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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윤정인 Jan 12. 2019

'작은 천국의 땅' 타오르미나 마을 탐방

시칠리아 여행


카타니아에서는 매일 숙소 1층에 있는 카페에서 아침을 해결했다.


카타니아에서는 매일 비앤비 1층에 있는 카페에서 간단히 아침을 해결했다. 빵 몇 개와 커피를 파는 작은 카페인데, 매일 아침마다 북적였다. 커피는 말할 것도 없고, 흘러넘칠 만큼 슈크림이 가득 담긴 빵이 기가 막히게 맛있는 곳이었다. 이날 아침은 마음이 급했다. 9시에 타오르미나로 가는 버스를 타야 했기 때문이다. 커피와 빵을 포장해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카타니아 인근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는 타오르미나일 것이다.


괴테가 '작은 천국의 땅'이라고 극찬한 것은 유명하다. 타로우산(Tauro) 언덕에 둥지를 틀고 있는 이 마을은 좁은 골목길 사이로 아기자기한 기념품점과 레스토랑이 있고, 꽃과 나무가 풍성한 마을이다. 레몬향이 솔솔 풍기는 마을에서는 코발트빛 이솔라벨라 해변이 한눈에 보이는데, 스쿠버다이빙과 일광욕 등 다양한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특히 타오르미나에서 유명한 건 그리스 원형극장이다. 고대 극장에 별 감흥을 느끼지 않는 나도 타오르미나 원형 극장만큼은 궁금했다. 에트나 산을 배경으로 바다와 하늘이 동시에 보이는 탁 트인 전망을 볼 수 있는 원형 극장이라니! 기대를 품지 않을 수 없다.





물빛이 아름다운 이솔라벨라 해변


버스는 타오르미나를 향해 산 비탈길을 아슬아슬하게 올라간다. 오른쪽으로는 이솔라벨라 해변이, 왼쪽에는 고급 호텔이나 빌라가 줄지어 나타났다. 관광업이 활성화 있기도 하지만, 많은 부호들이 이곳에 거처를 두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버스정류장에서 마을까지 걸어가는 길. 주변은 대부분 호텔이나 고급 빌리다


버스에서 마을 입구까지 조금 걸어야 한다. 산 중턱에 올라서 있는 색색의 집들이 멀리서부터 보이기 시작한다. 산꼭대기에는 또 다른 작은 마을. 카스텔몰라가 있다. 그곳에 가기 위해 며칠 뒤 또다시 타오르미나에 와야 했다. 뚜벅이 여행자의 시칠리아 여행은 즐거우면서도 고달팠다.





타오르미나 마을 입구에도 레스토랑과 카페가 즐비하다


타오르미나 여행의 시작, 포르타 메시나


타오르미나 마을 여행의 시작, 포르타 메시나(Porta Messina)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 타오르미나 관광은 시작된다. 타오르미나 마을에는 가장 긴 메인 스트리트 움베르토 거리(Corso Umberto)가 있고, 그 양 끝에는 포르타 메시나와 포르타 카타니아(Porta Catania)가 있다. 메시나와 카타니아, 시칠리아의 유명한 두 도시 이름을 붙인 문 사이에 타오르미나가 있다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타오르미나를 여행하면 주로 움베르토 거리를 둘러보게 되는데, 전통 과자나 파스타를 파는 식품점, 아트갤러리, 카페나 레스토랑, 기념품 판매점 등 구경할 거리가 넘쳐난다. 즐길 거리는 많지만 내가 가 본 시칠리아 마을 중에선 가장 상업성 짙은 도시였다.





타오르미나 마을 입구


마을에 들어서면 가장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길 한복판 테이블에 앉아 이른 아침 볕을 맞으며 커피를 마시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햇빛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매번 그런 유럽 사람들의 행동을 의아하게 보곤 했다. 시칠리아 여행을 하면서 조금은 달려진 것 같다. 에리체에서는 벤치에 앉아 햇볕 아래서 한 시간 가량 졸기도 했으니 말이다. 





타오르미나 골목길. 기념품점, 갤러리, 기념품점 등이 있다.



마을 안에 들어서자마자 인포메이션부터 찾았다. 타오르미나를 본 후 카스텔몰라까지 다녀오고 싶었지만, 별다른 정보가 없었다. 허름한 건물에 별다른 표시도 되어있지 않은 인포메이션 건물을 겨우 찾았지만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주말이라 그런 것 같았다. 당연했던 것이 당연하지 않음을 알았을 때 깨닫는 순간이 여행 중에 있다. 성수기엔 당연히 오픈! 이었던 공식이 여기서 깨진다. 시칠리아에서는 그런 순간을 여러 번 직면했다. 심지어 기차 운행도 쉴 때가 있다. 불쾌하진 않았다. 인포메이션 앞에서 발걸음을 돌린 나 외의 여러 명의 사람 역시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타오르미나 기념품







