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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고 Oct 21. 2021

가을엔 오대산.2 -노인봉과 소금강

산림청선정 100대명산 산행기 제69화 오대산 2

진고개를 사이에 두고 서쪽 방향으로 오르면 오대산 주봉인 비로봉과 상왕봉, 동쪽 방향으로 오르면 노인봉과 오대산 소금강이다.

노인봉만 오른다면 진고개 정상에서 산행을 시작하기때문에 쉽게 오를수 있다.

그러나 노인봉만 오르기는 너무 밋밋하다.

노인봉코스의 별미는 소금강과 연계산행에 있다.

그런데 또 그렇게 연계하면 난이도가 장난이 아니다.

거기에다 들머리와 날머리가 정반대이기때문에 자가운전으로는 다시 다른 교통으로 되돌아와야하는 애로사항이 있다.

그래서 주로 개별산행을 하는 내가 쉽게 도전하지 못했던 코스인데 오늘은 큰 맘 먹고 실행에 옮긴다.



"진고개'는 옛날 흙길이었던때 양쪽 산에서 흘러내린 물때문에 길이 질었다고 해서 부르게 되었다는  이름이다.

그 진고개 휴게소에 주차를 하고 산길에 들어서자 늦가을 풍경이 나를 반갑게 맞아준다.

고도가 높기 때문에 벌써 가을이 지나고 있는 것이다.



가을비가 내린 다음날 아침의 가을산은 촉촉했다.

그 촉촉함이 운무가 춤을 추는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진고개에서 산길에 들어선지 불과 5분만에 다시 너른 평지를 만난다.

일명 '진고개 고위 평탄면'이다.



겨울사진
겨울사진

고지대에 형성된 평평한 너른 땅을 일컫는 진고개 고위 평탄면은 고도가 960여m다.

그래서 한때 화전민들이 살기도 했던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농사도 짓지 않아서 야생화가 만발한 초원화가 되었다.



낭만적이기까지 한 고위 평탄면의 걷기 좋은 길이 끝나자마자 이번에는 급격한 오르막이 나왔다.

진고개에서 오르는 노인봉 코스의 가장 난코스 구간이다.



진고개에서 노인봉 가는 거리는 4.1km다.

그중에 유일한 가파른 오르막길인 초입부의 계단은 내가 산행 중에 본 곳 중에서 가장 긴 데크계단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러나 이 계단만 오르면 나머지 구간은 완만하고 부드러운 흙길로 이루어진 오솔길 같은 낭만길이다.



끝날것 같지 않던 계단이 끝나고 30여분만에 능선길에 올라섰다.

여기서부터 노인봉까지는 약간의 오르내림은 있지만 살방살방 걷기 좋은 길이다.


 

진고개는 고도가 900m를 넘는다.

그래서 가파른 오르막길 30분쯤만 오르면 능선길이다.

능선은 벌써 늦가을 풍경에 접어들어 있었다.



완만한 능선길은 자작나무 계열과 참나무 계열의 활엽수림의 운치있는 숲길이다.

그런데 늦가을 풍경에 접어든 온통 부라운계열의 나무들에게서 단풍 잎은 벌써 대부분 지고 없다.

그대신 갈색 낙엽이 내뿜는 향긋한 가을 향기가 그윽했다. 



노인봉만 오를 사람들은 초가을쯤 오르면 만추의 환상적인 이 능선길을 걸을 수 있다.

나는 소금강으로 내려갈 계획이기때문에 일부러 조금 늦게 오른 것이다.

산에서의 단풍은 고도마다 그 절정 시기가 다르기때문에 취향에 맞춰서 오르면 된다.



1시간 40여분만에 노인봉 3거리에 도착했다.

소금강과 황병산 방향으로 가는 길에서 갈라진 노인봉 오르는 삼거리다.

이제 여기서 20여분만 오르면 노인봉 정상이다.



2시간 10분만에 정상에 섰다.

생각보다 완만하고 흙길로 이루어진 4.1km.

거리상으로는 제법 긴 거리이지만 유유자적 걷다보니 어느새 정상이다.



겨울사진

정상옆 자작나무 숲.

노인봉 정상 옆에는 일부러 조성했는지 아니면 자연적으로 군락을 이루었는지 알 수없는 자작나무 숲이 마치 한 폭의 그럼같은 풍경을 선사하고 있었다.



유유자적 쉽게 올랐지만 노인봉의 조망은 생각보다 빼어났다.

이국적인 자작나무 숲 옆에 우뚝 솟은 암봉으로 이루어진 정상에서는 사방의 조망이 거침 없다.




산 꼭대기에서 부터 물들기 시작한 단풍이 고도를 낮추며 아래로 아래로 물감이 번지듯 내려가고 있는 모습이 신비하다.

이 풍경은 연두빛이 아래에서부터 올라오는 봄 풍경과는 정 반대의 풍경이다.



정상에서 파노라마로 본 풍경이다.

흐릿한 날씨때문에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오른쪽 끝부분에 동해바다가 있으리라.



산에서 흔히 보는 사람풍경이다.

