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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고 Dec 28. 2021

화왕산과 관룡산 연계산행

산림청선정 100대명산 산행기 제80화 화왕산

오를 곳이 있다는 것.

오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오른다는 것.

꼭 오르는 행위가 아니더라도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항상 우리에세 행복감을 준다.

그 행복감은 오르는 수고로움에 대한 반대 급부인 셈이다.



창녕의 화왕산은 수도권에서 승용차로도 가능한 산이지만 도로 상태를 알 수 없어서 ktx를 이용했다.

광명역(승용차)ㅡ마산(ktx)ㅡ관룡사 주차장(택시)



조금은 황량한 들판과 겨울 산들을  빠르게 밀어내던 고속열차가 마산역에 도착했다.

그리고 곧바로 마산역에서 택시를 탔다.

카카오 네비는 택시비가 4만원쯤 나온다는데 5만원을 내라고 한다.

지방 역에서는 비일비재한 일이다.

그래서 실갱이를 하지않으려고 그냥 탔다.

그런데 택시는 조금 더 올라가도 되는데 가장 아래에 있는 매표소 주차장에 내려주고 가버린다.

뭣모르고 내린 나는 아스팔트길을 1km넘게 걸어야 했다.

택시가 관룡사까지 올라가도 되는데 입구에 내려준 것이다.

역시 택시는 편리하면서도 거북스러운게 많다.

지난번 무학산에 왔을때 좋게 느껴졌던 마산 택시 기사님들에 대한 감정이 일시에 사라지고 말았다.



터덜터덜 아스팔트길을 1.2km쯤 올라오니 관룡사가 나왔다.

관룡사(觀龍寺)는 1500여년전 원효대사가 창건한 절이라고 한다.

원효와 의상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절은 창건한 것일까?



관룡사의 유래에 의하면 화왕산 산상의 월영삼지의 연못에서 아홉마리의 용이 승천하는 것을 봤다하여 관룡사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설화에 의하면 옛날 화왕산 꼭대기에는 3개의 못(월영 삼지)이 있었다.

그 못에는 용이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원효대사가 제자 송파와 함께 백일기도를 드리는데 하늘에 갑자기 오색 채운이 영롱해 기괴한 일이라 생각하고 그쪽을 쳐다보니 월영삼지에서 9마리의 용이 승천하고 있었다. 

그 후 원효는 절 이름을 용을 보았다는 뜻의 '관룡사'라 하고 산 이름을 '관룡산'이라고 했다. 



관룡사는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짜임새있고 아담해서 불심이 절로 솟을것 같은 절이었다.

뿐만아니라 천년고찰에 걸맞게 보물이 무려 4점이나 있고 지방문화재도 5점이나 있다.



보물 제519호

그중에는 다른 사찰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석불도 있다.

바위를 통째로 불상으로 만든 것이다.

얼마나 많은 시간동안 쪼아내고, 갈고 닦았을까?



고즈넉한 산사를 한바퀴 돌고 바로 산행에 나섰다.

산행은 관룡사 뒷편 아름다운 소나무 숲 오른쪽을 돌아서 시작된다.



아름드리 소나무 숲을 지나면 비교적 완만한 참나무 숲이 이어지고 곧바로 급경사 구간이 나온다.

그 급경사 구간은 다양한 기암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산행 초반부터 오르는 재미가 솔솔했다.


 

오르는 중간에 뒤돌아 본 관룡사 전경이다.

생각보다 더 아담하다.

말 그대로 산사라는 단어에 딱 어울리는 절마당이다.



급경사 구간을 30분쯤 오르면 본격적인 조망이 시작된다.

물론 산이름이 다르긴 하지만 억새와 철쭉으로 대변되는 화왕산과는 또다른 관룡사의 면모를 볼 수 있는 조망점이다.



화왕산과 관룡산은 바로 연결되어 있는 산이다.

그러데도 분위기는 완전 딴판이다.



관룡산 병풍바위다.

이제 이 병풍바위를 보면서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능선을 타고 오른다.



두개의 바위가 서로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듯 하다.



한 평의 땅도 허투루 쓸 수 없다는 듯 조금이라도 평평한 땅은 다랭이 논과 밭으로 일구어 놓은 풍경이 산골살이의 애환이 그대로 서려있는듯 하다.

아니 이건 애환이기도 하겠지만 자연과 함께하는 행복한 우리 민초들의 삶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살 것 같지않은 계곡을 따라 가느다란 길이 어디론지 뻗어나가고 있다.

