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리고 Oct 16. 2021

방태산의 가을 色과 가을 香氣

산림청선정 100대명산 산행기 제68화 방태산

"삼둔 사가리"

조선시대 예언서인 정감록에 전하는 말이라고 한다.

난을 피하고 물, 불,바람의 3재를 피할 수 있는 '둔'자 들어간 3곳과 '가리'가 들어간 지명 4곳을 말한다.

피난굴이 있어서 잠시 난을 피했다가 정착했다고해서 부르게 된 곳들이란다.

여기에서 '둔'은 산기슭의 평평한 땅으로 사람이 살만한 곳을 말한다.

그리고 '가리'는 계곡 안에  자리잡은 땅을 말하며 일설에는 소 한 마리가 하루에 갈 수 있는 단위인 '갈이'에서 온 말이라고 한다.  



방태산엔 '살둔, 월둔, 달둔'이라는 삼둔과 '아침가리, 연가리, 명지가리, 적기가리'라는 사가리가 있다.

그만큼 산이 깊다는 뜻이리라.



단풍 최적기에 맞춰서 그 방태산으로 간다.

교통편이 많이 좋아졌다지만 그래도 강원도는 강원도다.

단풍철이 되면서 차량정체 염려때문에 새벽 일찍 집을 나섰다.

덕분에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방태산 휴양림에 도착했다.

아침7시30분이다.

주차공간도 여유있고 아직 산객도 거의 없다.

초입부터 오직 사방팔방 울긋불긋한  단풍만이 감탄사를 자아내게 했다.



방태산에는 휴양림과 오지를 체험 할 수 있는 명소들이 많다.

명소들 중에서 방태산 2단폭포는 사진 촬영 명소다.

그래서 제일 윗쪽 제2야영장 주차장에 주차를하고 2단폭포 촬영을 위해서 다시 300m를 내려간다.



사진촬영 명소 답게 부지런한 사진가들이 발디딜 틈없이 줄지어 서 있다.

그러나 주위의 단풍은 장관이었으나 정작 폭포주변의 단풍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시기가 약간 지난듯....

그래도 중급정도는 되는 풍경이다.


        

그 유명한 방태산 이단폭포다.

아침 햇살이 없어서 단풍색감이 선명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 사진이지만 보정을 하고보니 괜찮은것도 같다.



다음은 다양한 폭포의 모습이다.



 이단폭포 주변에도 주차공간이 의외로 많이 있었다.

그걸 몰라서 200여미터을 더 올라가서 주차를 하고 내려오는 수고를 했다.

하지만 시간적인 여유만 있다면 휴양림 입구에서부터 걸어들어오면서 단풍구경 하는 것도 괜찮을것 같다.

계곡을 따라 오르는 그 길이 방태산의 별미이기도 하기때문이다.



나는 산행이 주 목적이기때문에 서둘러서 폭포 촬영을 마치고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폭포주변과는 달리 산길은 아직 산객이 없다.



황홀경.

산길에 들어선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입이 쩍 벌어질만한 풍경이 펼쳐졌다.

말 그대로 황홀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풍경이다.



정말 다른 말이 필요없는 이런 풍광은 매봉령까지 이어졌다.

이게 가을이지...

단풍의 향기는 또 얼마나 좋은지...

아무리 단풍이 좋은 산이라도 적기에 가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것이 단풍산행이다.

오늘은 운이 좋은날이라고 밖에 달리 할 말이 없는 행운이다.

몇년만에 보는 만추의 아름다움인지 모르겠다.

4,5년 전쯤 참 단풍이 이쁜 해가 있었다.

그 후 처음인듯 하다.



色에 취하고 특유의 단풍香에 취해 인적없는 호젓한 가을길을 사부작사부작 걷는다.

방태산은 걷기에 좋은 육산이다.



기암괴석은 없지만 숲과 계곡이 아름다운 산이다.

부드러운 산세이지만 깊이가 깊은 산이다.

하지만 정상까지의 산행 거리가 만만치 않은 산이기도 하다.



오늘 내가 선택한 코스가 비교적 짧은 코스이지만 무려 왕복 11km에 달한다.



그렇다고하더라도 이런 풍경 속이라면 무엇이 문제일까?

아직 산객이 없어 온 산이 내것이라도 된 듯 여유를 부리며 걷는다.



그렇지만 아무리 온화한 산세라고 하더라도 높이가 해발 1,400여미터의 산인데 만만하기만 할까?

갑자기 경사가 급해지지 시작했다.



