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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고 Dec 19. 2021

아름다운 설악산의 봄 ㅡ꽃피는 돌산, 귀때기청봉

산림청선정 100대명산 산행기 제78화 설악산 5

아름다운 설악산에는 금강산의 일만이천봉에 버금 갈 만큼 수많은 봉우리들이 있다.

그중에 조금 독특한 봉우리가 하나 있다.

이름도 '귀때기청봉'이다.

그 귀때기청봉에 털진달래가 개화했다는 소식에 새벽 일찍 한계령으로 달린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4년전 이야기다.



귀때기청봉 산행은 보통 한계령에서 시작한다.

한계령에서 귀때기청봉을 지나 대승령을 거쳐서 장수대로 하산하는 코스는 8시간.

한계령으로 원점회귀는 4시간.

어느 코스를 택할까 고민하다가 그냥 무리하지 않기 위해서 원점회귀를 택했다.



아내와 함께 새벽 5시에 집을 나서 한계령에 도착한 시간이 아침 7시 30분.

생각보다 늦게 도착해서 주차장이 여유가 있을까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아직 여유가 많았다.



주차를 하고 휴게소에 들러서 간식거리만 간단하게 구입하고 바로 산행을 시작한다.



한계령 등산로 초입에 들어서자마자 연분홍 철쭉이 반갑게 맞아준다.

유난히 색이 고운 산철쭉이다.



이맘때 만나는 연분홍 산철쭉은 만날때마다 나에게 한가지 물음을 갖게한다.

"이 거친 산에서 어떻게 저런 연하디연한 고운 색을 낼 수 있을까?"



인제와 양양을 이어주는 한계령은 고도가 1,004m나 된다.

그래서 한계령에서 오르면 좀 덜 힘들것 같기도 하지만 설악은 결코 쉽게 속살을 내여주지 않는다.



설악은 어느 코스를 택하든 설악은 설악이라고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난이도가 한결같이 높다.



그래도 한계령에서 시작하는 산행은 다른 코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조금 난이도가 낮은 편이긴 하다.



이맘때 산길에서는 반갑게 맞아주는 연분홍 철쭉도 예쁘지만 연두빛 잎새도 연분홍 못지않게 아름답다.

지금 평지에서는 녹음이 짙어져서 볼 수 없는 색감이다.



그래서 이맘때 높은 산에 오르면 1년에 봄을 두 번 맞이하는 셈이다.



귀때기청봉 산행은 두번째다.

4년쯤 전에 워낙 꽃 핀 풍경이 좋아서 오늘 다시 찾은 것이다.



4년전 그때처럼 오늘도 느낌이 좋다.

아마 이번에도 때를 잘 맞춘것 같다는 생각을 하자 발걸음이 가벼워지는듯 했다.



오늘의 목적지 귀때기청봉이 보인다.

중앙의 맨 끝 봉우리가 귀때기청봉 정상이다.

사진에는 가까워 보이지만 실제는 돌아가야 하기때문에 까마득하다.



4년전에 올랐을땐 진달래 피는 시기는 잘 맞췄는데 미세먼지로 하늘이 뿌해서 사진상으로는 실망이 컸었다.

오늘은 비교적 날씨가 좋아서 진달래만 절정이면 되는데 고산지대의 계절이란게 종잡을 수가 없어서 어떨련지 모르겠다.



한계령 삼거리에 도착했다.

한계령에서 2.3km 지점이다. 

다른 산객들은 1시간 반이면 오른다는데 나는 거의 2시간이 걸렸다.

한계령 삼거리에서는 대청봉 방향과 귀떼기청봉 방향으로 갈라진다.



점봉산 방향이다.

왼쪽 끝에 어머니의 품같은 점봉산이 보인다.

한계령 삼거리에서부터는 서북능선을 타고 걷는다.

그래서 오르내림은 그리 심하지 않지만 대부분 너덜길을 가야한다.



돌무더기 너머로 가야할 귀떼기청봉이 보인다.

지금부터는 저 돌무더기를 지겹게 올라야한다.

조금만 발을 헛디뎌도 여지없이 발목을 삐기때문에 바닥만 쳐다보며 걸어야한다.

그래서 다리보다 목이 더 아픈 구간이기도 하다.



오른쪽 조망이다.

대청봉이 보이고 가운데 공룡능선과 용아장성이 겹쳐서 보인다.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길은 언제나 힘들다.

아름다운 풍경은 결코 우리에게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설악산이라는 산 자체가 돌산이라서 힘들지 않는 코스가 없듯이 귀때기청봉 가는 길도 비교적 짧기는 하지만만만치가 않다.



