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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고 Oct 19. 2021

가을엔 오대산.1-비로봉과 상왕봉

산림청선정 100대명산 산행기 제69화 오대산 1

어느덧 가을의 한 가운데에 와 있다.

그동안 해외여행을 다니다보니 정작 우리나라 가을을 놓치고 있었던게 사실이다.

등잔 밑이 어둠더라고 정작 가까이 있는 우리의 아름다운 풍경을 놓치고 산 것이다.

다른건 국내산만 고집하는 사람들도 여행만은 국내산보다는 외국산을 선호하는게 보편적인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다.

그중에 나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이다.



지난 여름 사진

설악산에서 시작한 단풍이 부지런히 남하하고 있다.

아직 이른감이 있기는 하지만 단풍은 어느새 설악산의 다음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오대산도 물들이기 시작했다.



오대산 산행은 크게 진고개를 사이에 두고 두 코스로 나누어 생각해야 한다.

주봉인 비로봉과 상왕봉으로 이어지는 주봉코스와 노인봉에서 소금강으로 이어지는 노인봉 코스다.



그중에 주봉인 비로봉을 오르기 위해서 새벽 4시반에 집을 나섰다.

단풍철 차량 정체를 피하기 위해서다.

뻥 뚫린 영동고속도로를 달려 오대산 상원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6시 40분이다. 

다행히 아직 주차장은 여유가 있다.



비로봉의 주 들머리는 상원사다.

상원사에 주차를 하고 중대사자암 방향 산길에 들어서자 이제 막 단풍이 들기 시작한 숲에서 향긋한 가을 향기가 몰려왔다.



중대사자암

산길에 들어선지 20여분만에 나오는 암자다.



원래 이름은 중대암이었다.

통일신라시대에 신문왕의 왕자 보천(寶泉)과 효명(孝明)이 오대산에서 출가하여 수행하다가 오대산의 오대를 참배하던 중에 비로자나불을 비롯한 만인의 문수보살을 친견한 뒤 중대를 창건하였다고 한다.

이때에 문수보살이 사자를 타고 다닌다 하여 사자암이라고도 칭했다는 암자다.



지난 여름 사진

단풍은 벌써 여기까지 내려와 있다.

이쯤되면 정상부는 초겨울풍경에 접어 들었을듯 하다.




낙엽을 테우는 냄새일까?

새벽 산 길에 촉촉한 공기에 섞여 은은히 퍼진 연기냄새가 나를 어린시절의 추억으로 데려다 주었다.

어린시절 집 앞 골목과 마당 한 켠에 떨어진 감나무잎을 태우면서 맡았던 그 냄새다.

사실 관심없이 두엄으로 버려졌을 낙엽을 이효석의 '낙엽을 태우면서'라는 수필에 영향을 받아서 호기심에 태우면서 맡았던 기억이다.



중대사자암에서 보는 풍경들이다.

지금 이 부근이 가장 단풍의 절정을 맞고 있는듯 하다.



지난 여름 사진

이제 중대사자암을 지나 단풍이 절정을 이룬 호젓한 산 길을 다시 걷는다.

여기서 다시 10분쯤 오르면 청정도량 적멸보궁이 나온다.




지난 여름 사진

적멸보궁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곳이다.

그래서 화장실도 없는 청정도량이다.



우리나라에는 5대 적멸보궁이 있다고 한다.

태백산의 정암사, 설악산의 봉정암, 사자산의 법흥사, 영취산의 통도사와 이곳 오대산의 월정사등 5곳이다.



적멸보궁 법당엔 불상이 없다.



그대신 법당 뒤에 부처님 진신사리가 봉안되어 있다.



적멸보궁을 나와서 다시 비로봉으로 향한다.

적멸보궁에서 비로봉까지는 1,5km다.



지난 여름 사진

정상까지 700m지점인 여기서부터 비로봉까지가 가장 난코스다.

대부분 돌계단과 나무데크로 이루어져 있다.



지난 여름 아내와 우중산행을 했던 여름 사진이다.

오대산 비로봉 코스는 원시림을 방불케하는 아름드리 활엽수들이 우거져 있어서 여름 산행지로도 손색이 없다.



지난 여름 사진


지난 여름 사진

이제 정상을 바로 앞둔 마지막 계단이다.

오대산은 집에서 접근성이 비교적 좋아 꽤 많이 오른 산이다.

올해만 해도 두번째 오르는 중이다.



상원사에서 2시간여만에 비로봉 정상에 섰다.

예상대로 정상은 초겨울의 을씨년스러운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고 기온도 그에 걸맞게 추위를 느낄만큼 쌀쌀했다.



국립공원인 오대산은 높이가 1,565.3m이다. 

차령산맥의 시작점이기도한 오대산은 그 품이 지리산, 설악산 다음으로 크다.



주봉인 비로봉 외에 호령봉(:1,531m)·상왕봉(:1,491m)·두로봉(:1,422m)·동대산(:1,434m),  노인봉(:1,338m)등 고봉이 즐비하다. 