이 깊은 산골에 길이 있다는 사실.

저 산골에 누가 있어서 길이 생겨났을까?

어떤 용도의 길일까?



'실크로드'만 대단한 길이 아니다.

세상의 모든 길은 누군가에게는 대단하고 특별한 길이다.

길은 문화와 문화를 이어주고, 생명과 생명을 이어준다.

그래서 길이 있다는 것은 생명이 있다는 것이다.

생명이 있다는건 그들만의 문화가 있다는거다.



오를수록 기암괴석이 즐비한 능선길은 약간의 스릴 넘치는  암릉길이다.

암릉 사이를 휘감아 부는 겨울바람이 매섭다.

워낙 매서운 겨울바람이 원망스럽지만 기암괴석를 만나는 재미와 조망을 즐기는 재미로 견뎌낼 수 있었다.



모퉁이를 돌아서면 나오는 기암괴석들에서 관악산의 향기가 났다.

그러고보니 앞마당처럼 오르내리던 관악산에 올해는 한 번도 오르지 않았던것 같다.



다시 능선길에서 내려다 본 관룡사 전경이다. 

볼수록 정감이 가는 절마당이다.



이제 정상이 가까워지면서 길은 더욱 거칠어지고 있었다.



때로는 로프도 타야하고 때로는 암벽 사이를 곡예하듯 오르기를 얼마나 했을까.

잠시 언제 그리 험한 길이었느냐는듯 흙길이 이어지고 곧바로 첫번째 봉우리인 관룡산 정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관룡산 정상.

능선길의 빼어난 암릉미와 조망과는 대조적으로 정상은 초라했다.

조금 높다는 이유만으로 정상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어디 산 뿐이겠는가?

우리네 세상사에도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먼저 입성 했다는 이유만으로.

선거에서 표 몇표 더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돈이 좀 더 많다는 이유만으로.

또는 조금 더 배웠다는 이유만으로 떡하니 좋은자리 차지하고 앉아서 온갖 독선과 오만, 부귀영화를 다 누리려는 사람들이 어디 한 둘 이던가?

그래도 관룡산 정상은 자리는 차지하고 있어도 오만하지 않고 초라할 정도로 겸손했다.



관룡산에서 화왕산으로 이어지는 길은 살방살방 걸을 수 있는 오솔길과 임도길이다.

이렇게 힘들게 올라왔는데 차가 다닐수 있는 길이 나온것이다.

산행중에서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때마다 가장 허탈한 기분을 맛본다.



그리고 1km쯤의 임도가 끝나는 지점에 드라마 "허준" 촬영지가 있다.

벌써 20여년은 되었을것 같은데 관리를 잘 한 모양이다.


 

드라마 "허준"은 당시 인기가 대단하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도 참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다.

아늑한 이곳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이제 화왕산 구역으로 간다.



화왕산성.

화왕산성은 화왕산의 정상부를 둘러싸고있는 성으로 길이가 2.7km다.

다른 이름없는 산성들과는 달리 산성은 제법 정교하게 축성되어 있었다.



화왕산성은 절벽부등 자연지형을 최대한 활용한 산정식 석성이라고 한다.

5~6세기에 처음 축조되었을것으로 추정되는 산성은 임진왜란때 곽재우장군이 근거지로 삼으면서 고쳐쌓았다고 한다.



뒤돌아 본 허준 촬영지다.



집수시설

화왕산성의 안쪽은 화왕산의 분지형 지형을 활용해서 성지와 집수시설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에 집수시설등은 복원을 해 놓았다.



창녕 조씨가 성씨를 얻었다는 득성비다.



이제 분지를 가로질러 배바위와 정상으로 향한다.



눈도 없고 꽃도 없고 푸르름도 없는 밋밋한 겨울산.

그 유명한 화왕산의 억새마져도 홀씨을 바람에 다 날려버려서 마치 홀태로 홅고난 볏집처럼 깔끔하고 가지런 했다.

빗질이라도 해놓은것 같은 그 억새들을 하늘에 대고 그려본다.



화왕산의 정상이 보인다.

그러나 일단은 그 반대쪽 배바위를 향해서 오른다.

배바위를 다녀온 후 정상에 오를 예정이다.



관룡산과 걸오온 능선이다.

오른쪽에 병풍바위가 보이고 그 왼쪽 밋밋한 봉우리가 관룡산 정상이다.