그러나 점입가경이라고 했던가?

오르면 오를수록 더 아름다운 풍경이 그 힘듦을 충분히 보상해주고도 남았다.



극심한 너덜지대가 나오면서 서서히 털진달래가 보이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지난번에 가장 반했던 뷰ㅡ다.

그래서 이 장면을 담으러 왔는데 꽃이 엉망이다.

시기도 늦은것 같지만 그보다는 냉해를 입었는지, 가뭄 때문인지 꽃이 별로 없고 탐스럽지도 않았다.



오늘 모처럼 나를 따라나선 아내는 결국 힘든 산행만 하게된 셈이다.

멋모르고 따라 나섰는데...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야 뭐 꽃은 그렇지만 날씨는 비교적 좋아서 몇장의 사진이나마 담아갈 수 있을테니까.



아무튼 나는 형편없는 꽃을 놓고 사진 놀이를 한다.

그나마 조금 더 돋보이는 녀석들이다.



뒤돌아 본 풍경이다.

중앙에 대청과 중청을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흘러내리는 능선이 서북능선이다.

그렇게 뻗어나온 서북능선은 지금 내가 서있는 이곳을 지나 대승령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왼쪽으로 뻗어나간 능선이 소청을 지나 공룡능선으로 이어진다.

그 앞이 용의 이빨을 닮았다는 용아장성이다.



올라야 할 귀때기청봉 정상이다.

흙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돌무더기 봉우리이다.




이런 극심한 너덜지대를 1km정도를 걸어야 한다.

돌무더기라서 특별한 등산로가 없고 그냥 중간중간 기둥을 세워 표시를 해놓았을 뿐이다.

그래서 극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잠시라도 집중하지 않고는 걸을 수 없는 길.

그래서 육체적 피로와 더불어 정신적 피로감까지 감내해야 하는 길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돌산을 오른다.

 


어떻게 이런 돌산이 생겨 났을까?

문득 돌을 일부러 쌓아 놓은 동네 어귀의 뭉툭한 돌탑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가 길이다.

그런데 이런 극심한 환경에서 꽃을 피우는 나무가 있다.

일명 털진달래다.

얼기설기 쌓여있는 작은 돌도 아니고 큰 돌틈사이 어디에 뿌리를 내렸을까?

아무리 들여다 보아도 뿌리내릴만한 흙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살아내는 저들만 힘든게 아니다.

무질서하고 불규칙한 돌길을 올라야 하는 산객도 고난의 연속이다.



이제 정상이 눈앞에 있다.

역시 독특한 모습이다.



오르면서 바라보는 오른쪽 방향 조망이다.

대청봉과 용아장성의 위용이 위압적이다.



다시 뒤돌아 본 서북능선이다.

서북능선 끝에 멀리 중청,그 뒤 보일락말락 대청이 있다.

서북능선은 능선 자체보다도 조망이 좋은 능선이다.

대청,중청,소청,공룡능선,점봉산,가리봉,주걱봉등 설악산의 진 면목을 다 볼 수 있는 능선이기도 하다.



아무리 봐도 신비한 자연 현상이다.

돌무더기 산이라는 것도 그렇고 그 열악한 환경을 이겨내고 살아가는 식물들도 그렇고.



고사목과 털진달래가 어우러진 모습.

산 풍경중에서 고사목이 있는 풍경은  아름답기도하고 신비롭기도 하다.



그런데 한가지 안타까운건 그 열악한 환경에서 수십년 아니면 100년쯤은 살았을듯한 구상목이 죽어간다는 것이었다.

이것도 기후 환경적인 요인일까?



마치 피라미드 형상의 귀때기청봉이다.

그리고 그 급경사면에 핀 털진달래.

그 경사면의 털진달래는 아름답기도 하고 신비스럽기까지 했다.



귀때기청봉은 마치 꽃불이 타는 듯 했다.

자연미인, 자연풍경, 자연현상, 자연식품.

자연이란 꾸미지 않음을 의미한다.

전국의 진달래 군락지, 철쭉동산등 화려한 꽃밭들이 인위적인데 반해서 이곳은 그 흔한 데크길도 전망대도 없다.

오직 커다란 돌무더기와 고사목, 그리고 털진달래가 있을 뿐이다.

그 털진달래는 거센 바람과 눈보라, 그리고 매서운 강추위등 극한의 자연 환경을 이겨낸 결과물이다.