사랑은 마주 보는 것일까?

같은 방향을  보는 것일까?

혹자는 이리저리 말하지만 사랑에 어찌 정답이 있을까?

마주 보아도 좋고, 같은 곳을 바라봐도 좋은게 사랑이 아닐까?

어찌되었든 풍경 속의 사람은 언제나 멋이 있다.



겨울사진

멀리 부드러운 능선 중간에 황병산이 보인다.

저기에도 길이 있을까?

길이 있다면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부드러운 능선이다.



노인봉(1,338m)

멀리서 보면 머리가 흰노인이 구부리고 있는 모습 같다고 해서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고도 하고 머리가 흰 노인이 나타나서 산삼이 있는 곳을 알려 주었다는 전설이 있어서 노인봉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도 한단다. 



겨울사진

노인봉에서 하산은 계획대로 소금강으로 한다.

소금강으로 하산하는 길은 무려 10km에 이르는 긴 하산길이다.

완만했던 진고개에서 오르는 길과 달리 멀고 험하다고 정평이 나있는 하산길이다.



그래도 겨울모드에 들어선 윗쪽과는 달리 단풍이 싱그러워지는 아랫쪽으로 내려가는 재미가 솔솔 했다.

그것도 금강산을 닮았다고 해서 소금강이라는 명칭이 생길 정도로 아름다운 소금강으로 내려서는 것이다.



마치 사람의 혀를 닮은 해학적인 고목나무.



이제 본격적인 가을 속을 걷는다.

그것도 절정의 가을 풍경이다.



마치 가을 속으로 들어가는 계단 같다.

신선이라도 되는듯 그 계단을 밟고 가을 속으로 들어간다.

올라갈수록 단풍이 짙어지는게 상식인데 오늘 산행은 내려갈수록 단풍이 싱그러워지고 짙어지고 있다.



그리고 단풍의 색깔도 바뀌고 있었다.

브라운계열의 단풍색이 붉은 색이 혼합된 화려한 단풍색으로 바뀌고 있었다.



뒤돌아 본 방금 내려온 계단이다.



마치 세상의 색이란 색은 다 모인것 같은 가을색들 사이를 유유자적 걷는다. 

힘든 코스라서 오고가는 산객도 거의 없다.



같은 나무의 잎도 색의 범위는 제 각각이다.

수 만가지의 노란색과 수 만가지의 빨간색, 그리고 수 만가지의 푸른색이 어우러진 색의 향연, 가을색은 그래서 더 화려하고 더 아름답고 더 고운 것이다.



화려한 단풍 숲 속에서는 하잘것 없는 고목도 아름답다.



그 화려한 단풍 숲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다시 가을 속을 걷는다.

그러나 아무리 아름다운 단풍도 10km의 긴 하산길의 지루함을 완벽하게 커버 해주지는 못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길이 생각보다 험하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비록 가파른 경사면이지만 대부분 데크 계단을 설치해서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었다.



낙영폭포

그렇게 지루함이 극에 달 할 무렵.

금강산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소금강이 시작되었다.



그것도 단풍이 최 절정기를 맞고 있는 소금강.

폭포와 계곡의 기암괴석, 그리고 단풍이 잘 어우러진 소금강은 그 이름 값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오대산 국립공원 노인봉 동쪽 기슭을 말하는 오대산 소금강은 1970년 11월18일 대한민국 명승 제1호로 지정될 정도로 빼어난 풍경을 자랑한다.



여기서부터가 단풍이 최고 절정을 맞고 있는 그 소금강 계곡의 시작이다.

색의 향연이 한창인 소금강을 아래서 부터가 아니라 위에서 부터 감상하게 된 셈이다.



맑은 계곡과 폭포, 그리고 수려한 기암괴석과 빼어난 풍경이 마치 작은 금강산 같다고 해서 '소금강'이란 이름이 붙여졌지만 옛날에는 학이 날개를 편 듯한 형상이라 하여 청학산이라고도 불렸던 곳이다.



사실 노인봉과 소금강은 오대산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다.

산의 분포도 전혀 다른 지역에 있지만 산의 분위기와 산세도 전혀 다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별도의 산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아무튼 이제 가파른 산등성이 산길이 끝나고 계곡길로 접어든다.



역시 계곡을 끼고 있는 나무들의 단풍색이 아름답다.



울긋불긋 단풍으로 치장된 소금강의 가을 계곡은 가을 풍경이 아름답다는 소금강의 핵심 풍경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장면이 가장 맘에 든 장면이다.



하늘엔 꽃 구름.

그 어디에 눈을 맞춰도 오색이 아닌곳이 없다.

왜 소금강이라 했는지 스스로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했다.



정말 이름값 하는 풍경들이 이어졌다.

아무리 아름다운 조건을 갖추었다고 해도 단풍의 적기를 맞추지 못하면 그 아름다움이 반감 되기 마련이다.

오늘은 그 적기도 맞추고 더불어서 날씨까지 좋아 최고의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더도 덜도 아닌 최적기의 아름다움을 맘껏 뽐내고 있는 계곡의 물빛마저도 영롱하다.



