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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재선 Jan 22. 2020

거절당한 마음

거절당한 노랫말을 꺼내다.  


이제야 겨우 내가 마음에 든다.

나는 귀하고, 내 글도 귀하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가장 크게 상처를 주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이

가장 날 우습게 만든다는 걸 안다.


때문이겠지

내 마음엔 실망할 준비를 마친 내가 함께 존재했다.

15년 넘게 노래 가사를 쓰며 습관이 된 마음이다.


내가 쓴 글이 누군가로부터 버려지면

나도 재빨리 그 글을 버렸다.

누군가 내 글을 밀어낸다는 건

내 마음이 거부당한 것 같았고

그건 내가 내쳐진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 느낌을 빨리 지우기 위해 글을 보이지 않게 숨겼다.

그렇게 나를 숨기고 숨기다가

어느 순간 내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기가 힘들어졌다.


그렇게 글쓰기를 피하며 돌고 돌다가

이제 다시 책상 앞에 앉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래서 더더욱 써야 함을 이제는 안다.


내 깊은 마음을 꺼내어 볼 수 있는 건,

열기 두려웠던 마음의 빗장을 열게 하는 건 

그래도 쓰는 일

책상과 내 가슴을 나란히 맞추고

단단하게 굳은 생각을 잘게 조각내

질서 있게 손끝으로 흘러나오게 하는 일.

내겐 그것밖에 없다.  


내 안에 쓰레기가 있든

내 못난 초상이 있든 모두 나임을 인정하고

그것이 나라는 씨앗을 움트게 할

퇴비가 되어 줄 것을 믿는다.   


이제야 내가 마음에 든다.

나는 귀하고, 내 글도 귀하다.

이제 버렸던 글들을 꺼내

먼지도 털어주고, 온기도 불어넣어주고

빛나게 결을 맞춰서 더 폼 나게 해 줘야겠다.

노래가 되지 않고

내 글로 남아줘서 고맙다고 말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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