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의 폭로를 바라보며
전직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 놀이에 온 나라가 시끌시끌하다. 청와대에 파견되었던 수사관의 폭로로 촉발된 여야 간 정쟁이 제야의 종소리를 넘어서까지 진행되었던 것에 이어 연초부터 뉴스의 중심이 되고 있다. 폭로 방식은 과거 신문과 방송 등에 연락하고 언론의 자체 검열을 통해 일정 부분 확인된 사안이 보도를 통해 전달되던 것에서 직접 본인이 영상을 제작하여 사회관계망과 유튜브를 통해 아무런 검증 없이 일반 대중에게 전격적으로 노출하는 방식이 사용되었다. 바야흐로 유튜브의 시대이고 개인 미디어 시대이다. 폭로한 내용의 진위를 놓고는 진실게임이 벌어지고 있고 급기야는 자살소동까지 벌어져 온통 정초부터 머리가 심란하다. 차분하게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맞이하여 새로운 결단과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할 때에 뭔지 뒤죽박죽 흘러가면서 갈피를 잡지 못하게 한다. 누군가 정리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윤리경영의 관점에서 이 사건을 바라보자면 신재민은 내부제보자이다. 외부에 있으면 알 수 없는 이야기를 제보한 것이다. 제보의 내용이 실질에 근접하고 있는지의 여부는 제보 내용을 확인하고 조사하는 과정을 통해 밝혀져야 하는 부분이고 그러한 역할은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영역에서 수행되어야 한다. 문제는 제보한 내용에 대한 실질관계의 확인이 이뤄지기 전에 먼저는 유튜브를 통해 이후는 제도언론 등을 통해 확산되고 거기에 정파적 목적들을 가지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는 것이다. 통상에 있어서 제보 내용은 사실관계와 정확하게 일치하기가 쉽지 않고 근거가 부족하거나 자신의 주관적인 판단과 추정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거나 군맹평상(群盲評象)처럼 자기가 본 일부분을 전체로 치환해서 이야기하는 경우들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제보 내용을 가지고 사실관계 등이 밝혀지기 전에 난타전을 벌이는 것은 너무도 성급한 일일 것이다. 나아가 정파적 입장에서 제보를 바라보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정치에 대한 환멸만을 조장할 뿐이다.
우리 사회는 내부제보자가 이런저런 불이익을 많이 받아왔던 것이 현실이다. 공직사회에서 내부제보를 하는 것은 그만큼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윤리경영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제보시스템이 원활하게 가동되어야 한다. 제보(Speak Up)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그 결과에 따른 적절하고 투명한 문제해결과정, 제보자보호가 한데 묶여서 돌아가야 용기를 내어 제보를 할 수 있게 되고 그러한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해야 조직과 사회에서 윤리문화가 강화될 수 있는 것이다. 조사 결과가 정무적으로 처리되게 되면 제보시스템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된다. 신재민의 제보도 이러한 관점에서 처리되어야 하고 우리는 그 처리과정을 눈 똑바로 뜨고 쳐다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