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가 아니다 안내다.
요즘 SNS가 워낙 발달해 있다 보니, 온갖 공지사항, 주의사항들이 온라인에 아주 자세히 적혀 있다.
직접 보고 구매하는 게 아닌 사전 예약이 보편화됐기 때문에
받아보고 딴소리하는 상황을 방지하고자 온갖 면책조항을 공지사항에 박아두는 가게들이 많다.
꽃하나 사는데 A4 한장이 넘는 안내사항을 읽고 구매해야 한단다.
특히 졸업 시즌, 5월 가정의달에 매우 심하다.
매년 1월 졸업시즌이 시작되면 2월 말, 대학교 졸업이 끝날 때까지 꽃 값이 매우 비싸다.
생각해보면 꽃값이 싼적도 없었는데…
올해는 환율도 올라서 수입꽃도 도매가 기준 몇천원씩 비싸졌다.
그래서 그런가 올해는 주변을 둘러보니
유독 공지사항을 더 빠른 속도로 올렸다. 그리고 더 길어졌다.
받아보면 작아진다. 평소와 비슷한 크기를 원하면 금액을 1~2만원 올려라 등등
이렇게 저렇게 요구사항이 많아지면 크기는 작아지고 금액은 비싸진다 등
물론 꽃집 경영자로서는 아주 공감하는 바.
나도 매년 "이정도 금액에는 이정도 크기입니다~"하고 안내 사항을 적어서 올린다.
근데 올해는 유독 다들 정도가 심해서, 나는 어떻게 글을 올려야 하나 고민이 깊어졌다.
내가 소비자라면 이런 공지 읽고 싶지도 않을 것 같다.
졸업 시즌에 꽃값이 너무너무 비싸다고 느낀다면, 평소에는 꽃을 사지 않는 이들이겠지.
이런 사람들은 차라리 꽃 없이 사진찍는다고 할지도 모른다.
옛날에야 학교 앞에서 며칠씩 이학교 저학교 돌아다니면서 바람맞은 꽃 10,000원씩 팔고 그랬으니까 꽃다발 한아름 안고 사진 찍었지… 이제 필수는 없다. 비싸다고 느끼면 안사버린다고.
초등학교~중학교 학부모들은 꽃다발 사진찍고 바로 당근마켓에 올려 판매하는 세상인데 뭐.
여튼. 하고 싶은 말은 다들 선을 잘 지켰으면 좋겠다.
세상에 이득만 볼 수 있는 딜은 없다.
지금은 긴 공지사항으로 "내가 이렇게 써뒀는데 왜 자꾸 다른소리 하세요?"라며 면피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오랜 단골이 될 수 있는 사람을 내쫒는거나 다름 없는 거 아닌지.
건방진 의견이었다. 아직 나, 우리 꽃집은 올해 어떻게 살아 남아야 하는지 조차 생각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