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선정 100대명산 산행기 제59화 주흘산
요즘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코로나19의 부작용이 심각하단다.
그런데 이제 그 얘기가 남의 얘기가 아닌 나의 얘기,우리의 얘기가 되어버렸음을 실감한다.
그래서 산에서도 사람 스치는게 맘이 편치 않다.
결국 사람이 많은 '일요일 산행을 포기 할까?' 생각을 하다가 좀 한적 할 것 같은 산을 찾아 나선다.
문경의 주흘산이다.
주흘산은 20여년 전에 산악회를 따라서 아내와 같이 다녀온 기억과 8년전 100대 명산 산행을 한 적이 있는 산이다.
주흘산의 산행 시작은 보편적으로 문경새재 제1관문에서 시작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문경새재 나들이와 겸한 산행을 하게 되는 산이다.
문경새재는 우리나라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유명 관광명소다.
사실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관광객유치를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곳 문경새재 만큼 잘 조성하고 성공을 거둔곳은 많지않다.
운동과 볼거리와 먹거리 그리고 역사공부까지 1석4조의 관광을 즐길 수 있는 곳, 문경은 이제 더이상 옛날의 낙후된 문경이 아니다.
길박물관.
문경새재는 우리나라의 많고 많은 한 많은 고개 중에서 단연 가장 유명한 고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고개다.
주흘산 산행코스는 거의 그 새재 길을 통과하는 단일 코스다.
두개의 코스 정도로 요약될 수 있으나 실은 하나의 코스에 부봉을 오르느냐 마느냐로 나뉠뿐이다.
그러나 부봉코스는 워낙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거의 1코스를 선호한다.
1코스의 등산 기점은 제1관문이 아니면 제2관문이다.
그중에서도 제1관문으로 올라 제2관문으로 내려오는 코스가 가장 보편적이다.
주차장에서 제1관문을 지나 오른쪽으로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본격적인 산행 들머리가 나온다.
충렬사를 지나고 제법 가파른 계곡길을 10여분 오르다 보면 청아한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 한다.
깊숙히 숨겨진 여궁 폭포가 가까워 진 것이다.
그 물소리를 들으며 조금 더 오르고 나서야 수줍은 듯 숨겨져있는 폭포를 만날 수 있다.
여궁 폭포다.
파랑소라고도 불리는 여궁폭포는 숨겨진듯 깊숙히 자리잡은 모습과는 달리 20여m의 높이에서 힘차게 쏟아지는 모습이 장관이다.
물이 수정같이 맑아서 옛날 7선녀가 구름을 타고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로 수줍은 듯한 모습이 마치 여인의 하반신과 같다하여 여궁폭포, 혹은 여심폭포로 불리게 되었단다.
다시 여궁폭포를 지나 1.2km쯤 오르다 보면 깊은 산속에 아담한 천년고찰이 나온다.
혜국사다.
원래 '법흥사'라 부르던 절이었는데 임진왜란때 이 곳의 승려들이 큰 공을 세워 '혜국사'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고려때 공민왕이 한때 피난왔다는 유서깊은 사찰 치고는 공사중이기도 하지만 의외로 어수선하고 초라했다.
한데 이곳까지 차가 들어온다는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혜국사를 지나 잠깐의 급경사 구간을 오르고 나면 여궁폭포의 상부가 나온다.
여기서 부터 다시 크고 작은 무명 폭포가 즐비한 시원한 계곡길이 한동안 계속된다.
경사도 심하지 않아서 쉬엄쉬엄 걸으면 되는 멋진 산길이다.
그렇게 물소리와 함께 걷다보면 계곡이 끝나면서 잡목 숲도 끝이 난다.
그리고 전혀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 한다.
소나무 숲이다.
여기서부터 주흘산 주봉을 향해 가는 길은 금강송 군락지다.
가파르지도 않고 험하지도 않은 금강송 숲길을 걷노라면 마치 소풍이라도 가는듯 기분이 좋다.
비온 뒤라서 촉촉한 공기가 피톤치드를 머금어 더욱 상쾌한 숲속.
