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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고 Oct 14. 2021

숨겨진 비경, 대암산

산림청선정 100대명산 산행기 제67화 대암산

몇 년전 이맘때 올랐던 대암산은 오르기 보다 예약하기가 더 힘들었다.

대암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예약을 해야한다.

군사지역인 민간인통제선 안에 있기때문이다.

더군다나 요즘은 돼지열병때문에 그나마도 중단되었다고 한다.

하루 입산 허용인원은 보통 100여명이다.

대암산의 관활행정구역인 양구군과 인제군에서 각각 50명씩 허가를 해준다.

몇번씩 전화를 해봤지만 결국 개별예약을 하지 못했다.

대부분 산악회등에서 단체예약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영리 산악회를 따라가야 했다.

사당까지 전철을 이용하고 사당에서 산악회 버스를 타고가는 일정이다.



아침 6시50분에 출발한 버스는 이제 막 단풍이 들기 시작한 산과 황금들녁 풍경을 빠르게 뒤로 밀어내며 10시 10분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곧바로 입산 수속과 숲해설사의 간단한 주의사항을 듣고 10시 30분에 산행을 시작했다.




산행 초입부는 대암산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부드러운 오솔길 같은 숲길이다.

한가지 의아한 것은 통제되는 산인데도 의외로 큰 나무가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잡목이 우거진 숲은 이제 막 단풍이 들기 시작해서 은은한 파스텔톤의 화사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뿐만아니라 아직 아침 이슬이 채 마르지않은 오전 11시의 숲속은 촉촉한 파스텔톤 단풍잎에서 뿜어져 나오는 향긋한 가을향기로 가득했다.



산이 깊어질수록 숲은 더 울창해지고 있었다.

그 울창한 숲을 가로지르는 계곡이 원시계곡을 방불케하는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역시 사람들은 조금 지저분해도 원시적인 풍경을 좋아한다.



사실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풍경이다.

그 마음 편한 풍경이 어쩌면 원시적 풍경이 아닐까?

다르게 말하면 사람의 손이 타지 않은 자연이 가장 아름답다는 말 일 것이다.



잡목 숲이 가을에 아름다운 이유를 이 사진 한 장이 잘 대변해주고 있다.

인위적인 조림이 되지 않은 우리나라 본래의 숲이 아름다운 이유다.

그래서 울긋불긋이란 표현이 가능하기도 한 풍경이다.



고도를 더해갈수록 은은하고 차분했던 숲 색이 조금씩 짙어지고 있다.



그 현상은 우리나라의 봄, 가을 산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숲의 색 여행이기도 하다.

등고가 있는 산이 아니라면 그 어디에서 하루에 이렇게 다양한 색을 볼 수 있을까?



계곡을 지나서도 정상까지 거의 대부분의 등산로가 부드러운 흙길이어서 산행이라기 보다는 걷기 수준이다.

아쉬운건 통솔하는 숲 해설가가 너무 빨리 진행한다는 것이었다.

모처럼 가을 숲을 만끽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빼앗아 버린것이다.



이제 숲은 아랫쪽과 달리 화려한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대암산은 소나무가 거의 없다.

대부분의 나무가 잎이 작은 갈색 계통의 활엽수로 이루어져 있어서 단풍든 산 전체가 화려함 보다는 평온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그렇게 화려한 단풍숲이 끝나갈 무렵 생뚱맞게 넓은 도로가 나왔다.

인제에서 양구로 넘어가는 군사도로인듯 하다.



따가운 가을 햇살을 온몸으로 맞으며 이 큰 길을 따라 이제 용늪으로 오른다.



대암산은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정상부근의 용늪때문이다.

그 용늪은 큰 용늪과 작은 용늪으로 불리며 두 곳이 있었는데 작은 용늪은 이제 숲으로 변해버렸다고 한다.



멀리 큰 용늪이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고지습지인 큰용늪은 용이 승천하다 쉬었다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큰용늪

큰용늪은 우리나라 람사르습지 1호로 지정되었으며 1만여평이나 되는 고원습지다.

습지를 이루고 있는 이탄층은 마치 스펀지처럼 많은 물을 머금고 있으며 그 이탄층에 꽃가루나 동식물의 사체등이 썩지않고 남아있어서 수천년에 걸친 기후변화와 동식물의 변천과정등을 알아볼 수 있어서 자연의 고문서, 혹은 타임캡슐이라 부르기도 한단다.

그 이탄층을 분석한 결과 용늪은 무려 4200여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아쉬운건 멀리서 설명만 듣고 가까이 가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용늪을 나와 다시 정상을 향해서 오르다가 산악회에서 준비한 점심을 먹는다.

미확인 지뢰매설 지역이라서 그늘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여기 큰돌들이 깔린 길에서 뙈약볕을 고스란히 쬐이면서 점심을 먹어야 했다.



양구쪽에서 올라오는 출입문과 대암산 정상으로 가는 출입문이다.

이제 다시 산길로 들어선다.



드디어 정상이 조망되기 시작했다.

산행출발 후 3시간만이다.

