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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고 May 26. 2022

태화산, 싱그러운 오월의 숲길을 걷다.

산림청선정 100대명산 산행기 제90화 태화산

많은 사람들이 등산을 인생에 비유를 한다.

거칠거나 평탄하거나 기복이 심한 등산 자체에 관점을 두고 하는 비유일 것이다.

등산로, 그 선에 관점을 둔 비유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산을 책에 비유 하곤 한다.

등산로로 대변되는 선이 아니라 풍경으로 대변되는 면에 관점을 둔 것이다.

그래서 책을 읽듯 산을 읽는다는 표현을 자주 쓴다.

덕분에 한 걸음 오를때마다 책장 한 장을 넘기듯 천천히 음미하며 산을 오르는 습관이 생겼다.



책에 다양한 장르가 있듯이 산도 다양한 장르가 있다.

기암괴석이 멋진 산이 있는가 하면, 숲이 좋은 산이 있다.

산 자체가 아름다운 산이 있는가 하면, 주변 풍광이 아름다운 산이 있다.

거친 산이 있는가 하면, 부르러운 산세를 자랑하는 산이 있다.

태화산은 그 모든 장르를 믹서해 놓은 것처럼 한두가지로 특색을 말하기 쉽지않은 조금은 밋밋한 산이다.

그 태화산을 읽기 위해 홍월리 큰골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지천에 만개한 노란 애기똥풀 꽃의 환영을 받으며 산길에 들어서자 싱그러운 오월의 연둣빛 세상이 펼쳐졌다.



사실 강원도 영월하면 굉장히 먼곳으로 느껴지는 곳인데도 요즘은 산골까지 길이 잘 뚫려있어서 접근성이 쉬워져 2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산행 기점인 홍월리 큰골은 전형적인 고즈넉한 산골이었다.

몇 집 않되는 농가가 살고있는 동네지만 요즘은 펜션 비슷한 집들이 몇채 들어서 있어서 옛 산골 마을과 전원마을 느낌이 뒤섞여 있었다.



참나무가 주종을 이루는 잡목 숲으로 이루어진 초반 산길은 전형적인 흙길이어서 가파르고 별로 볼거리도 없다.

그렇게 평범한 오르막 산길은 능선까지 이어졌다.

그래서 끊임없는 인내심이 필요한 길이기도 했다. 

비슷한 시간에 도착한 산악회 버스 한 대가 없었더라면 산행내내 한사람도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를 한적한 길이었다.



오월의 모든 이파리는 꽃이다.

햇볕에 투영된 연두빛 잎이 꽃보다 더 아름답다.



오월의 향긋하고 싱그러운 숲길.

다양한 수형의 나무들을 감상하며 1.5km쯤 오르자 거의 평길에 가까운 능선길이 나왔다.

그 1시간여의 삭막하고 지루한 오르막길을 오른 댓가로 받은 환상적으로 펼쳐진 숲길은 오히려 과분한 보상이었다.



여기서부터의 산행은 산책하듯 사색에 잠겨 걸으면 된다.

눈에 보일듯 쏟아져 내리는 피톤치드를  폐 깊숙히 들이마시며 쉬엄쉬엄 걸으면 된다.



천상낙원과도 같은 연두빛 오월의 숲.

숲은 대부분 떡갈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철쭉과 기타 이름모를 잡목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숲 아래엔 부드러운 솜털같은 잡풀이 녹색 양탄자처럼 깔려있어 더욱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하늘도 땅도 공기까지도 연둣빛이다.

그 신비스러운 미지의 연둣빛 세상으로 가는 길은 말 그대로 꿈결 같은 길이었다.

대개 숲 그늘에서는 잡초도 잘 자라지 않아서 삭막하기 마련인데 태화산 숲 그늘 아래는 온갖 고산 식물들이 푸르게 자라고 있다.



그중에는 각시붓꽃과 둥굴레꽃등 야생화도 함께 피어있었다.

특히 둥굴레가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잠시 하늘을 올려다 본다.