푸르름과 붉은 금강송이 어우러진 풍경이 천상의 낙원과도 같았다.
그런 금강송 숲길은 1km쯤 계속된다.
울진의 응봉산 금강송이 거친 돌산에서 힘겹게 자란 소나무라면 이 곳 주흘산 금강송은 비옥한 흙산에서 곱게 자란 소나무다.
그래서 정말 살아있는 나무가 맞나 싶을 정도로 매끈하고 아름다운 소나무들이 즐비하다.
마치 수년전 백두산 여행때 보았던 백두산 아래 첫마을이라는 곳의 미인송을 보는듯 했다.
경주의 삼릉 소나무 숲이 정제되고 절제된 아름다움을 간직한 숲이라면 이 곳 주흘산 소나무 숲은 생동감이 넘치고 자연스러운 멋을 발산하는 숲이다.
그리고 흰색의 자작나무 숲이 정적이고 으스스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숲이라면 황토색의 이곳 주흘산 소나무 숲은 온화하고 건강미가 넘치는 숲이다.
기하학적인 느낌의 소나무 껍질.
모든 나무의 껍질은 과학적이다.
그 중에서도 소나무 껍질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이건 등산이 아니다.
말 그대로 소풍이다.
소풍가듯 걸으며 책을 읽듯 금강송 숲을 읽는다.
길 또한 산 길이라기 보다는 말 그대로 소풍 길이다.
거의 경사가 없는 숲길.
힐링 한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그런 길이다.
그 금강송 숲길을 걷는 동안 비에 젖어 촉촉한 여름 솔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상큼한 향기가 나의 모든 세포를 하나하나 세척이라도 해주는듯 했다.
그렇게 노닐듯 걷는 사이 금강송 숲길이 끝이 났다.
모든 것은 끝이 있기 마련.
이윽고 대궐터가 나오고 대궐샘이라는 약수터가 나온다.
대궐샘.
이 깊은 산속이 대궐터가 되기까지는 한 많은 우리의 아픈 역사가 있다.
고려 공민왕은 홍건적의 침공으로 안동까지 피신한다.
그때 당시 잠시 머물렀던 곳이 이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아직도 이 주변에서는 기왓장이 나온다고 한다.
대궐샘을 지나면서 산행은 행복 끝, 고생 시작이다.
무려 1000개가 넘는 계단이 기다리고 있다.
올라도 올라도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을 몇번을 쉬고서야 오를 수 있다.
계단이 끝나면 금방 나올것 같던 정상은 아직도 감감하고, 잠깐의 산허리를 돌아가는 길에 두 봉우리 사이로 빼꼼히 내려다 보이는 문경의 논밭 풍경이 정겹다.
그렇게 다시 10여분을 올라서고 나서야 정상으로 향하는 마지막 계단을 만난다.
말 그대로 다리의 힘이 다 풀릴 쯤이다.
3시간 반만에 올라 선 주흘산 주봉이다.
주봉은 1076m로 영봉보다 30여m 낮다.
그런데도 주봉으로 불리게 된것은 조망이 좋기 때문이라고 한다.
천혜의 요새인 주흘산은 조령산,포암산,월악산과 함께 소백산맥의 중심을 이루며 문경새재도립공원의 일원이기도 하다.
주봉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은 '조망이 좋아서 주봉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설 처럼 조망이 마치 알프스 자락이라도 되는듯 했다.
높은 준봉들에 에워쌓인 문경읍과 늦여름 들녁의 풍경이 평화로운 스위스의 풍경을 연상케 한 것이다.
천혜의 요새를 방불케하는 주흘산이 주군의 산이라는 의미의 主屹山이라 불리게 된것은 고려말 공민왕이 이산 자락에 잠시 머물렀다는데서 연유했다고 한다.
알프스 풍의 평화로운 풍경을 앞에 두고 점심을 먹는다.
간단하게 싸 온 김밥이지만 산정에서 먹는 그 맛은 언제나 꿀맛이다.