사실 용늪에 오르기까지는 거의 볼거리도 조망도 없는 숲길이다.

다행이 오솔길같은 숲길은 걷기에 딱 좋았지만 무리한 산행 일정때문에 그마저도 즐길 수 없는 산행이었다.

그냥 부지런히 정상에 오르기 위한 산행일 뿐인 셈이다.



그렇지만 정상이 다다를무렵부터는 달랐다.

마침 절정인 단풍과 다양한 조망이 수고한 보람을 한꺼번에 느끼도록 해주고 있었다.



그중에 압권인 조망은 일명 펀치볼이다.

펀치볼은 해발 4~500m에 위치한 분지로 남북의 길이가 약 7km, 동서의 길이가 약 3.5km로 여의도 면적의 6배에 달한다고 한다.



이곳은 한국전쟁 당시 치열한 격전지였다.

그때 외국의 종군기자가 가칠봉에서 내려다 본 모습이 마치 화채그릇 처럼 생겼다하여 펀치볼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 격전지가 지금은 평화로운 분지마을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산들로 격리된 그 모습이 몇 년전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오지마을을 주제로 한 영화 "동막골"을 연상케 했다.




펀치볼(해안분지)

펀치볼의 정식 이름은 해안분지이다.

뿐만아니라 동네 이름도 양구군 해안면이다.

그래서 바닷가도 아닌데 왠 해안일까? 

의아해서 검색을 해보니 한자 표기로는 亥安이었다.

바다海가 아니라 돼지亥인 것이다.

전해져오는 이야기로는 옛날에 이곳에 뱀이 많았다.

그래서 뒷산에 돼지를 풀어서 키웠더니 뱀이 없어졌다고 한다.

이후 바다海를 쓰던 해안면을 돼지 亥로 바꾸어 쓰게 되었다고한다.

민통선 안에 있는 해안분지에는 양구군 해안면의 만대리등 여섯개의 마을이 있다고 한다.



이제 정상 암봉을 오른다.

대암산은 보편적으로 육산이지만 정상부는 여러개의 바위가 블럭을 쌓아놓은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오르는 길에 뒤돌아 본 풍경이다.

정상부는 벌써 가을의 정점을 지나고 있었다.



바로 아래에서 본 정상 모습이다.



드디어 정상에 올라섰다.

대암산 정상은 거대한 바위조각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져있다.

바위 조각품 같기도 하고 탑 같기도 한 정상은 한 두사람 정도 밖에 설 수 없는 공간이다.

그 정상에 서면 펀치볼과 대암산의 자태는 물론 향로봉을 비롯한 북한지역까지 사방을 두루 조망할 수 있는

천혜의 자연 전망대다.



큰 바위산이라는 뜻의 대암산(大岩山)이라는 이름도 정상의 이 바위에서 연유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절묘한 정상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는 대암산은 높이가 1,304m로 군사지역 내에 있어서 오랫동안 입산이 통제 되다가 2,012년에서야 예약제로 개방되었다.



예약과 거리등으로 다시 볼 기약 없는 멋진 풍경을 두루두루 카메라에 담아 본다.



저 산그리메 어디쯤이 북한일 터이다.

다시 오기 쉽지 않다는 생각과 북한지역까지 내려다 보인다는 최전방에 선 기분 때문인지는 몰라도 다른 산에서 느낄 수 없는 특별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그런 특별한 감정이야 아랑곳하지 않고 인솔자는 빠른 하산을 독려한다.



저 산과 산 사이에 늘어선 동네가 인제라고 한다.



그 인제 부근이 유일한 평지이고 나머지 사방이 모두 산 뿐이다.



아무튼 멋지고 가슴 벅찬 풍경을 뒤로하고 하산길에 든다.

대암산은 엄격한 군사 통제구역이기때문에 개인적인 시간을 금지하고 있어서 동시에 내려 올 수 밖에 없다.



내려오는 길.

화려한 단풍을 통과한 가을날 오후의 단풍색 햇살이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고 있었다.



원시의 모습.

얼마나 아름다운가?

역시 자연은 자연일때 가장 아름답다.



하산길에 다시 만난 계곡이다.

여기에서 마지막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대암산은 습지가 있어서인지 숲이 좋아서인지 물이 많은 산이었다.

정상부근 말고는 대부분의 등산로에서 물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대부분의 등산로는 이렇게 딱 혼자 걸을 수 있는 오솔길이다.

아마도 개방한지가 얼마 되지않은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예약제로 탐방 인원을 제한한 덕분인것 같다.



오후 4시 20분 산행이 마무리 되었다.

개인 행동이 자유롭지 못해서 마음놓고 사진찍을 여유도 없는 산행이었지만 아무나 갈 수 없는 산을 오른다는 자부심으로 기분좋게 마무리를 했다.




*산행코스:인제 용늪 탐방로 입구 ㅡ삼거리 ㅡ임도 ㅡ용늪전망대 ㅡ대암산 정상 ㅡ삼거리 ㅡ탐방로입구(천천히 사진쵤영 점심식사 포함 5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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