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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고 Dec 24. 2021

초겨울 적상산

산림청선정 100대명산 산행기 제 79화 적상산

산은 계절을 통해서 나름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어떤 산은 봄 풍경과 잘 어울리고, 또 어떤 산은 가을 풍경과 잘 어울린다.

그리고 여름과 특별히 잘 어울리는 산이 있는가 하면 겨울에 멋진 풍경을 연출해주는 산도있다.



그러나 가을도 아니고 본격적인 겨울도 아닌 이 맘때쯤은 참 어정쩡하다.

그래서 이럴때는 비교적 계절을 덜 타는 기암괴석이 많은 산을 찾곤 한다.



오늘 찾는 적상산은 가을 단풍에 최적화 되어있는 산이다.

그런데도 100대 명산을 순서대로 오르다보니 그 계절에 빗나간 시기에 오르게 된 것이다.



적상산은 속칭 상성산(성이 있는 치마산)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러다가 동쪽에 병풍을 두른 듯 서 있는 암벽으로 이뤄진 절벽 주변에 가을이면 유난히 빨간 단풍이 치마를 입은 듯 하다고 해서 붉은  붉은 '적'(赤)에 치마 '상'(裳)자를 써서 적상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10여년전에 아들과 함께 다녀왔던 적상산이다.

많은 기억은 없지만 구불구불 아스팔트길을 지겹게도 걸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오늘은 정상까지 최단코스의 산행 기점인 안국사에 주차를 하고 산행을 시작했다.

안국사에 도착했을때 주차장에는 내 차가 유일했다.

1등을  한 셈이다.

8시반쯤이 되었는데도 산사는 풍경소리만 요란할뿐 아직 고요했다.



안국사에서 비교적 가파른 길을 10여분정도 오르면 적상산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안렴대가 나온다.

『한국지명총람』에 의하면, 이 바위 안에 큰 석굴이 있으며, 고려 말 거란이 침입하였을 때 삼도 안렴사(三道 按簾使)가 이곳에 피난하였다 하여 지명이 유래되었다고 전한다.

그런데 큰 석굴은 보지 못했다.

더 아랫쪽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바위가 세갈래로 갈라져서 틈새가 넓어 석굴처럼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여기서 보는 덕유산 향적봉쪽 조망은 일품이었다.



왼쪽에 가장 높은 봉우리가 덕유산 향적봉이다.



가뜩이나 무채색 풍경인데 하늘마저 곰탕이다.



덕분에 무채색 사진놀이를 실컷 한다.



안렴대 한 켠에 있는 거대한 고목나무다.

하늘높이 춤추듯 서있는 모습이 나무들의 왕 같다.



나무들은 어떠한 조건에서도 서로 어깨를 맞대고 적당한 영역을 차지하며 살아간다.

오늘따라 벌거벚은 나무가지들의 조화가 특별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우리네 인간들도 저렇게 이웃과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연재해로 죽어가고 고통받는 사람도 안타까운데 전쟁과 학살로 죽어가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말 그대로 모든 사람이 평등해서 싸움도 분쟁도 시기도 질투도 없는 세상이 될 수는 없는것일까?

성인군자같은 생각을 해 본다.



안렴대에서 향로봉으로 가는 구간은 거의 평지형 능선길이라서 산책수준이다.

적상산은 좀 특이한 지형이다.

아래쪽 중턱부분은 바위산인데 윗부분은 전형적인 흙산이다.

그러다보니 단풍나무와 떡깔나무등 활엽수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숲이 울창하면 전망이 좋지않은 법.

향로봉에서의 약간의 조망과 안렴대부근에서 좋은 전망을 빼면 대부분이 울창한 숲이다.



안렴대에서 향로봉까지는 1.5km다.

그 전 구간이 능선길에다 거의 평지나 다름없다.

그 길을 아무도 마주치지 않고 혼자서 걸었다.

모처럼만에 호젓한 산행을 했다.

많이 보려거든 혼자서 가라.

많이 느끼려거든 혼자서 가라.

많이 생각하려거든 혼자서 가라.



특별히 정상 기분이 나지 않는 평범한 정상.

인증샷 하나 찍어줄 사람도 없고해서 삼각대를 펴고 인증샷을 찍는데 젊은 친구 한 명이 올라왔다.

오늘 처음 보는 산객이다.

그래서 사진 한 장 찍어달라고 카메라를 내민다.

그리고 도란도란 이야기 하면서 같이 하산을 한다.



어려보이는데 내년이면 40대 노총각이라고 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내려오다보니까 안국사까지 다 내려와 버렸다,

대화의 즐거움을 얻었으나 혼자서의 묘미는 잃어버린 산행이 되어버렸다.

뭐 세상 이치가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것 아닌가.



거리로는 왕복 4km남짓인데 사진 촬영시간 포함 하고도 2시간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래서 넉넉한 여유시간을 활용해서 안국사 관람을 한다.



나라를 편안하게 한다는 의미의 안국사는 대웅전이 없고 극락전을 가운데 배치하고 약간 뒷쪽에 삼신각,좌측에 천불각,오른쪽으로 요사체 그리고 오른쪽 마당앞에 범종각등 대체적으로 작은 건물이 짜임새있게 잘 배치되어있다.



그러나 오래된 절의 역사에 비해서 분위기는 오래된 맛이 별로 없다.

그 이유를 해설문을 읽어보고서야 알았다.



원래 안국사는 훨씬아래 양수댐 수몰지역에 있었으나 1989년에 이곳으로 옮겨지었다고한다.

안국사는 고려 충렬왕때인 1,277년에 월인 화상이 창건해다고 한다.

이후 광해군 6년 조선왕조실록을 봉안하려고 절을 확장했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영조때인 1,771년 법당을 다시 짓고 나라를 평안하게 해주는 사찰이라 하여 안국사로 부르게 되었다.



안국사 관람을 바치고 양수 발전소 전망대에 오른다.



양수발전이란 원자력, 화력 등 대용량 발전소와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의 잉여전력으로 하부 저수지의 물을 상부 저수지로 끌어올려 저장하였다가 다시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소를 말한다.



전망대에서 본 양수 발전소의 상부댐과 하부 저수지다.



그 양수발전소가 높은곳에 있기때문에 조성된 찻길이다.



안국사 올라가는길에 있는 천일폭포.

하늘아래 하나밖에 없다는 뜻의  천일폭포는 높이는 어마어마했으나 수량이 적어서 볼품은 없었다. 

양수발전소의 전망대까지 다 관람을 하고도 오후 1시밖에 되지 않았다.

원래 적상산은 1,034m로 1,000m급의 비교적 높은 산이지만 양수 발전소 덕분에 워낙 높은 곳까지 차가 올라갈 수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다음엔 적상산과 어울리는 가을 산행을 마음속으로 기약하고 산행을 마무리 한다.



*산행코스,: 안국사 ㅡ안렴대 ㅡ적상산(기봉)ㅡ향로봉 ㅡ원점회귀(사진촬영 포함2시간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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