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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리생각 Jan 04. 2019

윤리경영이야기 1

삼성증권 직원들의 오류주식 매도를 바라보며

삼성증권에서 초유의 배당오류가 발생했고 잘못 입고된 주식을 16명의 직원이 501만주를 매도하는 바람에 삼성증권의 주가가 한 때 12%가량 급락하기까지 했고 일부 직원은 회사의 경고 메시지가 뜬 이후에도 주식을 매각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그 중에는 투자자에게 시장과 기업들의 상황을 철저히 분석해 올바른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애널리스트까지 포함되어 충격을 주고 있다고도 한다.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우리사주에 대한 배당을 처리하는 시스템의 문제점과 발행되지도 않은 주식이 거래되는 거래시스템의 문제 등에 대해 들여다 보고 미비점을 찾아 보완해야 하는 과제이겠지만 오류 입력된 주식의 매도에 가담한 직원들의 모럴해저드를 바라보면서 윤리경영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보아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견물생심의 심리일까? 은행계좌에 잘못 입금된 돈을 이게 웬 떡이냐며 탕진해 버리는 사건이 종종 뉴스에 등장했는데 이번 사건의 경우 일반인이 아니라 엄격한 윤리의식이 요구되는 증권회사 직원들이 집단적으로 그러한 행위에 가담했다는 것이 충격적이다. 증권계좌의 경우 잘못 입고된 주식을 현금화하기 위해 시장거래를 해야 했고 그나마 그러한 장치로 인해 인출해 버리기 전에 발견된 것이 다행이라고나 할까?


은행계좌에 잘못 입금된 돈을 임의로 인출해 써버리는 행위는 대법원에서 횡령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가 있지만 본 건의 경우 실재하지도 않은 주식의 수량이 입고되어 있고 그것이 또 실제로 매도가 된 현상이어서 그 처분행위만을 가지고 실정법에서 어떻게 판단할지는 모르겠지만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더군다나 고객의 돈을 다루고 있는 금융회사의 직원이 자기 재산이 아닌 것이 명백한 것을 앞다퉈서 처분해버린 행위는 비록 일부 직원이라고 하나 그 일부가 금융회사의 신뢰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에서 처분에 참가한 직원들의 윤리의식의 문제로 국한해서 바라보는 것은 또한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정직은 개인의 윤리 차원을 넘어서서 기업의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고 경영을 해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경영현장에서는 이익(성과)을 강조하고 있고 그 이익(성과)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윤리의 문제는 간과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정직하지 못하지만 성과를 올리는 직원들이 승승장구하면서 회사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경영문화가 금번과 같은 사태가 발생하는 토양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성과주의가 강조되면서 인간관계는 황폐화되고 그러다 보니 주위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용감성(?)을 갖게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자신이 노력해서는 평생 만져보기 힘든 돈을 한꺼번에 움켜쥘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생각에 앞뒤 안 가리고 입고 주식의 처분에 나섰다고 볼 수 밖에 없는데 그러한 행동을 실행하기 전에 어떠한 제어장치가 작동했었어야 했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기성세대는 학교에서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말씀으로 대변되는 가난하지만 원칙을 지키며 살다간 선조들의 이야기를 역사나 윤리에서 배워온 영향으로 자신의 입으로 “돈”얘기를 하는 것도 자연스럽지 못하고 한참 돌려서 해야 하는 세대였다. 1997년의 외환위기는 “돈”이 이야기가 전면으로 등장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이후의 세대는 회사에 대한 로열티 보다는 돈에 대해 로열티를 보이기 시작했으며 평생직장이던 회사는 일정기간 다니다가 기회만 생기면 내 몫을 챙겨 나오는 정류장과 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다. 얼마 전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가 튤립투기를 재현하고 있을 때 이에 대한 규제논의에 대해 “정부는 국민들에게 단 한번이라도 행복한 꿈을 꾸게 해본 적 있습니까?”라는 청원이 빗발쳤던 것을 기억해 볼 때 그 꿈은 ‘일확천금’이고 그러한 꿈을 이루기 위해 투기적 거래에 불나방처럼 달려들던 모습이 일확천금에 눈이 멀어 오류 입고된 주식을 팔아 치우는 모습과도 오버랩 된다. 본질은 정직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정직한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컴플라이언스는 소극적으로 법의 테두리를 준수하는 준법으로 국한되어서는 지역방어에 그칠 뿐이다. 깊숙히 찔러 주는 킬러 패스에 한번에 당할 수 있다. 온전한 모습이 되려면 윤리와 결합되어야 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윤리와 준법이 함께 다닌다. “Ethics & Compliance”가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기업은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그 속성이지만 이제는 착한 기업이 오래 가면서 이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해내고 있음이 증명되고 있고 윤리경영에 실패한 기업은 하루 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험들도 우리가 쉽게 목격할 수 있지 않은가? 금융감독원에서는 이번 사태를 바라보면서 시스템의 문제라고 한다. 그러나 경영환경은 계속 변화하고 그러한 환경변화에 시스템이 그 속도에 맞춰 변화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또한 사람의 실수를 완벽하게 방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 어디 있겠는가? 문제는 정직한 경영문화가 지배하도록 하는 것이고 금융감독도 금융회사들이 윤리적으로 경영되도록 지도하고 감독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할 것이다. 내부통제를 강화하라고 금융회사 대표들 모아놓고 훈계한다고 나아질 게 없다. 지금까지 문제만 생기면 늘 그렇게 해 왔고 또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컴플라이언스를 강화하는 것은 법으로 강제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법이 정한 최소한만 갖추고 가는 것이 지금까지의 금융회사들의 행태이다. 그러다 보니 해외에 나가서도 국내에서 하는 것과 똑같이 하다가 어마어마한 과징금을 두드려 맞고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의 실상이다. 법규를 준수하고 윤리경영을 강화하는 이익보다 시늉만 내다가 문제가 되면 한대 맞고 마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다. 금융감독당국은 이러한 문제를 들여다 보지도 않고 지배구조만 가지고 개별 금융회사들과 날 선 싸움만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장은 다른 시스템 탓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금융감독의 시스템이나 다시 살펴 보아야 할 것이다. 철학의 빈곤은 빈곤의 철학을 낳는다. 생각이 모자라면 지혜를 모아야 하는 것인데 생각이 모자라는 지도 모르고 있다면 문제가 크다. 다시 한번 정직은 경쟁력이고 그러한 경쟁력을 어떻게 강화해 나갈 것인지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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