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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고 Sep 21. 2021

문경의 숨은 명산, 황장산

산림청선정 100대명산 산행기 제62화 문경 황장산

문경의 황장산은 비교적 덜 알려진 산인데도 참 이름이 많은 산이다.

산경표에 있는 본래 이름은 작성산인데 이 산에 있는 작성산성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또한 일제때에는 일본 천황의 정원이라는 뜻의 황정산 이라고 했다는데 아직도 일부 지도에 그렇게 표기되어 있다고 한다.

실제 바로 옆 단양에는 또다른 황정산이 있다.

현재의 황장산이란 이름은 조선 숙종때 황장목의 보호를 위해 벌목과 개간을 금지하는 봉산(封山)으로 지정하면서 '황장봉산'이라 불리던 것을 어느땐가 부터 '황장산'이라고 줄여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 황장산을 오르기 위해서 지난주에 달렸던 똑같은 길을 다시 달린다.

지난주에 황장산에 오른다는것이 옆에 있는 100대명산이 아닌 단양의 황정산을 올랐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황장산과 황정산은 이름도 비슷한데 위치도 인접해 있어서 헷갈렸던 것이다.

보편적인 산행 깃점인 생달1리에 도착했다.

주차를 하고 산길에 들어서자 이른 시간인데도 벌써 삼삼오오 앞서가는 산객들이 있다.



촛대바위다.

산행 시작 30분여만에 황장산의 최고 절경인 촛대바위가 나타났다.

꼭대기의 소나무가 운치를 더해주는 촛대바위는 어느 산악회의 암벽타기가 사진의 작품성을 더해주고 있었다.



사람들은 왜 위험을 무릅쓰고 오르는걸 좋아할까?

누군가의 말처럼 산이 거기 있어서 오르고 바위가 거기 있어서 오르는 걸까?

그건 아닐것이다.

높은곳에 오르고 싶은 욕망 ㅡ

정복욕 ㅡ

스릴을 만끽하고 새로운 것에의 도전 ㅡ

이러한 것들이 저들을 위험을 무릅쓰고 오르게 만드는건 아닐까?



황장산은 좀 독특한 산세를 형성하고 있다.

기암 절경이 위쪽에 있는게 아니라 산행 시작하자마자 있다.



황장산의 촛대바위는 암벽등반가들에게는 암벽 훈련 명소라고 한다.

이곳의 촛대바위는 다른 촛대바위들과는 달리 많은 바위군에 솟은 바위가 아니라 저 홀로 우뚝 솟은 바위라서 더욱 멋진 모습을 자랑하는 바위다.



그 멋진 바위의 모습과 암벽타기에 여념이 없는 산악인들의 모습에 잠시 취해 본다.

그리고 다시 정상을 향해서 가는데 내 앞에도 커다란 암벽이 기다리고 있다.


릿지로 기어 올라야하는 경사각이 70도 정도 되는 바위다.

나는 평소에 이런 슬렘구간을 올라보지 않아서 많이 긴장이 되었지만 막상 올라보니 생각보다 위험하거나 어렵지는 않았다.

그래서 도전정신이 높이 평가되는 것은 아닐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쳐다만 보고 현실에 안주하기 십상이다.

아무튼 도전정신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새기면서 다시 가던 길을 간다.



시골길이 참 정겨운 마을이다.

마음을 여유롭게 하고 편안하게 하는건 역시 곡선이다.

문명이 발달 할수록 모든것은 직선에 가까워진다.

빠르고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댓가로 길도 집도 생활도구도 모두 직선화가 되어가는 것이다.

그 직선은 빠르고 편리함을 가져다 주는 대신에 더 중요한 것을 뺏어갔다.

인간의 여유로운 심성을 뺏어간 것이다.



그 댓가는 컸다.

요즘 흉흉한 사건들도 어찌보면 그 여유로운 인간성을 빼앗긴 댓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건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아무튼 그래서인지 산골 마을이 더욱 평화로워 보였다.

마치 평화는 산골에만 있는듯한 착각에 잠시 빠져본다.



약간의 스릴넘치는 암벽타기를 하고 올라서자 이번에는 촛대바위와는 또다른 멋진 바위가 나타났다.

낙타바위다.

촛대바위가 남성미를 뽐내는 바위라면 여기 낙타바위는 마치 여성미를 뽐내듯 섬세한 아름다움을 풍기는 바위다.



낙타바위를 지나면서 길은 이제 언제 그리 멋진 풍경이 있었냐는듯 볼품없고 거친 산길로 변했다.