오늘도 예외가 아닌 꿀맛 김밥을 먹고 다음 목적지 영봉을 향해서 출발한다.
영봉 가는 길에 뒤돌아 본 주봉이다.
주흘산의 사실상의 정상인 영봉은 주봉보다 30여m 높은 1106m로 조망은 한정되어 있다.
거기에다 운무까지 몰려와서 그 한정된 조망도 포기해야 했다.
주봉에서 40분만에 영봉에 올랐다.
약간의 오르내리막이 있는 능선길인데 초원길 처럼 아주 걷기에 좋다.
이날은 더군나다 운무까지 내려와 정말 구름속을 산책하는 기분이었다.
영봉은 사방이 나무로 둘러쌓여 있어 조망이 거의 없다.
어차피 오늘은 운무때문에 아무것도 볼 수 없지만.
그래서 인증샷만 찍고 바로 하산길에 들었다.
그런데 영봉에서부터의 하산길이 문제다.
거의 1.5km구간이 급경사 내리막 길인데 아무런 안전시설도 없다.
거기에다 중간에 비까지내려서 비옷을 입었다 벗었다를 몇번을 반복 해야했다.
볼거리 즐길거리도 없는 지루하고 험한 하산길이 계속되는 중간에 다시 금강송의 아름다운 숲이 나타났다.
떡 본 김에 쉬어가는 심정으로 잠시 쉬었다가 다시 하산을 계속한다.
무려 2km나 계속되던 급경사 구간이 끝났다.
여기서부터 다시 2km 가까이는 맑은 계곡과 함께 한다.
꽃밭서덜
이윽고 특이한 이름의 특이한 풍경을 만난다.
'꽃밭서덜'ㅡ
누가 쌓았는지, 왜 쌓았는지, 언제 쌓았는지 알길이 없는 수많은 돌탑 무더기가 장관을 이루는 풍경 앞에서 잠시 숨을 돌린다.
경이로운 풍경도 풍경이지만 어떻게 그런 이쁜 이름을 얻게 되었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의외의 단순한 이유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주위에 진달래등의 야생화가 많다는 뜻의 꽃밭과 너덜의 사투리인 서덜을 합쳐서 꽃밭서덜' 이라고 부르게 되었단다.
참 이쁜 이름이라는 생각과 함께 수많은 돌탑들 자체가 돌 꽃밭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꽃밭서덜을 지나서도 하산길은 지루하게 계속되었다.
그런데 등산로 정비가 하나도 않되어서 계곡을 수도 없이 건너야 했다.
만약 폭우를 만난다면 영락없는 고립자 신세가 될 상황에 처하기 십상인 길이었다.
당국자들이 그걸 알기는 아는지 어떤 구간은 로프를 설치해서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기도 했지만
이런 주먹구구 말고 제대로 된 다리 설치가 급선무 같았다.
아무튼 조곡골 계곡을 넘나들며 걷는 사이 사실상의 하산 종료 지점에 도착했다.
제2관문.
무려 6시간만에 사실상 하산 완료지점인 제2관문에 도착했다.
오를때는 지루할 겨를 없이 올랐는데 내려오는 길은 참 지루했다.
가파른 등산로도 그렇지만 전혀 정비가 되지 않은게 더 문제였다.
조곡관 뒤에 있는 금강송 숲이다.
옛날엔 험한 길로 유명새를 떨쳤던 문경새재.
이제 그 길이 남녀노소 여유작작 걸을 수 있는 아름다운 길로 다시 태어났다.
길만 아름다운게 아니라 곳곳에 애환의 역사와 많은 이야기가 서려있어서 쉬엄쉬엄 그 이야기와 함께 걸을 수 있어서 더욱 좋은 그 길로 주차장까지 내려 간다.
조곡관을 지나 이 길로 계속 오르면 문경새재의 마지막 관문인 제3관문에 이른다.
그러나 오늘은 주흘산 산행이 목적이기 때문에 여기서 돌아 내려 간다.
조곡관.
