)
일단 규모가 장난이 아니다. 1층부터 4층까지 층별 주제를 정해놓고 그에 맞춰 실내장식과 상품 구성, 직원 배치 등을 해놓았다. 1층은 일단 맛보기. 종류별 커피와 스타벅스 기념품 등을 살 수 있다. 앉을 곳이 제일 많은 2층은 이탈리아 베이커리 업체 ‘프린시’(Princi)의 다양한 빵과 함께 피자와 샐러드, 파스타, 그 외 디저트를 이용할 수 있다. 스타벅스는 지난 2016년 이 업체에 투자해 이탈리아 밖 프린시 매장 운영권을 확보했다.
3층은 ‘세상 모든 커피를’ 종류별·브루잉 별로 경험할 수 있는 이른바 ‘체험 바’(Experiential Coffee Bar). 사이펀(Siphon), 포어오버(Pour Over), 케멕스(Chemex) 등 추출방식별 가벼운 맛부터 진한 맛까지 직접 맛볼 수 있다. 바리스타가 손님 앞에서 직접 커피를 내려주는 것도 볼거리. 관련 내용을 알려줘 공부는 덤이다. 이곳에서만 제공한다는’ 액체형 질소 젤라토’는 다음에 먹어보기로.
4층 왼쪽에는 술을 마실 수 있는 ‘아리비아모 칵테일 바’(Arriviamo Cocktail Bar)가 있다. 유니온 스탁(Union Stock), 레이크 쇼어(Lake Shore) 등 시카고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칵테일이 인상적이다. 이곳을 이용하려면 입구에서 예약을 해야 한다. 최대 1시간 기다려야 한단다. 안 마셨다. 다른 한쪽에서는 배럴(숙성통)에서 숙성시킨 커피(Barrel -Aged Coffee) 등을 즐길 수 있다.
5층은 루프 테라스로 이용될 예정이다. 아직 오픈 전이다.
이곳, 볼거리도 풍성하다. 역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건물 전체를 관통하는 높이 17미터(56피트)의 캐스트 스탠드(Cask Stand). 청동색 관 8개로 구성돼 있다. 3층 입구에서 만난 매장 직원의 말. “1층에서 로스팅된 원두가 이곳에 보관돼 투명한 관을 통해 종류별, 층별로 분배돼요. 강한 압축을 이용해 원하는 곳에 배출하는 방식입니다.” 실제 천장에는 각 원두통으로 연결된 파이프들이 송유관처럼 놓여있다. 여기저기서 압축분사방식으로 원두를 채워 넣고 있다.
4층 캐스트 스탠드 꼭대기에 트리 오너먼트처럼 부착된 ‘리저브’ 로고도 놓쳐선 안 될 볼거리. 이미 그 앞은 인스타그램 ‘인증샷 명소’로 떠올랐다. 크리스마스트리 같기도 하고, 교회 첨탑 같기도 한 묘한 느낌.
커피의 시작이랄 수 있는 대형 로스팅 기계는 1층 입구 정면 쪽에 놓여있다. 이처럼 내부에 로스팅을 포함해 ‘리저브’라 불린다. 직원이 갓 껍질 깐 원두 속살이 로스팅을 거쳐 검은 커피 빈으로 바뀌는 과정을 설명했다. 로스터기, 꽤 비싸 보였다.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원형식 에스컬레이터는 회사 측에 따르면, “중서부 최초 곡면 에스컬레이터”이다. 캐스크 스탠드를 볼 수 있도록 한 배려인데, 올라가는 내내 동영상 촬영하면 결과물이 일품이다. 계단 이용하지 말고 입구 오른편 에스컬레이트를 꼭 이용하자.^^
각 층 벽면도 유심히 살피면 건질 게 많다. 대표적인 게 1층 각 커피 브랜드로 새겨놓은 ‘CHICAGO’ 글자, 4층 오른쪽 공간 벽면에 부착된 시카고 기반 거리 예술가 ‘몰리 자크라섹’(Molly Zakrajsek)의 벽화(‘Radiant Reverence’)와 전 세계 6개 리저브 소개 액자 등이다.
스타벅스가 시카고에 감사를 전한 ‘헌사’도 4층 벽에 있다. 글귀가 제법 감동적이다. 스타벅스가 시카고와의 오랜 인연을 강조하며, ‘잊지 않고 있다. 감사하다’ 전하는 내용이다. 스타벅스는 1987년 시카고에 시애틀 밖 첫 매장을 운영했다.
이와 관련, 15일 개점행사에 참석한 케빈 존슨(Kevin Johnson)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는 “왜 시카고냐”는 기자들 질문에 “역사를 통해 스타벅스는 시카고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다”며 “스타벅스는 30년 전 시카고의 퍼시픽 노스웨스트 외부에 최초 스타벅스 커피숍을 열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항상 새로운 장소에 가면 궁금한 게 화장실. 요즘 트렌드다. 다운타운 리모델링한 맥도널드도, 버논 힐 새로운 몰에 들어선 쉑쉑버거도 그렇고, 여기 리저브도 그렇더라. 넓고 럭셔리한 화장실. 반면 한 사람이 점유하면 무한 대기해야 하는 상태. 층마다 화장실 있다고는 하지만, 공간을 비효율적으로 쓰는 거 아닌가, 볼 때마다 생각. 여긴 그래도 1인용 규모 작은 화장실도 하나 더 딸려있다.(여자 화장실은 모르겠다.)
물건 값은 비싸다. 바리스타가 “다른 스타벅스에서는 맛볼 수 없다”라고 추천한 판테온 블렌드 빈티지 2019(Pantheon blend vintage 2019. 브라질·파나마·콜롬비아 원두 브랜딩) 작은 거(tall) 2잔이 12달러이다. 1층 기념품 코너에서 파는 스벅 앞치마는 150달러. 칵테일 16~18달러. 리저브 로스터리 매장은 하루 평균 손님 8,000명이 찾고, 한 사람이 일반 스타벅스 매장의 3~4배 돈을 쓴다는 게 스타벅스 측 설명이다.
월~목요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 금요일 오전 7시부터 자정, 토요일 오전 8시~ 자정, 일요일 오전 8시~오후 10시까지 문을 연다.
시카고에 오면, 볼 게 하나 더 늘었다. <박영주 기자>
*이 글 상당 부분은 뉴스1(http://news1.kr/articles/?3771507)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