그림 같은 계곡 풍경.

단풍은 뭐니뭐니 해도 계곡 단풍이 단연 최고다.

소금강 단풍은 그 계곡 단풍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었다.

맑은 계곡물과 큼직한 바위들이 어우러지고 절벽의 입체감이 형형색색의 단풍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렇게 색감과 구도가 완벽한 하나의 그림이 된 풍경들이 끝없이 펼쳐졌다.



이제 소금강의 핵심으로 들어간다.

절경 중에서도 절경인 구간이다.

하지만 다른 곳도 워낙 빼어난  곳이 많아서 감동이 덜하긴 했다.



만물상.

만물상은 삼라만상의 온갖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아직 오후 4시인데 해가 산꼭대기에 걸쳐있다.

산꼭대기에서 사선으로 길게 드리워진 햇살이 단풍 감상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역시 가을 풍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설악산 천불동계곡에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 풍경이다.



사람 얼굴을 닮은 귀면암.

귀면암은 만물상의 대표 기암이다.

이 기암도 역시 설악산의 귀면암과 닮았다.



원래 청학산이라 부르던 오대산 소금강이 본격적으로 소금강으로 불리게 된 연유는 율곡 이이 선생(1536∼1584)의 ‘유청학산기(遊靑鶴山記)’때문이다.

기록에서 빼어난 산세가 마치 금강산을 축소해놓은 것 같다고 해서 한문 표기 '소금강(小金剛)’으로 부르게된 것으로 전해져 오고 있다.



그러고보면 명승지의 이름이란 누가 어떻게 붙였느냐는 스토리에따라 느낌도 따라가는것 같다.

이곳도 무릉계곡으로 불리게 되었다면 '무릉계곡'으로도 손색이 없을 풍경이다.



무릉도원 같은 눈을 뗄 수 없는 아름다운 계곡이 끝날줄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워낙 긴 거리를 걷다보니 피로가 한계점에 다다랐다.




그래서 사실 이제 몸이 지쳐서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도 그리 감흥이 없다.

오직 기계적으로 카메라 셔터만 눌러댄다.



청학동 소금강의 초입부에 들어섰다.

소금강의 초입은 금강송 숲길이다.

오색 단풍과 어우러진 붉은색 금강송이 있는 풍경이 지금까지와는 또다른 분위기를 선사하고 있다. 



청학동 소금강을 온전히 즐기려면 산행 말고 여행을 할 일이다.

그리고 노인봉에서 내려오는 여정 말고 입구에서 올라가는 여정으로 말이다.



아무튼 청학동 소금강은 금강산은 가보지 못해서 모르겠고 설악산의 천불동계곡을 방불케하는 아름다운 풍경인것만은 사실인것 같다.



그렇게 지루한 산행이 끝나갈 무렵 오늘 피로를 풀어줄 마지막 피날래가 시작되었다.



구룡폭포다.

아홉마리의 용이 승천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상.하 두개의 폭포로 이루어져 있으며 소금강의 초입에 자리잡고 있어서 관광명소로 손색이 없다.



연화담.

물웅덩이가 마치 연꽃을 닮았다고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식당암.

신라의 마지막 왕자인 마의태자가 군사들을 훈련시키고 밥을 먹었다고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 크기가 실로 어마어마 했다.



이렇게 돌에 새겨진 글자를 볼때마다 드는 생각.

기계도 없던 그 옛날에 어떻게 이렇게 정교하게 글자를 새겼을까?



금강사

청학동 소금강.

그 유명세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곳이었지만 25년전쯤 아이들 어렸을때 입구쯤에서 물놀이 잠깐 했던것이 전부였다.

산행 후 주차장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도 쉽지 않은 곳이라서 망설이기만 했던 곳이다.

더군다나 나를 더 망설이게 하는 것은 엄청 힘이 들었다는 다른 사람들의 산행기였다.


가을 비가 내린 다음 날은 하늘이 쾌청하더라...

경험으로 축적된 통계에 의한 나의 일기예보에 맞춰서 비온 다음 날 평일을 골라서 느긋하게 가을 단풍 구경을 해봐야겠다는 결심이 서고 설악산을 갈까? 오대산을 갈까? 저울질 하다가 큰맘 먹고 도전한 진고개~소금강 코스 산행이다.

총 14.1km .

진고개에서 정상까지는 너무 쉬웠다.

아니 너무 좋았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리막 소금강까지의 10km는 정말 지루하기도 하고 힘들었다.

다행인 것은 워낙 빼어난 경치 덕분에 지루함도 힘듬도 모두 상쇄되었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폭포와 소.

경쾌하게 소리내며 흐르는 맑은 계류와 기암절벽.

그 사이사이를 때로는 붉게,또 때로는 노랗게, 수만가지 색의 단풍으로 메운  가을 소금강이 나를 완연한 가을 속으로 데려다 주었던 하루였다.




*산행코스:진고개 탐방지원센터 ㅡ노인봉 정상 ㅡ소금강분소(14.1km,사진촬영 점심 포함 천천히7시간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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