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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고 Dec 31. 2021

암릉산행의 묘미와 거침없는 조망ㅡ천태산

산림청선정 100대명산 산행기 제81화 천태산

"산 울림소리 청아한 천태산

바람은 웃자란 바위를 다듬어

폭포수 미끄럼 타며 떨어지고

거북 등 같은 계곡 바위 하나 둘 오르면

할머니의 할머니 때 꿈 이야기 들어주던

삼신할미바위 오도카니 서 있다."

천태산 입구에 결려있던 '박남근' 시인의 시 첫구절이다.

천태산을 잘 요약해 놓은 것 같아서 가져온 구절이다.

시인들의 표현 능력은 정말 대단하다.

나는 사진으로 표현하고 글로 표현해도 어딘지 부족하기만 한 표현을 몇마디의 단어를 나열함으로서 완벽하게 표현하고 있으니 말이다.



새벽 6시 30분.

5시 정도에 출발하려고 마음먹었지만 조금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혼자서 움직인다는 장점은 이럴때 발휘된다.

조금 늦어도 누구의 관심이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자가 운전으로 아침 9시 20분 영국사 주차장에 도착 했다.

날씨가 의외로 춥다.



영국사 은행나무

그러나 다행히 겨울 복장을 하고 와서 별 지장없이 산행을 시작 한다.

주차장에서 영국사까지 가는 200여m의 길에는 詩가 전시되어 있었다.

詩축제가 있었던  모양이다. 

가을에 왔더라면  아름다운 단풍길이었을 산사로 가는 길의 풍경은 호젓하고 고즈넉했다. 

그렇게 영국사 앞마당에 들어서자 천년이나 되었다는 거대한 은행나무가 푸른 하늘에 그 우람한 팔을 벌려서 반갑게 맞아준다.



영국사 은행나무

언젠가 아내와 함께 했던 초가을  영동 여행중에 담은 사진이다.

지금은 앙상한 모습이지만 그때는 정말 감동적인 모습이었다.

1000년을 살고도 저렇게 건실하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영국사 은행나무는 천연기념물 제223호로 지정되어 있다.

수형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예로부터 국가에 큰 난이 있을때 울음을 운다고해서 더욱 유명세를 탄 나무다.

은행나무 주변의 시화전 작품 중에서 요즘 세상에 어울리는 짧은 시 하나가 눈에 띄었다.



ㅡ노랑말로 말한다 ㅡ

                                                                유안진 

新聞이 빈 벤치에 앉아 자꾸 손짓한다. 

가 앉아 펼쳐드니, 은행잎들 떨어져 가린다. 

읽을 건 季節과 自然이지, 

時代나 世上이 아니라면서....


온갖 권모술수와 퇴폐적인 언어로 도배된 오늘날의 신문은 볼 필요도 없다는듯 은행잎이 떨어져 가려버렸다.

그대신 곱디고운 노란 은행잎 즉 자연을 보아달라는 뜻으로 이해되었다.

요즘 나라를 다스리겠다는 사람들, 어떤이는 예전에 막말을 했다고 지금 엄청난 비난을 받고 있는데 또다른 어떤이는 보란듯이 지금 뒷골목의 삼류 깡패의 입에서나 나올법 한 막말을 하고 다닌다.

그러다보니 현재의 대통령이 후보들 보다 훨씬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는 초유의 광경이 연출되고 있다.

언젠가 어떤 지인이 한 말이 생각났다.

"최소한 앞으로 100년 내에는 다른건 몰라도 도덕적으로 문재인 만큼 깨끗한 대통령은 나오지 않을 겁니다."

"아니 나올수 없을 겁니다. 어쩌면 영원히요."

하긴 그 대통령의 아들, 딸, 손주까지 감시하다시피 하고 심지어는 고소 고발까지 남발하던 어느 국회의원은

아들이 3년인지 4년인지 근무하고 50억을 퇴직금이라고 받았다는게 들통이 났어도 깨끗한 돈이라고 우기는 세상을 살고 있으니 그 말도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면 옛날 '유서대필'사건을 조작한것으로도 유명한 사람인데 말이다.



