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선정 100대명산 산행기 제 57화 응봉산
지난주에 이어서 오늘도 장거리 강행군을 한다.
울진 삼척지역에는 두곳의 100대 명산이 있다.
삼척의 덕항산과 울진의 응봉산이다.
그중에 한 곳인 응봉산으로 간다.
응봉산은 그동안 가고 싶었지만 동해안의 피서인파로 교통체증을 우려해서 가지 못했던 산이다.
응봉산은 아랫쪽 계곡과 윗쪽 금강송 숲이 잘 어우러진 산이다.
그래서 여름 산행하기에도 큰 무리가 없는 산이다.
역시 바다는 동해다.
새벽 4시10분에 출발.
2시간 반만에 바다가 보이는 동해휴게소에 도착해서 휴식겸 아침 식사를 했다.
동해휴게소에 도착한 시간이 아침 6시 반.
하늘엔 아직 조각달이 떠 있고 흰 뭉게구름이 그 주변을 두둥실 한가로이 떠가고 있었다.
여름날 바닷가의 아침은 태풍전야처럼 고요했다.
그 고요한 바다엔 고기잡이 배와 잔잔한 파도가 파스텔톤의 부드러운 한여름 새벽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 하늘과 그 바다는 멀리 수평선을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다.
그건 아련한 추억같은 포옹이였다.
평화였다.
공존이었다.
서로의 속삭임이었다.
서로 으르렁대며 공격의 자세를 누그러 뜨리지 못하는 우리네 인간에게 무언의 가르침을 주는듯 했다.
산행은 덕구온천지구에서 시작했다.
아침 8시.
그래도 아직 서늘한 기운이 서려있는 시간이다.
산행은 아름다운 계곡과 함께하는 산책로 수준의 등산로를 걸으면선 시작된다.
덕구계곡은 계곡의 길이가 4km쯤이다.
등산로는 그 계곡을 이쪽저쪽으로 넘나들며 조성되어 있다.
그렇게 계곡을 건너는 다리를 노르망디교를 비롯한 한국의 서강대교,미국의 금문교등 세계각국의 유명다리 12개를 축소해서 건설해 놓았다.
조금 조잡해 보이긴 하지만 세계 각국의 유명한 다리들을 간접적으로나마 접해 볼 수 있다.
선녀탕.
웅장하거나 화려하지 않지만 아주 단아한 폭포를 품은 선녀탕이다.
용소골에서 수백년 기다린 이무기가 매봉 여신의 도움으로 용으로 승천한 후 다시 용소골로 내려와 용유대에서 선녀와 가무를 즐기다가 목욕을 하였다 하여 선녀탕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물이 맑기로 유명한 덕구계곡은 대부분의 바닥이 암반으로 되어 있다.
수 만년 물의 흐름에 의해서 깎이고 닳아서 매끄러워진 그 암반을 흐르는 물이 맑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은 덕구계곡의 용소골 이무기와 반대편 계곡의 마덕구 이무기가 서로 먼저 용이 되어 승천하려고 수백년을 기다려 왔지만 승천하지 못하고 안절부절하다가 매봉여신의 도움으로 승천할 수 있었다는 곳이다.
그래서 용트림하듯 떨어지는 폭포를 용소폭포라 하고 폭포아래 소를 마당소라고 부르게 되었다.
전설에 의하면 마당소는 매봉여신이 용으로부터 온천수를 선물로 받고 난 후 용소골 이무기와 선녀들에게 마음껏 놀 수 있도록 선물로 내어 놓은 곳이라고 한다.
또한 수심이 워낙 깊어서 명주실 한꾸리를 풀어 넣자 실끝이 약 4km나 떨어진 반대쪽 산너머 마덕구계곡으로 나왔다는 믿거나 말거나 전설도 있단다.
이렇게 거의 암반으로 이루어져 있는 덕구계곡.
그 암반이 수만년 물줄기에 닳고 닳아서 소(沼)가 되고 폭포가 되고 천연의 물길이 되었다.
매끈한 沼는 마치 천연의 욕조같았다.
가히 선녀의 욕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 했다.
시원한 계곡과 함께하는 등산로.
그렇게 깨끗하고 시원한 계곡과 함께하던 길이 끝나간다.
3km남짓의 쉬엄쉬엄 걸을 수 있는 평탄한 길이 끝나가는 것이다.
덕구온천 원탕이다.
물을 덥히지 않았는데도 물이 뜨거웠다.
겨울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등산로 한켠에는 족욕을 할 수 있는 시설도 해 놓았다.
그래서 등산후에 족욕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반대의 코스로 산행을 해야한다.
산행후의 족욕,정말 매력있는 산행이 될것같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가던 길을 간다.
원탕을 지나면서 계곡이 끝나고 등산로는 급격히 가파라지기 시작했다.
12개 다리중 마지막인 영국의 포스교를 기점으로 공포의 급경사 구간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곳 덕구온천은 600여년 전에 발견되었다.