그렇게 거칠고 외로운 산길을 혼자서 걷다가 뒤돌아 본 풍경이다.

산을 넘는 길게 드리워진 길 하나가 참 인상적이다.

일명 여우목 고개란다.

오른쪽으로 저 고개를 넘으면 문경이다.

여우목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내가 달려온 길이기도 하다.



그리고 낙타바위 능선도 한 눈에 들어왔다.

나는 우회해서 왔지만 바위 오르기를 좋아하는 산객들은 저 바위능선으로 오른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먹구름 가득했던 하늘이 잠시나마 파아란 하늘을 내어주었다.



이제 황장재를 넘는다.

황장산은 아직도 입산통제 구역이 많아서 아차하면 고생을 해야한다.

나도 잠깐 길이 아닌것 같은 길로 들어서는 바람에 나무에 부딪히며 긁히며 진행해야 했다.

아무튼 수리봉에서 여기까지는 특별히 볼게 없는 구간이다.



황장재에서 다시 30여분 빡세게 오르자 하나의 정상이 나타났다.



정상일것 같은데 감투봉 정상이란다.

여기서 반대쪽에서 올라온 산객 두분을 만났다.

나는 정상과 하산길을 물어보고 산객들은 내가 왔던길에 대해서 물어본다.

정상은 아직 한참을 가야하고 반대편 하산길은 좋다고 한다.

하산길이  좋다는 생각에 안도를 하고 다시 정상을 향해서 간다.



비온 뒤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황장산에는 유난히 버섯이 많았다.

그중에 참 색이 이쁜녀석을 담았다.

아마도 독버섯이겠지.

예쁘게 생긴 버섯은 독이 있다는 것은 초.중등학교때 배운 지식이다.

동물이나 꽃이나 버섯이나....

예쁜것엔 독이 있고 가시가 있다는건 진리다.

자기 보호를 위해서 필요한 호신의 한 방법이다.

문득 사람도 예쁜 사람은 독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주 평온한 정상.

참 힘들게 왔다.

물론 사진놀이를 한 시간이 있었긴 하지만 5시간이나 걸렸다.

황장산의 옛이름 작성산이 까치집처럼 깊숙한 곳에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더니 정말 가도가도 끝이 없을것 같이 깊숙한 곳에 있었다.

그러나 정상은 의외로 동네 뒷산의 정상처럼 아주 평온했다.

1000m가 넘는 산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말이다.



지난달에 갔던 희양산이 보인다.

하산은 반대쪽 차갓재로 한다.

하지만 또다시 길을 잘 못들어서 1시간여의 시간과 체력을 헛소비를 했다.

나만 그런것이 아니라 모든 산객들이 거의 그런것 같다.

이름없는 조그만 봉우리를 지나기 바로 전에 좌측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어지간히 세심하게 신경쓰지 않으면 놓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지 않아서 황장산 최고의 난코스이자 최고의 조망점인 묏등바위구간이 나온다.



묏등바위 구간은 스릴과 조망을 즐기며 하산하는 재미가 솔솔한 구간이다.

더군다나 마침 열리기 시작한 하늘 풍경이 장관이었다.



시원스러운 풍경을 선사하는 묏등바위를 내려서자 다시 삭막한 하산길로 이어졌다.

이어서 나오는 숲길.

황장목이 많아서 황장산이라는데 정말 제대로된 황장목은 볼 수가 없었다.

어느 다른 골짜기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

아무튼 황장산이라는 산 이름으로만 보면 응봉산이나, 주흘산등 금강송이 많은 산들을 연상케 하지만 전혀 다른 느낌의 산이었다.



안생달리.

아직도 차가 있는 곳 까지는 1.5km이상의 거리가 남았지만 사실상의 하산을 완료했다.



안생달리에서 차있는 곳까지 1.5km의 아스팔트길을 걸어야 했다.

그러나 길가에 붉게 익은 사과밭과 오미자 농원, 그리고 한쪽엔 냇물이 흐르고 있어서 지루하지는 않았다.



이로써 단양,문경,제천 부근에 있는 10여개의 100대명산 산행을 모두 마쳤다.

생각보다 아름다운 산이 있었는가 하면 기대 이하의 산도 있었다.

기대 이상이었든 기대 이하였든 모든 산들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주었고 즐거움을 주었고

성취욕을 만족시켜 주었다.



*산행코스,:생달1리 ㅡ촛대바위ㅡ토시골 ㅡ황장재 ㅡ감투봉 ㅡ황장산정상 ㅡ묏등바위 ㅡ작은 차갓재 ㅡ안생달 ㅡ생달1리(사진촬영,휴식포함 8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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