은행나무를 지나 영국사로 들어섰다.

영국사는 단아하면서도 기품있어 보였다.

천년고찰이라고 하기에는 좀 작은 듯한 규모이지만 분위기는 천년을 넘어선 고즈넉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1000년쯤 되었다는 거대함을 넘어 신성해 보이기까지한 은행나무를 지나 만세루 계단을 올라서면 정갈한 절마당이 나오고 그 절마당 오른쪽에 대웅전, 왼쪽에 극락보전 그 사이 뒷쪽으로 삼신각이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대웅전 앞에 보물533호 삼층석탑, 마당 좌측아랫쪽에 종무사무소 건물과 해우소가 영국사 건물의 전부다. 

천년고찰이라는 유명세에 비하면 의외로 단촐한 규모였다. 

영국사는 신라 제30대 문무왕(文武王) 8년에 원각국사(圓覺國師)가 창건한 말 그대로 천년고찰이다.



특히 영국사는 여러 왕들이 피신 한 절로 유명하다.

기록에 의하면 신라의 제32대 효소왕(孝昭王)이 신하들을 거느리고 피난하였고, 고려 제23대 고종(高宗) 때 왕명으로 탑 ·부도 ·금당(金堂)을 중건하고, 절 이름을 국청사(國淸寺)라고 하였다.

이후 고려 제31대 공민왕때에 원나라의 홍건적이 개성까지 쳐들어오자 왕이 신하들을 거느리고 이곳으로 몸을 피했다.



이때 국태민안의 기도를 한 후 마침내 근위병들이 홍건적을 무찌르고 개경(開京)을 수복하게 되었다.

그러자 왕이 기뻐하며 부처에게 감사드리고 떠나면서 나라가 평온하게 되었다는 의미의 寧(편안할 녕)國(나라 국)사라는 현판을 써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규모는 비록 작지만 보물이 무려 4점이나 있다.



다음은 다시 지난날 담아 온 영국사의 아름다운 가을풍경이다.



영국사 망탑봉 3층석탑

영국사 옆으로 10분 거리에는 망탑봉이라는 작은 봉우리가 있다.

그 아래에는 고려시대에 세운 보물 535호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완전 자연 친화적인 탑이다.

천태산 등산이 아니더라도 영국사 여행에서 꼭 찾아보아야 할 곳 중에 한 곳이다.



그리고 그 계곡에는 천태산 삼단폭포와 흔들바위가 있다.



망탑봉 3층석탑 옆에 있는 흔들바위라고도 하고 고래바위라고도 하는 바위다.

개인적으로는 상어바위 같기도 하다.



이제 영국사 관람을 마치고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은 영국사 오른쪽으로 난 넓은 등산로를 따라 오르다가 좁은 산길로 들어선다.

그렇게 오르다가 중간에 뒤돌아 본 풍경이다.

정겹고 아담한 산골마을이 그림 같다. 



본격적인 산길에 접어들면  A코스가 나온다.

B코스는 폐쇄되어 있으므로 주로 올라가는 코스는 A코스다.

이윽고 얼마 오르지 않았는데 거대한 암봉이 앞을 가로막았다.

A코스에는 이렇게 로프타는 암릉코스가 서너군데 있다.

그리 위험하지 않아 산행하는 재미가 솔솔하다.

만약 체력이 안된다면 우회하는 길도 잘 조성되어 있다.

여기는 나도 우회를 했다.



멀리 산들의 파노라마도 멋있지만 여기서 바라보는 절과 마을을 있는 풍경이 일품이었다.



아기자기 걷는 재미가 있는 소나무와 잡목이 적당히 섞인 동네 뒷산 같은 느낌의 길을 1시간30분여를 오르자 어느새 정상이다.

그러나 정상은 의외로 보잘것 없었다.



715m라는 산 높이에 비해서 오르는 난이도도 그렇게 높지 않고 정상으로서의 면모도 정상석이 없다면 그냥 지나칠듯한 모습이다.

천태산의 유래는 불교의 천태종에서 기인했다고 한다.

