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한 사람은 영혼이 쉼터로 가지 못한다는 걸 알았다. 자살의 죗값을 치르기 위해 이승에 머무르며 주어진 일들을 해내야 한다. 난 그렇게 신입이 되었다.
하는 일들은 어렵지 않았다. 다만 죄를 갚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릴 뿐. 긴 시간의 지루함을 이겨내지 못한 선배들은 사람들의 몸속에 들어갔다 나오곤 했다. 그것은 금지행동이라 죗값을 치를 시간이 늘어나는데도. 영혼이 들어갔다 나온 사람은 그 후부터 이승에 떠도는 영혼을 볼 수 있는데, 그런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즐기는 것이다. 나는 죗값을 받을 시간도 빠듯한데 남들이나 괴롭히다니 참 철이 없다 생각했다. 그걸 한 고참에게 말하자 모두가 그런 이유로 몸속에 들어가는 건 아니라고 하며 난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어느날, 첫 번째 영혼이 나에게 심부름을 주었다. 자신이 살던 곳에서 자신의 물건을 하나 가지고 오는 것. 신입들이라면 다 거치는 과정이라고 했다. 난 죽은지 한참인데 물건이 남아 있을까?라고 생각하며 내 자취방으로 향했다.
그런데 모든 물건이 그대로였다. 내가 죽기전에 살던 그대로. 심지어 내가 화실에서 그리다 만 그림도 가져와 걸려있었다. 그리고 그 그림을 보며 엄마가 울고 있었다. 엄마는 한참을 바닥에 앉아 그림을 보며 울다가 눈물을 닦고 집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