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영감의 원천, 마감의 압박, 마감 효과, 작가의 다짐
A writer sits down at his desk, produces a few hundred words, decides they are no good, throws them in the bin, and hopes for better inspiration tomorrow.
[2018년 3월 고1 전국 연합 모의고사 31번]
의역 : 어느 작가는 책상에 앉아 몇 백 단어의 글을 창작하고, 그것이 별로라고 판단하며, 결국 쓰레기통에 그것을 던져 버리고, 내일 더 나은 영감을 기대한다.
나는 글을 쓸 때, 특별한 영감을
기다리지 않는다.
누군가 나에게 글을 쓰는 영감의 원천이 어디에서 오는 것이냐고 물어본다면, 특별한 영감을 받아서 글을 쓰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누구나 공감할, 이 거지 같은 창작의 고통은 '영감'이라는 '그분'이 오셔야 비로소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고, 나도 그렇게 생각을 했었다.
글을 써야 하는데, 도무지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아 막막할 때도 또 없다. 누군가의 충고들을 모아 행여 도움이 될까 별 별짓을 다해 본다.
새벽에 일어나서 써보고, 새벽에 잠 안 자고 써보고, 집에서도 써보고, 카페에서도 써보고, 도서관에서도 써보고, 평소에 잘 안 가는 길도 가보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식당도 찾아가서 먹어보고, 미친놈처럼 내 앞에 있는 볼펜이랑 이야기도 나눠보고, 정신 나간 놈처럼 동네 놀이터의 그네에 앉아, 앞에 아이가 날 흘겨보는 것은 안중에도 없이 먼 하늘만 한 시간이 넘도록 바라봐도, 남자 같긴 한데 도통 그 정체를 알 수가 없는 그 '영감(Inspiration)'이라는 분은 결코 내 앞에 나타나 주질 않는다.
'그분'을 만나기 위해서 돈이 필요하다면, '카드 됩니까?'라는 질문과 함께, 12개월 할부라도 긁어서 꼭 한번, 아니 필요할 때마다 찾아가서 귀찮게 해 드리고 싶은데, 젠장 이분은 어디에도 없다. 다른 사람들을 보면 어디든 나타나 선물을 주고 가는 '산타클로스' 같은 분이던데, 꼭 내가 찾으려면 '산타클로스'처럼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분이시다.
나는 이제 '그분'을 기다리지 않는다. 삐졌다. 이제부터 믿지 않기로 했다. 오로지 내 힘으로 글을 쓸 테다. 그래, 결국 몸으로 때우는 수밖에 없다.
The Nobel Prizewinning biologist Peter Medawar said that about four-fifths of his time in science was wasted, adding sadly that “nearly all scientific research leads nowhere.”
[2018년 3월 고1 전국 연합 모의고사 31번]
의역 : 노벨상을 수상한 생물학자, '피터 메도워(Peter Medaware)'는 과학에 들인 그의 시간 중 5분의 4 정도가 헛되었다고 말하면서, "거의 모든 과학적 연구가 성과를 내지 못한다'며 애석해했다.
'영감'과 '천재성'이 없다면 '열정'이라도 있으면 된다. 열정은 글을 써야 할 절실함에서 온다. 절실함은 글을 쓰는 것 밖에 할 줄 아는 것이 없다는 낭패감과 내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명감과 함께 온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간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완주한다면 기념품 하나라도 챙길 수 있다는 밑져야 본전 의식이 필요하다. 나에게 글을 쓴다는 것의 열정은 그것이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계속 흐름대로 끄적이고, 타이핑을 해대는 것으로 구현된다. 글의 앞뒤 맥락, 구성에 대한 치밀한 계산 따위는 처음에 필요 없다. '작가의 서랍'이 넘쳐서 저절로 열릴 만큼, 허접한 글이라도 가득 채워 놓겠다. 나는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게 글을 쓰는 작가가 될 것이다.
One unspoken truth about creativity ― it isn’t about wild talent so much as it is about productivity. To find a few ideas that work, you need to try a lot that don’t. It’s a pure numbers game. Geniuses don’t necessarily have a higher success rate than other creators; they simply do more ― and they do a range of different things. They have more successes and more failures.