타오르미나 기념품



타오르미나 기념품



타오르미나 기념품



타오르미나 기념품



타오르미나 기념품. 피노키오 목각 제품으로 유명한 바르톨루치도 당연히 있다





거리엔 타오르미나 특산품을 판매하는 가판이 많다


알록달록 색이 예쁜 파스타




타오르미나에선 직접 빚은 도자기류가 눈에 많이 띄었다. 시칠리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싸구려 장식품도 있었지만 예술가가 많다는 도시답게 고급스러운 장식품이 대다수다. 사고 싶은 충동이 자주 일었다. 게다가 알록달록한 파스타 면은 타오르미나에서 가장 먼저 눈이 가는 기념품이다. 길거리에서도, 작은 가게에서도, 기념품점에서도 이 파스타를 볼 수 있는데 가격이 제각각이었다. 3유로에서 비싼 건 6유로 정도 한다. 바깥에 내놓고 파는 저렴한 3유로짜리 파스타를 살펴보다가 안에 벌레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기겁을 했다. 결국 나는 타오르미나가 아닌 공항에서 구입했다.







타오르미나 마을 풍경



타오르미나 마을 풍경



타오르미나 마을 풍경



항상 많은 인파가 북적이는 타오르미나지만, 여느 유럽 도시들이 그렇듯 골목 안은 고요하다. 그 안에서 작은 레스토랑이나 카페를 발견하거나 재미있는 컨셉의 작품을 만나기도 한다. 골목 여행은 예상할 수 없는 것과 맞닥뜨리는 재미가 있다.





타오르미나에서 가장 멋진 전망을 볼 수 있는 4월 9일 광장


움베르토 거리를 끝까지 걷고 나니 시야가 확 트인 공터가 나왔다. 4월 9일 광장(Piazza IX Aprile)이다.  1860년 4월 9일, 이탈리아 통일 전쟁에 참가한 가리발디가 시칠리아를 정복하기 위해 마살라섬에 도착했다고 알려졌는데, 그 날짜를 기억하기 위해 가장 아름다운 광장에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타오르미나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여기서 볼 수 있는데, 이오니아 해와 경계 없는 푸른 하늘을 보고 있으면 눈이 시릴 정도였다.





광장에서 볼 수 있는 전망


광장에서 볼 수 있는 전망




성 아고스티노 성당



성 주세페 성당


광장에는 두 개의 건물이 있다. 하나는 성 아고스티노 성당(Sant'Agostino)이다. 이전의 광장 이름이 아고스티노였다고 하니, 그만큼 존재감 있는 성당이었겠지만 지금은 공공 도서관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했다. 광장 뒤에는 바로크 양식으로 화려하게 지은 주세페 성당(San Giuseppe)이 있다. 성당 왼쪽에는 견고해 보이는 시계탑이 있는데, 길을 이어주는 통로이기도 하다. 탑은 여러 번 파괴되었는데, 그때마다 재건되었다고 한다.





4월 9일 광장 풍경



4월 9일 광장 풍경

풍경 좋은 모든 곳이 그렇듯, 전망을 감상하기 좋은 카페가 여럿 있었다. 명당은 광장 가장 끝에 있는 카페였다. 





타오르미나 골목길 풍경



타오르미나 골목길 풍경



타오르미나 골목길 풍경




두오모 광장



두오모 광장에 있는 오래된 분수. 가운데는 미노타우르 조각상이 있다.


시계탑을 지나 길을 따라가면 두오모 광장(Piazza Duomo)이 나온다. 아늑하고 소박한 이탈리아의 전형적인 광장이다. 광장 가운데는 1635년에 생긴 오래된 분수 하나가 있는데. 타오르미나의 상징인 미노타우르가 조각되어 있는 걸 볼 수 있다.


타오르미나는 세계 유명 문호, 예술가들이 사랑하는 도시였다. 괴테는 물론이고, 오스카 와일드, 기 드 모파상, 알렉산더 뒤마, 바그너와 브람스가 이곳을 방문했었다. 두오모 광장도 그들이 즐겨 찾은 장소였다고 한다. 예술가들이 타오르미나에 열광한 이유는 무엇일까. 깎아지를듯한 산비탈에 위태롭게 들어선 마을과 코발트빛 바다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풍경이 그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과거 그리스인들도 이 마을 끝에 아름다운 원형 극장을 세웠다. 





두오모 성당


두오모 성당


광장 한쪽에는 두오모 성당(Duomo di Taormina)이 있다. 겉으로 보기에 투박하다. 성당이라기보다는 단단한 요새를 보는 것 같다. 내부는 조금 달랐다. 상징인 장미 모양의 창이 성당의 동쪽과 서쪽을 장식하고 있고, 핑크색 기둥 6개가 벽에 장식되어 있어서 아름답고 우아했다.





타오르미나 마을 풍경



타오르미나 마을 풍경


성당에서 나와 길의 끝이 보일 때까지 걷고 또 걸었다. 걷고 나면, 또 다른 길이 나오고, 산에 차곡차곡 올라서 있는 집이 보였다. 하루 만에 타오르미나를 다 돌아보기엔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았다. 우선 가던 길을 멈추고,  보고 싶었던 그리스 원형 극장에 가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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