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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윤정인 Feb 28. 2017

이태리어를 배워보려 했지만, 어렵다.

시칠리아 여행 준비


언어 때문에 여행하는 데 불편함을 겪은 적은 없다. 영어를 잘하는 편은 아닌데, 눈치와 요령으로 그럭저럭 상황 대응을 하는 정도다.시칠리아 정보를 찾던 중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 눈에 들어왔다. 유럽에서 그래도 관광지로 유명한 곳인데 설마 영어가 안 통할까 싶으면서도 시골 쪽은 실제로 그런 경우가 많다는 후기를 보니 조금 불안해졌다. 


영어로 대화하는 것도 불편하지만, 영어가 통하지 않으면 그건 상상보다 더 불편한 여행이 된다. 버스 시간표 한번 확인하는데도 시간이 배로 걸리고, 음식 하나 주문하는데도 상황이 꼬이고 꼬인다. 당시 여행까지는 기간이 꽤 남아있었고,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은 의욕 같은 게 갑자기 생겨서 이태리어에 한번 도전해보기로 했다. 배워서 익히면 좋고, 안돼도 본전이다.


찾아보니 이태리어를 배울 수 있는 곳이 생각보다 별로 없었고, 시중에 있는 몇 권의 교재는 엉망이라는 평이 많았다. 온라인 강의 중에는 김미영 강사 강의가 괜찮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샘플을 들어 보니 꼼꼼하게 강의하는 스타일이 마음에 든다. 강의 종류는 문법, 회화, 독해 등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5개 세트가 포함된 걸 골랐다. 강의 한 개를 들었을 때와 가격 차이가 크게 나지 않았고, 패키지로 했을 때 일 년 동안 들을 수 있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우선 문법을 쭉 들어보고 회화를 듣고 있는데 어렵다. 까다로운 부분은 단어가 여성, 남성으로 나뉘어 있다는 건데 이를테면 명사도 남성 단수냐, 복수냐, 여성 단수냐, 복수냐에 따라 형태가 다르다. 관사와 동사도 그에 따라 달라진다. 처음에는 이런 체계가 신기하고 재밌었는데, 후반에 불규칙 동사와 전치사 관사까지 나오다 보니 거의 반 포기 상태로 강의를 들었다. 회화는 특정 상황 안의 표현을 배우는 것이니 재미는 있는데, 발음이 문제다.

가만히 보니 이태리어는 기본적으로 입을 좌우로 크게 벌리고 발음하는 경우가 많고 밖으로 소리를 뱉어야 잘 된다. 소리가 크고 말이 빨라서 기본적으로 그렇게 말을 하는 사람에게 더 유리한 언어인 것도 같다. 결국 나한테 이태리어는 어렵다는 이야기. 회화도 문법을 안 들었으면 완전 이해를 못했을 것 같다. 여행용으로 간단히 이태리어를 배우더라도 문법을 한 번쯤 훑어놓으면 훨씬 쉬워질 것이다.


2월 말로 잡혀있던 여행 일정이 사정이 생겨 3월 중순으로 미뤄졌다. 수수료를 꽤 많이 물어서 속이 쓰렸지만 책 출간일과 여행 일정이 겹쳐서 좀 걸렸었는데, 여유가 생겨서 좀 안심이 된다. 여행 준비와 이태리어 공부에도 더 공들일 수 있게 되었다. 뭐 여행 전까지 회화 마스터는 완전 무리인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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