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유주 Oct 26. 2021

명문대 '합격비법'

조선일보_일사일언 연재_손유주

존경하는 선배를 오랜만에 만났다. 내가 어떤 환경에 있든 늘 엄마처럼 따뜻하게 마음을 읽어주는 사려 깊은 분이셨다. 식사를 하며 그간의 일상을 이야기하던 중 재수생이었던 막내의 명문대 합격 소식을 들었다. 모범생이었던 첫째와 달리 항상 공부는 뒷전이라고 걱정하시는 모습을 보았던 터라 ‘합격기’가 궁금해졌다.

선배는 주변에서 자녀의 명문대 합격 비법을 전수해 달라는 요청에 혹시 특별한 방법이 있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고 했다. 남들이 다 하는 기본적인 사교육 이외에 특별한 교육은 없었다. 다만 유독 ‘신문 읽기’를 좋아했던 막내의 독특했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고 했다.





                                                                                                              일러스트=김도원


초등학생 시절부터 먼 거리를 통학하며, 매일 차 안에서 신문을 펼쳐 꼼꼼하게 읽던 그 모습이 귀여워 사진도 찍어 두었다고. 고등학교 때는 국어 성적이 월등하게 뛰어나 동급생 어머니들로부터 공부법을 묻는 연락을 종종 받았다고 한다.

선배는 ‘신문 읽기’에서 중요한 점은 신문을 지면으로 읽는 것이라고 했다.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읽게 되면 내용을 한눈에 볼 수 없고 핵심 주제를 찾아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종이 위에 쓰인 활자를 점점 어려워하는 아이들에게 알게 모르게 좋은 학습 방법이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얼마 되지 않는 구독료로 날마다 30면이 넘는 논리적으로 ‘잘 편집된’ 문장과 다양한 기사를 접할 수 있다는 게 최고의 장점이라고 선배는 말했다.                  

“수능 언어 영역이 상당히 어려워졌어. 요즘 아이들은 신조어와 줄임말로 인해 문해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나는 홍보 담당자로 일하면서 기사에만 집중했지 신문이 발행되기까지의 수고로움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신문 기자들은 매일 쏟아져 나오는 사건들로 새로운 기사를 쓴다. 정보와 문장, 맥락에 틀린 곳이 없도록 수정하며 밤새 윤전기를 돌릴 것이다. 이런 정성으로 만들어진 신문을 매일 읽는다면 지식과 논리력, 통찰력이 자연스레 길러질 것이다.

다시 신문을 펼쳤다. 깨알 같은 글자에 눈이 좀 아프긴 해도 이리저리 횡보하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티끌 모아 태산. 태산도 시작은 티끌이었다!


#명문대합격 #신문읽기 #사설

작가의 이전글 플로리스트의 굳은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