[2017년 9월 고3 수능 모의평가 31번]
의역 : 창의성에 관해 알려지지 않은 사실 중 하나는, 그것이 아주 특이한 재능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생산성에 관한 것이라는 점이다. 쓸모 있는 몇몇 아이디어를 발견하기 위해서 여러분은 그렇지 못한 것들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순전히 숫자 게임이다. 천재들이 반드시 다른 창조자들보다 성공률이 더 높은 것이 아니라, 그들은 그저 더 많이 하는 것에 불과하고, 또 여러 가지 다양한 것들을 한다. 그들은 더 많은 성공, 그리고 더 많은 실패를 한다.
하나의 작품을 내기 위해, 나는 끊임없는 '시행착오(trial and error)'를 겪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많은 글이 쌓였을 때, 설령 그것이 실패로 간주되어 지워지고, 버려진다 해도, 작가를 꿈꾸는 나에게 그것은 무엇보다도 소중한 자산이 된다. 하나의 글을 완성하기 위해, 천 개, 만 개의 글자라도 쓸 수 있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그래야 어디 가서 글 좀 쓴다라는 말을 꺼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영감'은 절대 쉽게 나에게 오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천재'에게나 해당되는 말이고, 나는 천재가 아니다. 나는 '생산성(productivity)'이 좋은, 즉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게, 많은 글을 쓰는 작가가 될 것이다.
Set a challenging time limit to your task and play with it ― turn completing the task into a competition against the clock so that you can have a greater sense of accomplishment as you work towards the task at hand.
[2020년 4월 고3 전국 연합 모의고사 22번]
의역 : 여러분의 과업에 도전적인 시간제한을 설정하고 그것과 시합을 하라. 즉, 여러분이 당면한 과업을 위해 노력하면서 더 큰 성취감을 가질 수 있도록 과업 완수를 시계와의 경쟁으로 바꿔라.
작가에게 '마감(deadline)'은 압박이 아니라 '약속된 축복'이다. '마감'이 있다는 사실은 작가에게 더 많은 스트레스를 보탤 것처럼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다준다. '마감이 설정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작가는 주어진 시간 내에 무엇을 수행해야 되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판단, 그리고 고도의 집중력과 함께 일을 수행에 나갈 수 있는 뇌의 도움을 받게 된다.
이는 '마감 효과(Deadline Effect)'로 잘 알려져 있다.
위대한 업적을 이루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계획이고,
하나는 적당히 빠듯한 시간이다.
"To achieve great things,
two things are needed:
a plan and not quite enough time."
- 레너드 번스타인
래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 1918~1990) : 미국에서 태어나고 교육받은 지휘자 중 전 세계에 걸쳐 명성을 얻은 첫 지휘자이다. 그는 뉴욕 필하모닉에서 장기간 음악 감독으로, 세계의 저명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였다. 고전 음악 대중화에 기여한 그는 뛰어난 피아노 테크닉을 구사했고, 다수의 교향곡과 다양한 연주회용 음악을 남겼다.
압박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그것은 긍정적 스트레스를 주어 순작용을 일으킨다. 지나친 마감의 압박으로 인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만, 그것을 감당하지 못할 바엔 글 쓸 생각은 애초에 접는 게 낫다. 나는 마감을 즐기며,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게, 많은 글을 쓰는 작가가 될 것이다.
Like a child who doesn’t wait for the perfect tool or circumstances, an artist makes art from what he has around him. The artist sees inspiration where the ordinary person sees only a limitation or an obstacle.
[2017년 3월 고2 전국 연합 모의고사 41번]
의역 : 완전한 도구나 환경을 기다리지 않는 어린아이처럼 예술가는 자기 주변에 가지고 있는 것으로부터 예술을 만들어낸다. 보통 사람들이 한계 혹은 장애물만을 보는 곳에서 예술가는 영감을 발견한다.
작가가 되기 위해 쌓아 가야 할 필수적 소양 중에 하나는 관찰력이다. <보바리 부인>를 쓴 프랑스 작가 '귀스타브 플로베르'와 그의 제자에 관한 이야기는 관찰력이 왜 작가에게 중요한 것인지 설명해 주는 좋은 일화이다.