그중에서 오늘은 비로봉과 상왕봉을 연계산행 한다.

비로봉에서 상왕봉으로 가는 길은 거리는 2.3km이지만 걷기에 좋은 평지형 능선길이다.

다시 상왕봉을 지나 두로령을 거쳐서 상원사 주차장으로 내려서는 총9.4km의 꽤 긴 하산 길이다.



1,300~1,400m를 넘나드는 능선길 답게 주목나무와 고산지대에서 자생하는 활엽수가 군데군데 자리를 지키고 있을뿐 대부분 키작은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걸어온 능선이다.

말 그대로 황량한 초겨울 풍경이다.



능선상에는 수백년은 되었을듯 한 고목들이 즐비하다.

고지대에서 그 많은 세월을 살아냈을 고목들은 모진풍상을 견뎌낸 훈장이라도 되는듯 온전한 형태를 가진 나무가 없다.



원시림을 방불케하는 고목,괴목이 얼키고 설킨 참나무 계통의 숲길.

조금 빨리 왔더라면 정말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면서 걸을 수 있었을 아름다운 길이다.




상왕봉에 도착했다.

비로봉에서 상왕봉까지는 2.3km이지만 그중 3분의 2가 평지 수준이어서 1시간쯤이면 걸을 수 있다.

아름드리 고목과 온갖 형상의 괴목이 끝없이 펼져져 있는 숲길이어서 봄,여름이나 초가을쯤이라면 정말 환상적인 트레킹이 될 것 같았다.



내가 상왕봉 정상에 섰을 무렵, 마침 구름이 걷혀서 파아란 하늘이 드러나고 있었다.

그래서 비로봉에서 느꼈던 을씨년스러운 느낌이 완전히 해소되고 늦가을의 산정에서 맛볼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이 되었다.



오대산의 최정상인 비로봉에서 느끼지 못했던 정상의 느낌을 그보다 한 급 아래인 상왕봉에서 느낀 것이다.



상왕봉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두로령 방향으로 하산을 한다.



여기도 온갖 아름드리 괴목이 춤추는 듯한 풍경의 아름다운 숲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하늘은 그림이 되고 내려 설 수록 단풍색은 화려해지는 아이러니.

통상은 오를수록 그런 현상인데 오늘은 정 반대의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상왕봉에서 두로령까지는 완만한 내리막 길이다.

그 두로령은 두로봉으로 가는 길과 상원사로 내려가는 길의 삼거리다.

우리는 여기서 차가 있는 상원사로 내려간다.



아직도 6km를 내려가야 한다.

그래도 까마득하다는 생각보다는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앞서는 것은 계속 완만한 내리막 길이라는 것과 내려설 수록 화려해지는 단풍 때문이다.



이제 계절은 다시 완전한 가을로 되돌아 왔다.



은은한 그 가을 풍경 덕분에 하산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이제 산길이 끝나고 임도길로 접어 들었다.



저 아래 산행 종점인 상원사 전경이 내려다 보인다.

지금 이곳과는 달리 아직 단풍이 거의 들지 않았다.



이제 초겨울 풍경에서 다시 가을 한 가운데로 들어섰다.

조금 더 내려가면 다시 초가을 풍경이 펼쳐질 것이다.

산에서만 볼 수 있는 다양한 풍경이다.



그리고 더욱 아름다워진 가을하늘.

그 하늘과 어우러진 산 능선의 조화가 일품이다.



빨,주,노,초의 조화가 절정을 이룬 부드러운 산능선 위로 파란 하늘에 흰구름이 두둥실 떠가는 가을 하늘이 펼쳐졌다.

시간만 있다면 마냥 앉아서 즐기고 싶은 아름다운 풍경이다.

그러나 딸네 식구들과 저녁을 먹기로 해서 서둘러야만 했다.



더군다나 눈길 가는곳마다 환상적인 만추의 풍경인데 아내가 무릎이 아프단다.

그래도 거리상으로도 얼마 남지 않고 거의 평지 수준의 임도라서 다행이긴 하지만 걱정이다.

아무튼 오늘 산행거리가 아내에게는 좀 무리일듯 싶은 거리이긴 했다.



이제 하산 완료지점이 가까워졌다.

거의 13km.

참 많이도 걸었다.

그래도 나는 생각보다 힘들지는 않았던것 같은데 아내의 다리가 아픈걸 보면 비교적 힘든 코스인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대산은 산의 가운데에 있는 중대(中臺)를 비롯하여 북대·남대·동대·서대가 오목하게 원을 그리고 있고,

산세가 다섯 개의 연꽃잎에 싸인 연심(蓮心)과 같다 하여 오대산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산행코스:상원사 ㅡ중대암 ㅡ적멸보궁 ㅡ비로봉 정상ㅡ상왕봉 ㅡ두로령 ㅡ상원사 주차장(12.8km,사진촬영 포함 보통걸음 7시간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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