고려 문종의 네째아들인 대각국사 의천이 중국의 천태종을 공부하여 이곳에서 열었다고 하여 천태산이라 부르게되었다고 한다.



정상을 지나 반대편으로 하산 하는 길.

참으로 힘들게 살아낸 나무 한그루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구부러지고 꺾이면서도 끝내는 곧게 살아낸 굴참나무다.



그리고 내려서는 하산길에 조망되는 산그리메다.

천태산은 715m라는 산의 높이에 비해서 조망이 좋다.



마치 1000m급 산에서나 봄 직한 다양한 조망이 펼쳐지고 있었다.



2시간이 채 안되는 산행으로 이런 산그리메를 즐길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더군다나 어느 한 조망점에서 볼 수 있는 전망이 아니다.

하산하는 내내 조망되는 멋진 조망인 것이다.



하산중에 좀 당겨서 본 영국사와 그 아랫마을 전경이다.

왼쪽의 마을과 오른쪽의 영국사를 이어주는 길이 참 평화로운 풍경이다.



사실 조망은 이렇게 좋지만 천태산 자체는 그렇게 높거나 품이 크지 않다.

그래서 작은 수고로 깊은 산 맛을 느끼기에 안성마춤인 산이다.



주변 산군들이다.

영락없는 동네 뒷산 수준의 올망졸망한 산들이 정겹게 이어져 있다.

웅장하고 험악한 큰 산들이 가슴 벅찬 감동을 안겨 준다면, 올망졸망한 산군들을 거느리고 있는 천태산의 풍경은 어렸을때 동네 뒷산에서 느꼈던 평온하고 아늑함을 안겨 주었다.



그러고보면 천태산은 고만고만한 산들 중에서 우두머리 산인 셈이다.

아담한 산들의 꼬마대장인 셈이다.



그렇게 올망졸망한 산세를 따라 아기자기하게 이어져 있는 산길을 산책하듯 내려선다.

내려서는 방향에 따라서, 혹은 높이에 따라서 산군들의 조망은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다이나믹한 암봉길이다.

그 암봉길에서 산객들이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조망을 즐기고 있다.



그래도 이쪽 방향 산군들은 제법 거친 산세를 자랑하고 있다.

낮은 산에서 바라보는 고산준봉의 파노라마다.

아마도 저 멀리 덕유산도 있을 터이다.



그렇지만 방향을 조금만 틀면 이렇게 낮은 산군들이 펼쳐진다.

방향만 조금 틀었을 뿐인데 전혀 다른 느낌의 산군이 펼쳐진 것이다.



이제 이 암봉을 내려서면 조망도 끝이 난다.

그리고는 전형적인 동네 뒷산 같은 마사토 흙길을 산책하듯 걸으면 된다.

다시 말하면 그렇게 낮은 산이라는 뜻이다.

어쩌면 100대 명산 중에서 난이도가 가장 낮은 산 중에 한 곳 일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하산을 하면 다시 영국사가 나온다.

한바퀴 돌아서 원점 회귀하는 것이다.



아직도 까치밥이 달려있다.

'대지'의 작가 펄 벅은 한국을 방문한 후 저 까치밥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감탄했다고 한다.

그 당시는 사람도 먹을 것이 부족했던 극심한 혼란의 시기였다.

그런데도 새들이 먹을 것을 남겨두었던 우리 조상들의 배려심에 감탄한 것이다.

이후 펄 벅은 한국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건 좀 아닌것 같다.

산악회 사람들 오늘 산에서 라면 끓이는 팀이 많았다.

불법.

그래서인지 천태산은 곳곳이 산불 흔적이 많았다.

산악회라면 일반 개인보다 더 지켜야할 산림보호법을 자기네들이 앞장서서 위반하고 있는 모습, 참 보기 민망했다.

오히려 산악회라는 명칭을 가졌으면 다른건 몰라도 산림보호법은 철저하게 지키는것은 물론 다른사람의 위반까지도 선도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산행코스: 주차장~삼단폭포~영국사~A코스암릉~정상~D코스~남고개~영국사~삼단폭포~주차장(천천히3시간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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