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통해 보게 되는 우리 인생
벤쿠버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겨울숲 이었다. 겨울에도 평균온도가 영상 3도 인데다가 자주 비가 오기 때문에 나무들의 성장속도가 남다르다. 벤쿠버를 방문한 것은 1월이었는데 나무들은 모두 푸르렀다. 나무를 좋아하는 나는 그 나무들을 얼마나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봤는지 모른다. 나무가 흔하다 보니 죽죽 뻗은 나무로 전신주를 만들어 길가의 전신주는 모두 나무였다.
숲으로 들어가면 고개가 절로 하늘로 올라간다. 끝이 아득하다. 얇은 나무부터 세 사람이 맞잡고 붙어도 두르기 힘들만큼의 두께를 가진 나무들까지 다양한 나무들이 무성하다. 군데 군데 나이가 든 나무가 쓰러져 있다. 그리고 그 옆으로는 새로운 나무가 자라고 있다. 우리의 가이드셨던 작은아버님은 "나무가 자손 본거라"고 말씀하신다. 새로운 나무를 키워내고 자신은 그 옆에 묵묵히 쓰러져 있다. 일일히 치울 수 없어서 나무들은 그자리에 쓰러진 채로 있다. 때로는 그런 나무들을 활용해 숲 중간 중간 의자를 만들어 놓았다. 반듯하고 이쁘지는 않아도 투박한 아름다움이 숲과는 너무나 잘 어우러진다.
나무처럼 사람도 스러져 가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누구나 인생의 황금기인 리즈시절이 있다. 젊고 활기차고 그래서 사랑도 하고 결혼도 하고 가정도 갖는다. 아이가 태어나고 아이가 자라가면서 부모들은 자연스레 원숙해져 간다. 그리고 부모들의 자녀들은 다시 부모들처럼 전성기를 맞는다. 아이의 전성기에는 부모들은 중년기가 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노년기로 접어든다. 나무처럼 스러져가는 것이다. 부모들은 자녀들이 자라가는 것을 보며 행복해 한다. 내가 늙어가는 것은 아쉬움이지만 아이들이 빛나는 시절로 가는 모습을 보는 행복은 그 아쉬움보다 더 크다. 물론 나이듦에 대해 서운해 하며 치열하게 젊음으로 돌아가기 원하는 사람들은 주사도 맞고 각종 보양식도 찾아다니면서 드시기도 한다. 그러나 자연의 섭리를 거스리기는 누구나 어렵다.
여름내내 푸르고 찬란하던 나무의 초록잎은 가을이면 절정을 이룬다. 낙엽이 되기전에 이파리는 가장 빛나고 아름답다. 낙엽을 떨구는 것은 겨울을 나기 위한 나무의 지혜이다. 봄이면 새순이 자라고 여름에 초록으로 생명력을 발하다가 가을에 물들고 겨울이면 낙엽이 된다. 낙엽은 나무 밑에서 다시 봄을 준비하기 위한 거름이 된다. 나무는 이렇게 자연스럽게 우리의 인생을 매년 눈으로 보여준다.
낙엽을 보며, 고목을 보며 '스러져가는 것'에 대한 아름다움을 느낀다.
사람 또한 새순일 때가 있고 물들때가 있고 낙엽이 될 때가 있다. 그 때를 받아 들이는 것. 그리고 그때를 즐길 줄 아는 것. 때가 되면 새 생명을 위해 자리를 내어 줄 수 있는 것 그것이 스러져가는 아름다움이 아닐까.
사진. 201501 벤쿠버 LIGHTHOUSE PARK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