문경새재에는 3개의 관문이 있다.
1.2.3.관문으로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다.
총 거리는 6.5km로 1관문과 2관문 사이는 3km,
2관문과 3관문 사이는 3.5km다.
조곡폭포.
조곡골 계곡 상류에서 물을 끌어다 만든 인공폭포다.
그 옛날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들다는 문경새재 길이 맞는지 의문이 갈 정도로 길은 부드럽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래서 언젠가 새재 길만 걸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마음에 새긴다.
소원탑.
옛날 이 길을 가던 사람들이 건강을 기원하고, 안녕을 기원하고, 과거 급제를 기원하며
하나 둘 쌓아 올린 돌탑이라고 한다.
꾸구리 바위.
바위 밑에 송아지를 잡아 먹을 정도의 큰 꾸구리가 살았다는 전설이 있는 바위다.
그 꾸구리는 아가씨나 새댁이 지나가면 희롱하기도 했다고 하는데 도대체 꾸구리라는 말을 처음 들어본다.
그래서 검색을 해보니 '잉어과에 속하는 민물고기'란다.
교귀정은 경상 감사의 업무 인수인계가 이루어지던 곳이라고 한다.
객주집(주막).
깊은 산골 외딴 주막...
얼마나 많은 나그네들에게 안식을 주었을까?
보통때 같으면 사람들로 붐비고 있을 새재 길이 아주 한산하다.
코로나와 비가 내린 때문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요즘처럼 사람이 두려운 때 이런 한적한 길을 걷는다는 사실이 어쩌면 호사가 아닌지 모르겠다.
새재길은 고운 마사토로 조성을 해서 맨발로 걸을수도 있도록 했다.
아니 맨발로 걷기에 최적화가 되어 있다.
그래서 신발을 보관 할 수 있는 보관함과 발을 씻을 수 있는 시설등 부대시설도 잘 되어 있다.
조령원터.
고려와 조선시대 지방 출장에 나선 관리들의 숙식등의 편의를 제공했던 공익시설이었다고 한다.
담을 성곽처럼 튼튼하게 쌓은 모습이 특이하다.
아마도 깊은 산속을 감안해서 산적등으로 부터 방비를 용이하게 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싶다.
문경새재길은 아름다운 계곡을 끼고 조성되어 있다.
그 계곡은 물이 맑고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지름틀 바위.
지름은 기름의 이 곳 사투리란다.
문경현감 구명규의 선정비란다.
아예 암벽에 새겼다.
설명서를 보니 현감 재위 기간이 고작 1년이다.
역사적 가치를 떠나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유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극영화 촬영세트장.
다른 조잡한 느낌의 촬영장들과는 다르게 제법 그럴싸한 세트장이다.
시간도 없는데다 입장료까지 있어서 그냥 통과했다.
새재라는 이름은 고갯길이 워낙 높아서 새도 넘기 힘든 고개라는 의미라고도 하고 고갯길 주변에 억새가 많아서 '억새풀이 우거진 고개'라는 뜻이라고도 하고 주변에 있는 하늘재와 이우리재 사이에 있는 고갯길이라는 의미의 '새' 즉 '사이'라는 뜻이라고도 하고 하늘재를 버리고 새로 만든 고개 '새재'라고 했다는 설 등이 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학계에서는 새로 만든 고개라는 의미의 '새재'를 가장 설득력있는 이름으로 꼽는단다.
어쨌든 수많은 애환이 서린 한 많은 고개가 요즘 힐링을 겸한 여행의 트렌드가 되었다.
과거를 위해서, 유배를 위해서, 세곡을 받치기 위해서, 먹고 살기 위해서, 침략과 방어를 위해서...
그러한 이유들을 가지고 넘던 고개가 이제 낭만적인 고개가 된 것이다.
*산행코스:제1관문 ㅡ여궁폭포 ㅡ궁궐샘 ㅡ주봉 ㅡ영봉 ㅡ꽃밭서덜 ㅡ제2관문 ㅡ제1관문(12.5km 천천히 7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