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당한 노랫말을 꺼내다.
이제야 겨우 내가 마음에 든다.
나는 귀하고, 내 글도 귀하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가장 크게 상처를 주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이
가장 날 우습게 만든다는 걸 안다.
때문이겠지
내 마음엔 실망할 준비를 마친 내가 함께 존재했다.
15년 넘게 노래 가사를 쓰며 습관이 된 마음이다.
내가 쓴 글이 누군가로부터 버려지면
나도 재빨리 그 글을 버렸다.
누군가 내 글을 밀어낸다는 건
내 마음이 거부당한 것 같았고
그건 내가 내쳐진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 느낌을 빨리 지우기 위해 글을 보이지 않게 숨겼다.
그렇게 나를 숨기고 숨기다가
어느 순간 내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기가 힘들어졌다.
그렇게 글쓰기를 피하며 돌고 돌다가
이제 다시 책상 앞에 앉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래서 더더욱 써야 함을 이제는 안다.
내 깊은 마음을 꺼내어 볼 수 있는 건,
열기 두려웠던 마음의 빗장을 열게 하는 건
그래도 쓰는 일
책상과 내 가슴을 나란히 맞추고
단단하게 굳은 생각을 잘게 조각내
질서 있게 손끝으로 흘러나오게 하는 일.
내겐 그것밖에 없다.
내 안에 쓰레기가 있든
내 못난 초상이 있든 모두 나임을 인정하고
그것이 나라는 씨앗을 움트게 할
퇴비가 되어 줄 것을 믿는다.
이제야 내가 마음에 든다.
나는 귀하고, 내 글도 귀하다.
이제 버렸던 글들을 꺼내
먼지도 털어주고, 온기도 불어넣어주고
빛나게 결을 맞춰서 더 폼 나게 해 줘야겠다.
노래가 되지 않고
내 글로 남아줘서 고맙다고 말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