당시 사냥꾼들이 사냥을 하다가 큰 멧돼지를 발견하고 활과 창으로 공격을 했다.
그때 큰 상처를 입고 도망가던 맷돼지가 어느 계곡에 들어갔다가 나오더니 언제 그랬냐는듯 쏜살같이 사라졌다.
그것을 이상하게 여긴 사냥꾼들이 그 계곡을 살펴보니 노천온천이었던 것이다.
이후 42.4도의 자연 용출온천수를 덕구온천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제부터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금강송과 함께 한다.
응봉산은 우리나라 대표적 금강송 군락지다.
팔월의 무더위를 뚫고 그 멋진 금강송 숲속으로 들어간다.
2km쯤 되는 급경사 구간은 정상부근까지 계속된다.
그래도 함께하는 매끈하게 잘 빠진 금강송과 함께 해서 기분좋은 오름을 할 수 있었다.
금강송.
금강송은 우리나라 재래종 소나무의 일종이다.
붉은 빛을 띤다고 해서 적송.
강원도와 경북일대의 소나무가 경북 봉화군 춘양역에 모였다가 한양등 전국 각지로 실려 나간다고 해서 춘양목.
매끈하고 이쁜 여인의 몸매같다고 해서 미인송.
나무의 속이 황색이라 해서 황장목 등으로도 불린다.
그중에 적송은 일본식 표기라고 하고 옛 문헌에 나오는 본래 이름은 황장목이라고 한다.
요즘은 대부분의 문헌에 어감도 좋고 국민정서에도 잘 맞는 금강송으로 통일되는 분위기다.
금강송은 중간에 가지가 없고 굽힘이 없이 매끈하게 쭉쭉 위로 뻗는 황적색 수피의 아름다운 명품 소나무다.
속이 황색을 띤다고해서 황장목이라 불리는 목재는 강도가 높고 뒤틀림이 적어서 궁궐등의 목재와 왕실의 관을 짜는 등 중요한 곳에 쓰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응봉산은 비교적 척박한 돌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척박한 돌산에서 이렇게 튼실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낸 금강송의 위대함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아름다운 금강송 숲속을 거니는 순간은 8월의 더위도, 가파른 오르막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거기에다 중간중간 뜨거운 열기와 함께 훅~하고 밀려오는 소나무 향기는 세상의 그 어떤 향기와도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특별했다.
몰카 ㅡ잘 빠진 여인네의 다리같아서 사진을 뒤집어 본다.
그렇게 멋진 금강송 숲길을 즐기듯 오르는 사이 정상이 가까워져 왔다.
산행을 시작한지 4시간만이다.
더이상 오를 곳이 없다.
명품 금강송에 취하고 홀려서 느리게 올라온 덕분에 짜릿한 맛은 없지만 정상 기분 내기에는 딱 좋았다.
남쪽으로는 첩첩 산그리메가 드리워져 있고 동쪽으로는 하늘색 바다가 드리워져 있다.
응봉산은 울진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매섭게 비상하는 매의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고 옛날 조씨성을 가진 사람이 매 사냥을 하다가 잃어버린 매를 이곳에서 찾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1.5m가 부족해서 1000m급 산에 들지 못한 정상은 큰 특색 없이 평범했다.
그러나 적당히 땀흘린 후에 맛보는 성취감을 느끼기에는 손색이 없었다.
그리고 쉴만한 너른 품도 있다.
동남쪽의 조망은 시원하고 북서쪽의 조망은 제한적인 정상.
올라오는 중간에 점심을 먹었기 때문에 정상 기분을 적당히 만끽한 후에 하산길에 들었다.
하산은 올라온 방향과 다른 방향인 모랫재 방향으로 한다.
하산길에서도 금강송의 유혹은 계속되었다.
비교적 완만한 능선길이라서 올라올때보다 더 여유롭게 감상 할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갈길이 멀어서 많은 시간 유유자적 할 수 없다는 것.
말 그대로 낙낙장송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건 윗쪽 줄기가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이길을 걸어 왔다니...
집에 돌아와 사진을 보면서 다시 한번 흐뭇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금강송만 아름다운게 아니었다.
솔솔 오솔길도 아름다웠다.
은은한 솔향기마져도 달적지근하고 향기로웠다.
그 모든것들이 머나먼 길을 달려온 산객을 행복하게 하고 힐링케 했다.
오후 3시 30분.
기분좋은 산행을 마무리 했다.
오랜만에 기분좋은 여운이 오래도록 남을 산행을 했다.
*산행코스:덕구온천 주차장 ㅡ용소폭포 ㅡ효자샘 ㅡ원탕 ㅡ포스교 ㅡ정상 ㅡ제2헬기장 ㅡ제1헬기장 ㅡ모랫재 ㅡ등산로입구(12.5km, 사진촬영.점심 포함 6시간 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