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짊어지게 된 책임

집은 사고 알게 된 세계 (4)

by 태양이야기

꽤나 오랜만에 부동산에 대한 글을 써볼까 합니다. 부동산 시장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때는 쓸 글도 참 많은데 반대로 조용해지게 되면 부동산 자체에 대한 관심이 없어져서 어떤 글을 써야 할지 고민되더라고요. 사실 제가 쓰고 싶은 것은 부동산과 사회와의 관계, 나와의 관계와 같은 근본적인 내용일 수도 있고 조금은 철학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이에요. 그런데 제가 철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사회학 전공도 아니라 이것저것 쓰기 힘들다고 생각해서 조금씩 천천히 공부하는 중입니다.


그 와중에 요즘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고 어쩌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서 한번 스스로 정리한다고 생각하면서 쓰려고요. 물론 이미 부동산 시장이 안 좋아진지 꽤 오래됐다는 느낌도 있을 겁니다. 작년 초 부동산 투자를 결심하고 매매하신 분들은 투자에 실패했다는 자책과 재정적인 위기로 몸과 마음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것이 많이 느껴져요.


집값이 내려가면서 투자에 실패했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제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어요.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 어떤 수습을 해야 하는지도 감히 할 말이 없습니다. 단지 이런 상황이 다시 생기지 않게 하려면 혹은 아직 부동산에 진입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봤어요. 사실 역사적으로는 다른 나라에서 지금 우리와 비슷한 현상은 벌어졌고 현재 진행형인 곳이 있습니다. 단지 언제 어디에 얼마나 비슷하게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역사를 통한 교훈은 그냥 좋은 말일뿐이죠.


어떤 큰 사회적인 변화 앞에서 개인은 초라해져 버리는 것 같아요.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방법은 문제가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으로 생각되는 사회를 바꾸거나 개인을 바꾸는 방법이 있다고 했을 때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시나요. 저번에 <보통 일베들의 시대>에서도 '불안의 내사화'와 같이 사회적인 상황에 의해 생기는 불안을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압박으로 인해 '능력주의'를 내제화하게 되는 현상을 이야기했었어요. 마찬가지로 아래 글처럼 신자유주의 체제로 전환되면서 문제해결을 개인에게 맡겨버려 책임지게 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 큰 문제라고 느껴져요. 결국 아이러니하게도 이 글의 제목을 '스스로 짊어지게 된 책임'이라고 썼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죠. 사회와 개인이 각각 나눠야 하는데 사회는 실질적인 어떤 대책도 내놓고 있지 못하다고 느껴지니까요.

한국의 경우 IMF 이후 비정규직이 급등하고 소득분배가 악화되었으며, 본격적으로 신자유주의 체제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제니퍼 실바는 그의 책 '커밍 업 쇼트'에서 미국 노동계급 청년들이 성인기로 이행하는 과정에 신자유주의로의 전환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한다. 그는 가난으로 인해 주택 구입, 결혼 등과 같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자립이 불가능해진 청년들이 '개인적인 자아의 성장'에 집중하게 됐다고 말한다. 우울, 불안과 같은 감정을 관리하고 어린 시절의 상처를 서사화하는 등 치료 문화에 몰두하는 것은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성인이 될 수 없는 청년들이 새롭게 '자기다움'을 발견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실바는 청년들이 시장과 국가 같은 강력한 제도를 변화시키는 대신,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는 데에 치중한다고 지적한다. p.219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중에서


여기까지가 저의 사회에 대한 분노표출이라고 한다면 실질적인 저만의 대책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이야기해 봐야겠죠. 여러 문제 상황을 접했을 때 제가 사용하는 유효한 전략입니다. 여러분에게 도움이 될지는 전혀 알 수 없지만 그저 참고해 보시라는 의미로 적어봐요.


1. 문제 현상 파악 (객관적인 분석)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거예요. 문제 파악에 정답은 있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부동산 시장은 여러 가지 요소가 개입하고 있고 단 한 가지의 원인으로 현상이 발생할 수 없습니다. 그저 파악이 가능한 정도라도 적어놔야 나중에 참고할 수 있고 개선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시도해 봅니다.

문제라고 생각되는 내용을 한번 적어볼게요.

- 전 세계적으로 자금이 많이 유통되고 있는 상황 (코로나 전)

- 코로나로 인해 경제가 위축되면서 자금이 묶이게 되어 부동산 시장에 흘러들어 올 자금이 없어짐

- 경기 침체로 인해 건설업 등 많은 분야의 산업이 영향을 받게 됨

- 사람들 또한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효과가 생김


2. 가설 설정


위에 문제 현상을 파악하고 나니 아래와 같은 가설이 생기게 됩니다.

- 코로나와 경기 침체로 인한 불안 요소가 증가함에 따라 주거지 이동에 따른 추가 불안을 감당할 여력이 없어졌다.


3. 적용 결정


위 가설이 맞다면 코로나 상황이 종료되고 경기 침체가 해소되면 다시 부동산 시장이 좋아질 수 있다는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경기가 다시 좋아지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까지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렵지만 제 관점에서 본다면 분양시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게 될 때가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매수 문의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저에게 강의문의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을 때일 수도 있죠. (요즘엔 부동산 강의 문의가 참 적거든요. 심지어 예전에 들었던 수강생들의 매수문의조차 적어요)

결국 집이 지금 없는데 매수하고 싶다면 부동산 시장이 다시 좋아지기 직전에 매수를 하는 방법을 적용할 수 있겠죠. 만약 집이 있는 상황이면 그때 매도를 하고 원하는 집을 매수하는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겁니다. 그전까지는 매도나 매수 모두 하지 않고 기다리는 거죠.


4. 가설 검증


지금까지의 내용을 잘 기록해야 하고 잊지 말아야 합니다. 살아갈 날은 많고 부동산은 죽을 때까지 쫓아다니면서 결정을 필요로 하거든요. 내가 그때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를 알아야 꽤 오랜 시간에 걸친 부동산 결정을 좀 더 현명하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해요. 그리고 부동산을 통한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과연 이것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중간에 그 목표를 변경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다만 목표가 무엇인지 목적지를 모른다면 지도가 있으면 아무 소용이 없겠죠. 길을 찾을 수도 없고 길을 걸어갈 방향성이 없으니까요. 중간에 목표가 바뀌면 다른 길로 가면 되는 것인데 우리는 지도를 찾는데 급급할 뿐 목적지를 설정하는데 굉장히 시간할애를 하지 않는 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중간에 길을 잘못 들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패착입니다.

모든 가능성을 살펴볼 순 없지만 어느 정도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여분의 돈이나 여력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목적지까지 못 가는 최악의 경우에는 그 자리에 있을 것인지 뒤로 돌아서 가볼 것인지 등을 생각해야 하죠. 누구도 목적지까지 가지 못했다고 해서 질책하거나 비난하지 않아요. 오로지 개인의 선택일 뿐이고 개인의 만족일 수 있죠. 누굴 위해 부동산 시장에 진입할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남을 위해서인가 나를 위해서인가. 그리고 자신을 위한 결정이라면 행동해야죠. 여러 길을 거쳐 자신만의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은 해야 하지 않을까요.


부동산 문제는 제가 느끼기에 우리나라에서 특히 정치적으로 사용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어요. 그런 문제일수록 부동산을 가장 앞에 내세운 이야기 뒤에 숨겨진 배경이 무엇인지 궁금해하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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