강렬한 봄 햇빛이 연둣빛 잎들을 통과하면서 공기까지 연둣빛으로 만들고 있었다.

덕분에 연두빛 샤워를 한다.

피톤치드 샤워를 한다.



이제 중간지점을 지난다.

나뭇가지 사이로나마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정상의 모습이다.

1000m급의 높이만 뺀다면 그냥 동네 뒷산 같은 형세다.



그렇게 연두빛 물감이 분무되는 듯한 숲길을 호젓하게 걷다보니 어느새 정상이 눈앞에 있다.



표지석이 있어서 정상이란것을 알 수 있는 2,3평 정도의 초라한 정상.

그나마 사진한장 부탁할 사람이 없어서 인증샷은 표지석으로 대신한다.

그래도 정상이란 온 천하를 내려다 보는 그런맛이 있어야 정상 기분이 나는데 육산인 태화산은 숲 속에 있기때문에 조망이 완전히 막혀있다.



태화산은 강원도 영월군 남면·김삿갓면과 충청북도 단양군 영춘면에 걸쳐 있는 산이다.

그래서 정상석도 충북과 강원, 두 자치단체에서 각각 세워 놓아서 두개가 있다.



태화산의 높이는 1,027m로 1000m급 산이다.

그런데도 고산 느낌을 전혀 느낄 수 없을만큼 부드럽고 온화하다.



그래서 고산을 올랐다는 느낌보다는 동네 뒷산에 소풍나온 느낌이다.

그런 기분으로 세상에서 가장 호젓한 도시락 점심을 먹고 하산길에 든다.



얼만큼의 아픔을 겪었을까?

그 아픔을 딛고 꿋꿋이 자란 나무들에게서 그 강인한 생명력을 배운다.



하산은 그나마 동강을 조망할 수 있는 고씨동굴 방향으로 내려가다가 태화산성고개에서 봉성사쪽으로 내려가는 코스를 택했다.



드디어 동강이 조망되기 시작한다.

역시 굽이쳐 흐르는 동강의 모습은 아름답다.



유일하게 숲 밖 세상을 볼 수 있는 소나무 전망대에 도착했다.

굽이굽이 아름답게 굽이쳐 흐르는 동강의 모습이 마치 정선의 백운산에서 본 풍경과 닮았다.

그 협곡 사이의 강 둔치에 형성된 말 그대로 손바닥만한 땅에도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조금 전 보았던 모진 풍파를 힘들게 살아낸 나무의 생명력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우리 민족의 고달펐던 유구한 역사를 상상해 본다.



길은 다시 숲길도 이어지다가 너덜지대로 바뀌었다.

그래서 올라올때의 그 평온한 느낌이 아니라 걷기에도 신경이 쓰이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하산 길이다.

차라리 거리가 좀 멀더라도 고씨동굴 방향으로 내려가는것이 훨씬 좋을듯 하다.



그나마 길은 너덜지대지만 위를 보면 오월의 싱그러운 숲이 픽로를 덜어주고 있었다.

그래도 아무도 없는 산길을 터덜터덜 걷다보니 조금 지루하기는 했지만 6시간만에 하산을 완료했다.



태화산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완벽한 숲을 가진 육산이다.

산행의 묘미인 조망권이 거의 없어서 약간 무미건조한듯 하지만 능선부의 숲길이 좋아서 연둣빛이 묻어 날것 같은 5월의 산행으로는 참 좋은것 같다.

100대명산에 뽑힌 이유가 태화산성등의 역사성과 천연기념물인 고씨동굴 때문이라고 했는데 내 느낌으로 큰나무와 작은 나무 ,그리고 온갖 야생화와 나물류와 잡초가 적절히 어우러진 숲에 더 무게가 실리는것같다.



*산행코스 : 흥월교 ㅡ큰골 ㅡ큰골갈림길 ㅡ태화산정상ㅡ소나무전망대 ㅡ태화산성고개 ㅡ절터 ㅡ단체숲 ㅡ봉성사(점심포함 천천히 6시간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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