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도시 살생부>를 읽고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바로 이 문장 때문이다. 지방의 위기가 곧 모두의 위기지만 대부분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리 외쳐봤자 다들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아니면 외면하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 책과 <전라디언의 굴레>를 읽어보길 권한다.
지방의 위기는 지방만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 말이다. p.6
사실 나 또한 서울에서만 살았고 기껏해야 온양에 1년 살았던 게 지방 생활의 전부였다. 심지어 여행도 거의 다녀본 적이 없으니 지방에 대한 인식은 최하위라고 보면 된다. 책을 통해 지방에 대해 공부를 해온 게 전부이기에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필요했다. 예전에 <전라디언의 굴레>를 읽고 독서 모임을 했을 때 도움이 됐고 <지방도시 살생부>는 부동산 문제 인식 덕분에 읽었고 동시에 마강래 교수님 책을 전부 읽었었다. 지금은 또 시간이 지나 지방 문제가 더 심각해졌는지 혹은 개선할 수 있는지 등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시 듣고 싶어 이 책으로 다시 모임을 하게 됐다.
이 책은 내가 독서 모임을 하고 싶어서 선정했다. 지방 문제에 대한 인식 전환도 필요하고 사람들이 지방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서다. 지방 문제가 단순히 지방에만 국한되지 않고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임에 틀림없다. 어쩌면 기후위기와 비슷하게 사람들이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당장 나에게 미치는 영향이 없으니 외면하면 편하게 살 수 있다는 생각말이다. 마치 시한폭탄을 서로 주고받으며 나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대도시 쏠림현상으로 인해 얻는 이익보다, 지방의 공동화를 치유하는 데 드는 비용이 훨씬 크다. p.15
지방도시의 인구감소와 쇠퇴 조짐은 1990년대 중반부터 나타나기 시작, 본격적으로 논의가 진행된 건 2006년 정도부터다. p.47
가장 근본적인 위기는 '지방 소멸'이라는 단어가 말해주고 있다. 바로 지방에서 인구가 감소하는 현상이다. 사람이 살지 않으면 당연히 그곳은 속된 말로 죽은 곳이 되어버린다. 지방의 위기는 사람이 빠져나간다는 사실이고 그런 현상은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였다고 한다. 실제로 이것이 문제라고 인식한 상황도 꽤나 시간이 지나 서다. 지금은 그 현상이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해지지 않았다. 서울 인구가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인근 지역으로 빠져나갔을 뿐 서울에 근접해서 살아가고 있다.
도시 쇠퇴의 진정한 원인은 일자리 p.65
일자리 외에도 정말 여러 원인이 있지만 가장 주요한 원인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일자리 자체가 없다기보다 일자리의 질이 떨어진다고 표현해도 무방하다는 생각이다. 그와 더불어 특정 산업이 대부분의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다양성이 없었기 때문에 상황 변화에 맞춰 살아남을 가능성이 떨어졌다. 물론 특정 산업이 대부분의 일자리를 차지하고 그대로 유지된다면 그와 더불어 서비스업이나 다른 일자리가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지만 이제 AI가 세상에 나온 이후 일자리의 생존 여부는 안갯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런 시대에 안일하게 하나의 산업을 유치한다고 얼마동안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까 싶다.
위기의 원인이 일자리인 건 맞지만 인구가 줄어든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줄어든 인구 내에서 위기를 타개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어쩌면 위기의 원인을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저출생이 문제라고 했지만 이건 명확한 사회현상이다. 지금부터 극적으로 바뀔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거다. 그렇다면 문제는 노동 인구 축소가 된다. 노동 인구가 축소되고도 문제가 생기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저출생 또한 그대로 둘 수 없는 사회적 문제이기에 좀 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대안을 찾는 것 또한 놓지 않아야 한다.
지방 중소도시는 산업단지 유치를 일자리 정책으로 한다.
거의 대부분의 지방 중소도시는 예전에 했었던 방식대로 일하는 형태를 바꾸지 않았다. 대책 또한 과거의 영광을 계속해서 생각하며 산업단지 유치만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단발성 대책에 불과하지 긴 안목을 가지고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어떤 문제 하나만 푸는 게 아니라 여러 측면에서 다양한 대책을 동시에 실행해야 하는데 어떤 항목이 있는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아무래도 정치와 경제가 지방에서 가깝게 지내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을 무시할 수 없다. <전라디언의 굴레>에서도 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니 참고하면 좋겠다.
이미 기득권으로 지방에서 자리 잡은 사람들이 정치권까지 진출해 지방의 예산이나 새로운 산업을 자신들 배 불리는데 이용만 하고 지방 도시를 살리는 건 뒷전이다. 게다가 새로운 사회적 흐름과 반대로 가거나 배우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그나마 지방세를 많이 낼 수 있는 50세 이하 인구 구성원이 정치 쪽 진출하기도 너무 어렵다. 가장 나이가 어린 정치인이 50세가 이미 넘은 상황이니 말이다.
조그만 도시에 맞는 일자리 육성이 필요하다, 대규모 체인점에 대한 규제 강화 p.226
도시를 압축하는 것만이 살 길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그 외에도 어떤 대책이 있을 수 있을지 논의해보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AI시대에 일자리를 AI가 대체하고 사람들은 일을 적게 해도 된다고 하는데 그런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지방에서 먼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사람들이 시간이 생겨서 뭔가 새로운 걸 할 여력이 만들어진다. 기존에 지방 거주하는 사람들의 생활을 바꾸면서 스스로 일자리나 문화를 창출할 기회를 만들어주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실제 독서모임에서 나온 책을 이야기하고 싶다. <탈성장 개념어 사전>이라고 해서 지금의 신자유주의로 가득한 세상이 더 이상 지속되기 힘들고 지방 위기도 도시로 집중되는 상황 때문이라는 결론이었다. 그래서 조금씩 다른 형태의 삶을 대안으로 시도해 볼 수 있는데 그런 예시로 이 책이 적합해 추천받게 됐다.
결국 지방의 위기를 모두의 위기로 받아들이고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데 아직도 모두의 위기라고 받아들이지 않고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리고 중앙집권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보다 이제는 지방에 중심을 두고 변화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할 때다. 지방에서 생활하거나 지방을 잘 아는 사람이 중앙에 더욱 드물게 됐다. 이미 중앙에 머문 지 너무 오래됐고 지방과의 연결고리가 없는 상황에서 얼마나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고 시행할 수 있을 것인가 의문이다. 그렇다면 지방에서 애정을 가지고 변화를 실현하려는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를 만들고 직접 실행할 수 있도록 힘을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