척박한 돌무더기 속에서 극한의 자연환경을 이겨낸 털진달래가 아이러니하게도 그 보잘것 없는 돌조각들과 어울려서 그 어디에서도 볼수 없는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을 키워준 보상일까?

털진달래가 없는 돌무더기 귀때기청봉을 상상해본다.

얼마나 삭막할까?

그 삭막한 돌무더기가 아름답게 보이는건 순전히 털진달래 때문이다.

그러나 그 털진달래를 키운건 또 보잘것 없는 모난 돌들이다.

그야말로 神의 한 수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아름다운 조화(造和)다.



귀때기청봉 정상이다.

귀때기청봉 정상은 초라했다.

정상석도 없고 그냥 이정표로 대신하고 있다.

명색히 1577m나 되는 봉우리인데...

돌무더기 봉우리에 털진달래가 불타 오르는듯한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장관인데 정상석이 없다는게 아쉽다.

귀때기청봉의 정상은 흙이나 바위가 아니고 그냥 돌무더기 봉우리다.

그래서 나무들이 쉽게 자랄수 없어서 사방의 조망은 좋다.

남쪽으로는 점봉산과 주억봉, 북쪽으로는 용아장성과 공룡능선, 동쪽으로는 대청봉과 서북능선까지 설악의 모든걸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하다보니 오후 2시다.

북적대던 사람들이 어느새 한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인증샷을 포기하고 늦은 점심을 먹고 정상을 넘어서 대승령쪽으로 조금 더 진행했다. 


 

털진달래다.

진달래지만 가지와 잎등에 털이 나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래서인지 추위와 바람에 강해 한라산,지리산,설악산등 고산지대에서 자생하며 보통 진달래보다 한달쯤 늦은 5월에 개화한다.



나는 이 장관을  '꽃불'이라고 이름 붙여 본다.

연두색과 분홍색이 어우러져 참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했다.

마치 꽃불이 난듯 했다.



그래서 마땅한 단어를 찾을 수 없어서 꽃불이라 이름붙여 본다.

이쪽도 꽃불,저쪽도 꽃불.

저 꽃불들을 두고 어찌 그냥들 휙휙 지나가는지.

나는 그러지를 못했다.

보고 또 보고, 눈속에 담고 카메라에 담고.....



귀때기청봉이라는 특이한 이름은 여러가지 유래설이 있다.

설악산의 봉우리들이 멀리서 보면 푸르게 보인다고 해서 푸를청(靑)자를 붙여서 대청,중청,소청,끝청이라 부르는데 귀때기청봉은 다른 봉우리들에 비해 한쪽 귀퉁이에 붙어있다고 해서 귀때기청봉이라 했다고 한다.

                   


그외에도 항상 자신이 제일 높고 잘났다고 우기다가 실제로 재어보니 제일 낮은 것으로 판명되어 귀때기를 얻어 맞고 한쪽으로 밀려나서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는 설.



그리고 또 한가지 설은 이렇다.

설악산의 다른 봉우리들은 돌로된 봉우리인데 귀때기청봉은 원래 흙산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봉우리들에게 귀때기를 얻어맞으며 따돌림을 받았다.

이에 자신도 돌산이 되고 싶어 몰래 돌들을 만들다가 들켜서 또 귀때기를 얻어맞아서 라고도 한다.



귀때기청봉 넘어서 뒤돌아 본 풍경이다.

돌무더기 산이라고 믿기지 않을만큼 꽃으로 덮여있다.



대승령방향으로 계속 이어진 서북능선이다.

계속 진행한다면 장수대, 대승령, 십이선녀탕등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나는 다시 뒤돌아서 한계령 방향으로 원점회귀 할 계획이다.



하산길에 다시 담아본 대청봉과 서북능선, 그리고 용아장성과 공룡능선이다.



한계령.

인간이 넘을 수 있는 길의 한계일까?

차가 갈 수 있는 길의 한계일까?

꽤 많이 넘나든 한계령이지만 한계령에 서는 기분은 항상 특별하다.

귀때기청봉은 한계령에서 거리상으로는 4km쯤으로 그렇게 멀지는 않지만 오르내림이 심하고 최악의 너덜길을 1km쯤이나 걸어야 하기때문에 쉽지않은 봉우리다.

그래도 앞뒤의 산그리메와 어우러진 털진달래가 핀 풍경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은 진귀한 풍경이다.

그래서 이맘때쯤이면 그 보잘것 없는 돌무더기 봉우리를 특별히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산행코스:한계령 ㅡ한계령3거리 ㅡ귀때기청봉 ㅡ대승령쪽으로 400여m 하산후 ㅡ다시 한계령으로 원점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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