19세기 후반 심리적인 분석, 리얼리즘에 대한 고찰, 개인과 사회의 행동에 대한 명석한 주시를 통하여, 프랑스 문학사에 새로운 획을 그은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글을 쓸 때 자료를 수집하고 현지조사를 철저히 하기로 유명했다.
어느 날, 어릴 때부터 친했던 친구로부터 자신의 아들에게 글을 쓰는 법을 가르쳐 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를 흔쾌히 허락한다. 하지만, 글 쓰는 노하우를 전수해 주기는 커녕, 소크라테스처럼 대답하기 힘든 질문만을 계속하는 수업이 이어졌고, 제자는 여러 해가 지나도 책 한 권 집필하지 못한 자신을 한탄하다, 결국 스승에 대한 분노가 폭발하고 만다.
글 쓰는 법 좀 제대로
가르쳐 주시면 안 됩니까?
이런 식이면 '에밀 졸라'선생님한테
가서 배우겠습니다.
제자의 역정에도 플로베르는 끝까지 소크라테스였다. 대답 대신 또 다른 질문을 제자에게 던졌다.
"졸라? 그 고독한 친구에게 간다?
내 말리지는 않겠내만, 한 가지 질문이 있네.
우리 집 계단을 수천번 오르내렸을 텐데,
혹시 그 계단 수가 몇 개인 줄 아는가?"
제자는 또 질문이네 하며 지겨운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번에는 전과 다르게, 무엇인가 중요한 가르침이 이어질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리며, 자세를 고쳐 잡고 스승의 말에 집중했다.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관찰력이 있어야 한다네.
앞으로 내 가르침을 계속 받으려면
우리 집에 있는 모든 것을
먼지 하나까지 다 살피도록 하게.
그리고 관찰한 모든 것을 글로 남겨야 하네.
쌓인 원고지가 자네 키는
훨씬 넘어야 할 걸세.
제자는 그제야 큰 깨달음을 얻고, 그때부터 열심히 작문 공부를 한 결과, 원고지가 자신의 키를 훌쩍 뛰어 넘어선 지 이미 오래된 어느 날, 사실주의 문학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여자의 일생>을 발표하게 된다. 그가 바로 플로베르가 가장 사랑한 제자 '기 드 모파상'이었다.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은 나에게 또 하나의 다짐이 생긴다. 내 주위의 사물과 현상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힘은 양질의 글로 이어진다. 나는 마감을 즐기며,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게, 세심한 관찰력으로, 많은 글을 쓰는 작가가 될 것이다.
“I write when the spirit moves me, and the spirit moves me every day,” said William Faulkner.
[2020년 3월 고3 전국 연합 모의고사 23번]
의역 : “나는 영혼이 나를 움직일 때 글을 쓰는데, 영혼이 나를 매일 움직 인다.”라고 William Faulkner는 말했다.
윌리엄 커스버트 포크너(William Cuthbert Faulkner, 1879~1962) : 20세기 미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한 사람으로, 1949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작가에게 '영감', '그분'이 오시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다. '영감'은 범람한 강의 내달리는 급류처럼 작가를 전진시킨다. 하지만 '영감'을 기다리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영감'은 매일 키보드 위에 손을 얹고, 펜을 종이에 대고, 한 단어가 한 문장이 되고, 한 단락이 되고, 한 페이지가 되고, 한 챕터를 이루는 그 시간 동안, 수백 가지 작고 미세한 방식으로 작가에게 다가온다.
달리 말하면 '영감'은 작가가 알아차리지도 못하게 왔다가 조용히 도와주고 가는 고마운 분이다. 늘 우리 곁에 있고, 찾으려면 숨으신다. 열심히 글을 쓸라치면 그 모습이 가상한지, 그때서야 조용히 다가와 슬그머니 도와주고 행여 알아차릴까 그렇게 가시고 만다.
'영감'은 그래서 참 재미있는 분이다.
Inspiration is a funny thing. It’s powerful enough to move mountains.
[2020년 3월 고3 전국 연합 모의고사 23번]
의역 : 영감이란 재미있는 것이다. 그것은 산을 옮길 만큼 강력하다.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썼다 지우자.
글은 사랑으로 우리 곁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