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의 순간>, <일에 마음 없는 일>을 읽고
두 책의 저자는 바로 '인스피아'라는 뉴스레터를 21년부터 25년까지 발행한 김지원 기자다. 오랫동안 구독했던 독자로 팬심에 힘입어 저자 섭외에 성공하고 환호를 부르며 신나게 두 책을 같이 읽었다. 책의 내용도 당연히 훌륭했지만 저자를 만날 생각에 신나서 적어본다.
처음으로 의도를 가지고 메모를 시작한 때는 모르긴 몰라도 책을 읽고 마음에 꽂힌 문장을 적기 위해서였을거다. 지금까지 일기랑 노트를 보관하고 있다 보니 오래전 문장을 적어놓은 노트도 가끔 들여다보게 된다. 10년 전에 읽었던 책에서 뽑은 문장과 그 아래 적힌 내 감상을 보다 보면 시간은 흘렀지만 여전히 같은 사람이라고 느껴지는 문장을 맞닥뜨린다.
회사 생활을 시작한 이후, 나의 생산성을 높이고 흘러가는 정보를 꾹꾹 눌러 담기 위해 메모를 했다. 실제로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었고 습관이 되어 메모를 하지 않아도 나만의 시스템을 구성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일에 잘하고 싶어서인지 일하는 나와 일하지 않는 내가 만날 수 있는 노트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회사에서 쓰는 노트와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노트를 구분해서 썼었다.
마음속에 글이 차올라 뭐든 그냥 간절하게 쓰고 싶어 졌던 건(p.39) 좋은 글이나 책을 누군가에게 소개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었다. 아예 글 자체를 써보지 않다가 연습을 거듭한 이후 부동산이나 육아와 관련된 이야기는 마음속에 글이 차올랐던 시기다.
회사를 그만두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일로 단절되어 있던 두 자아는 접점이 생겼다. 책을 읽는 순간 무엇인가 수면 위로 튀어 오르기도(p.147) 하고 일을 하는 순간 무엇인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겨났다. 생각이 튀어 오르는 순간을 만들기 위해 책을 읽거나 사람을 만난다. 저자 또한 책이든 무엇이든 기본적으로 써먹을 수 있는지, 나에게 무언가 흥미로운 생각을 촉발하는지의 효용성 위주로 바라보는 사람이라고(p.163) 말하는데 나 또한 그렇다. 그렇지만 효율성에 매몰되지 않고 산책자와 같은 태도로 보고 살피는데 시간을 충분히 할애하려고 노력한다.
저자의 메모의 순간이 모여 '인스피아'라는 뉴스레터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 일은 대체 어떻게 시작됐고 마무리가 됐는지 <일에 마음 없는 일>에 쓰여 있었다.
내가 왜 '인스피아' 뉴스레터를 읽으면서 신났는지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단문에 지친 사람들을 위한 장문의 글쓰기와 '해찰'이라는 단어 덕분이었다. 나 또한 부동산 분야를 전공하지도, 교육 분야를 전공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 내 위치는 둘을 소비하거나 관계있는 사람들 중에 하나였다. 누가 봐도 전문성이 떨어지고 한계가 명확했다. 그렇지만 마음속에 차오르는 글감은 다른 이야기였다.
수면 위로 떠오른 글을 써서 대중에서 내놓는 건 정말 저자의 말처럼 '기세'없이는 불가능했다. 부동산 강의를 시작하고 그 이야기를 엮어서 책으로 낸다는 건 무모했다. 그렇지만 분명 문제가 있는데 한탄만 하며 시간을 보내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저자의 무모한 마음이 '인스피아'를 통해 전해졌는지 뉴스레터에 실렸던 책을 읽기도 했다. 나도 글에 마음을 실어 누군가의 마음에 닿는 편지가 되게 하고 싶다.
인스피아의 핵심 모티프인 '해찰'이라는 단어는 두 가지 차원에서 해방감을 주는데, 분야에서의 해방 그리고 권위에서의 해방이다. p.64
다만 이처럼 분방한 해찰을 가능하게 하는 필수 조건이 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위치를 알고 한계를 아는 겸손함이다. 그리고 이 겸손함은 호기심, 지적 욕심과 결코 별개의 것이 아니다. 왜냐면 새로운 것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은 기득 지식에만 머무르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p.65
나는 이 '기세'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사실 어떤 것에 관해서 말하든 간에, 세상에 자신만의 관점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무모한 용기가 필요하다. p.72
어떤 어려움이 있든지 간에 그것을 '거대한 구조'의 탓으로 돌리는 대신 자신이 직접 나서서 당장 빠져들어, 그 모든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무시한 채 '그냥' 무엇이든 해보려고 했다는 것이다. 이런 무모함은 그들의 솔직한 문제의식과 어우러져, 아무도 해결하려 하지 않았던 어떤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고 세상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p.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