배바위다.

배바위는 정상의 반대편 봉우리에 있는 바위다.

몇년전 화왕산 억새태우기를 하다가 바람에 불길이 덮쳐서 많은 희생자가 났던 배바위다.

불길이 치솟자 사람들이 이 바위위로 대피했다가 바람에 불길이 바위를 덮치는 바람에 7명이나 떨어져 죽고 100여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중경상을 입은 대형 참사가 일어났던 곳이다.

그 뒤로 화왕산 억새태우기가 없어졌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화마에 많은 사람이 희생당한 배바위에 얽힌 전설은 물에 관한 것이다.

설화에는 옛날 온 세상이 홍수로 잠겼을때 이 바위에 배를 묽었다고해서 배바위라는 이름을 얻었단다.



그리고 나는 올라가지 않아서 못 보았지만 배바위 위에는 커다란 웅덩이가 있다고 한다.

곽재우 장군이 그 물로 세수를 했다고 해서 곽재우 세숫대야라는 별명을 얻었단다.



건너편 정상부다.

배바위를 지나 이제 정상으로 오른다.



그리고 정상 오르는 길에 뒤돌아 본 배바위다.



화왕산 정상부는 분화구 형이다.

그래서 가운데가 분지형태의 억새밭이고 그 양쪽으로는 봉우리가 형성되어 있다.



정상이 있는쪽 봉우리의 능선이다.

이 능선을 성곽으로 활용했다.



그리고 정상에서 배바위로 연결되는 능선이다.

역시 성곽으로 활용한 능선길이다.



그 두 봉우리 사이의 분지다.



정상이 가까워지면서 이제 배바위가 반대편에 있다.

신기할 정도로 정상부 성곽길 안과 밖이 다른 지형을 하고 있다.

전형적인 천혜의 요새다.



이제 정상을 눈앞에 두고 있다.

757m의 화왕산 정상은 아래에서 볼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정상은 분지를 이루는 6만여평의 억새평원을 뒤로하고 북동쪽으로 돌출해 있다.

또한 정상은 천혜의 요새로 창녕시내를 비롯한 동쪽,북쪽,서쪽를 모두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우뚝 솟은 정상의 모습은 마치 거대한 전망대를 연상케 했다.

임진왜란때 홍의장군 곽재우의 활동 무대이기도 했던 화왕산성의 최정점.

잠시 의병 곽재우장군이 호령하는 모습을 그려본다.



화왕산(火旺山)은 불이 왕성한 산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옛날 창녕일대는 우포늪등 습지가 많아 수해를 많이 입었다고 한다.                    


             

그래서 화왕산에 불이 나야 수해를 입지않고 창녕에 좋은 일이 많이 생긴다고 하여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사람들이 일부러 화왕산에 불을 지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생겨난 것이 억새태우기 였단다.

 그러나 몇년전 많은 사람이 죽는 인명 참사가 발생하면서 지금은 중단 되었다.



정상부 반대편 절벽이다.

성곽 축성이 필요없는 천혜의 자연 성곽이다.



창녕시내쪽 조망이다.



하늘이 그림 그리기 좋은 캠버스 같다.

가을도 아니고 겨울도 아닌 무미건조한 시기의 산행.

이런 계절은 도무지 사진찍기가 싫은 계절이다.

그런데도 오늘은 캠버스 덕분에 신이 났다.

무미건조한 풍경을 살려주는 하늘 색깔 덕분이다.



하산은 창녕쪽으로 했다.

경사가 꽤 가파르고 돌계단으로 된 2.7km의 거리다.



산림욕장

하산하는 동안 특별한 볼거리는 없지만 중간에 산림욕장이 있고 소나무 숲이 좋아서 하산길로는 안성마춤인것 같았다.

화왕산은 10여년 전에 다녀온 곳이지만 그때는 그냥 진달래꽃에만 촛점을 맟춘 산행이었다면 오늘의 산행은 화왕산의 진면목을 들여다 볼 수 있었던 관룡산과 화왕산을 마스터하는 산행이었다. 



*산행코스:옥천 매표소 ㅡ관룡사 ㅡ구룡산능선 ㅡ병풍바위 능선 ㅡ관룡산 ㅡ청간재 ㅡ허준촬영장 ㅡ화왕산성 동문ㅡ 배바위 ㅡ서문 ㅡ화왕산 정상 ㅡ서문 ㅡ산림욕장 ㅡ자하골(보통걸음 6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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