경사가 급해지면서 이제 산은 늦가을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그렇게 경사도를 높이던 등산로가 어느 순간 늦가을 모드로 접어들면서 산길도 능선길로 이어졌다.

그 능선길은 운무까지 몰려와서 전형적인 늦가을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걸어도 걸어도 지치지 않을것 같은 아름다운 단풍길이 끝나는 곳인 매봉령에 올라서면서 뜻하지 않게 보너스 같은 길을 만난다.

평평하다시피한 임도길이다.

산 정상부근에 왠 임도일까?

아무튼 여기서부터는 운무에 휩싸인 길이 또다른 운치를 선사했다.



거센 바람때문인지 매봉령에서 구룡덕봉까지는 큰 나무가 없다.

그 황량한 중간중간에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이라는 주목이 버티고 서있을 뿐이었다.




이제 정상이 가까워지고 있다.

정상이 가까워지면서 대부분의 나무들이 잎을 떨군 초겨울 풍경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곧이어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 도착했을 때에는 거짓말처럼 운무가 걷혀 확트인 조망을 볼 수 있었다.

계곡과 단풍과 숲이 어우러진 절경에 취해서 걷다보니 매봉령이었고 매봉령에서 삼거리까지는 운무에 휩싸인 능선길이라서 쉬엄쉬엄 걸으면 되었다.

삼거리에서 정상까지 400여미터가 약간 가파른 길이라서 허벅지 격련이 있었지만 다행히 심하지 않아서 오르는데 별 지장은 없었다.

방태산에서 전망이 최고 좋다는 구룡덕봉에서의 전망을 운무때문에 보지못했던것 말고는 정말 완벽한 가을 산행이었다.



정상석이 있는곳에서   약간 윗쪽으로 돌아가면 볼수있는 풍경이다.

약간의 연무현상이 있어서 아주 선명하지는 않았지만 정말 가슴 뭉클할 정도의 전망을 조망할 수 있다.

대부분의 많은 산객들이 정상석에서 인증샷을 하고 바로 내려가기 때문에 보지 못하는 비경이다.



역시 이른 시간이라서 정상에는 아직 산객이 없다.

방태산의 정상은 주억봉이다.

높이가 1,444m로 높은 봉우리다.

그러나 육산이라서 밋밋한 정상이지만 큰 나무가 없어서 조망 만큼은좋았다.



방태산은 어떠한 연유로 芳(꽃다울 방)台(별 태)라는 한자어를 쓰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꽃다운 별'이란 뜻은 아무튼 참 예쁜 산이란 뜻이 아닐까?

원래는 주걱을 닮았다고 해서 부르게 된 정상 이름인 주억봉을 따라서 주억산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러다가 언젠가부터 부르게 된 이름이 방태산이다.



쌀쌀한 날씨에다가 산객도 없어서 더욱 썰렁한 정상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바로 하산길에 든다.



하산을 하면 할수록 이제 다시 초겨울 풍경이 가을 풍경으로 바뀌어간다.

그리고 숲은 마치 마술이라도 하는것처럼 무채색에서 화려한 가을색으로 바뀌었다.



방태산은 우리나라 최대의 자연 원시 활엽수림이라고 한다.

온 산이 온통 그 명성에 걸맞는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숲으로 유명한 방태산은 참나무와 단풍나무등이 많았지만 자생하는 자작나무도 많았다.

멀리서 보는 자작나무의 귀공자풍 하얀 나무줄기도 인상적이었지만  가까이서  보는 매끈한  수피도 독특한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었다.



이걸 그림 같은 풍경이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신비한 풍경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아무튼 이쪽과 저쪽은 서로 다른 세상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세상의  모든 색을 모아 놓은듯 하다.



화려함의 극치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풍경이다.

그 화려한 풍경을 뒤로하고 다시 하산길에 든다.



7시간의 비교적 긴 산행이 끝났다.

방태산의 단풍은 하산이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주차장 주변까지도 화려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가을 소풍처럼 하루를 행복하게 했던 산행이었다.

그래서 많은 길을 걸었지만 피로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오직 가을 色과 가을香氣에 원없이 취했던 하루였다.



*산행코스,:방태산휴양림청소년광장 - 갈림길 - 매봉령방향 - 매봉령 - 임도 - 구룡덕봉 - 삼거리ㅡ 주억봉(1443m) - 삼거리 - 깔딱고개 - 갈림길 - 청소년광장(7시간)


작가의 이전글 숨겨진 비경, 대암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