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_일사일언 연재_손유주
매주 꽃 시장에 가는 내게 남편은 꽃만 사지 말고 예쁘게 장식하는 방법을 배워보라 권유했다. 그렇게 나는 지난 3개월간 플로리스트 기초 과정을 이수했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수업 과정은 생각 이상으로 힘들었다. 기초 상식을 이론으로 배우고 난 뒤 꽃을 다듬는 방법을 익히게 된다. 전문 용어로 꽃을 ‘컨디셔닝’한다고 하는데, 꽃대에 붙어 있는 이파리와 가시를 제거하는 과정이다.
이 작업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여간해서 그 고생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장미는 꽃다발을 만들기 전 가위로 가시를 일일이 제거해야 하고, 향이 좋은 유칼립투스는 사실 너무 뻣뻣해서 잘라낼 때 손이 발갛게 부어 오르기도 한다. 하늘하늘하고 여린 시레네(silene·실리니)나 미니델피늄 같은 종류는 행여 꽃대가 부러질까 조심하다 보면 눈이 충혈되기 다반사였다.
“너무 힘드시죠? 이 과정을 소홀히 하면 아무리 비싼 수입 꽃을 사용해도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아요. 그러니 조금만 힘내서 깔끔하게 마무리해 주세요.”
수업 때마다 선생님은 지친 학생들을 이렇게 격려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컨디셔닝 작업을 대충 하는 날은 어김없이 예쁘지 않은 꽃다발을 안고 돌아가야 했다.
무용을 전공하던 시절이 생각난다. 하루 평균 3시간 이상을 학원에서 보냈는데 매일 비슷한 기본 클래스를 연습하는 시간이었다. 무대 위에서 빛나는 무용수들을 보면 아름답지만, 연습은 고통과 인내의 연속이다. 겨우 성공했던 동작도 며칠 게으름을 피우면 원점으로 돌아갔다. 매번 같은 동작을 반복하며 완벽한 기본을 만들어가는 발레리나의 일상은 구도자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들쑥날쑥 제멋대로인 내 꽃다발을 수정해주시는 선생님은 손가락 여기저기에 굳은살이 박여 있었다. 꽃가지 방향을 몇 번 바꾸었을 뿐인데 그 전과는 다른 완성품이 되었다. 유난히 가시가 많았던 흰색 사바나 장미를 한아름 안고 학원을 나왔다. 그리고 새까맣게 때가 낀 손톱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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