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바름 Nov 10. 2023

40대 후반 직장인 브런치 합격하다

40대 후반 직장인이 만들어가는 미래와 꿈


오후 5시. 직장에서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휴대전화 진동을 확인하니 브런치에서 메일이 왔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뛸 듯이 기뻤지만 티를 낼 수 없었다. 회사에서 가장 높은 분이 참석하는 무게 있는 회의였다.

포커페이스를 해야 했다.


나는 같이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말하고 싶지 않다. 

괜한 관심과 참견이 싫고 직장 내에서 남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 입방아에 내 이야기가 오르내리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기쁜 마음을 최대한 티 내지 않으려고 애쓰며 업무를 마쳤다. 그날따라 부서 회식이 있어 밤 9시까지 직원들과 밥을 먹고 대화를 했다. 나는 그다지 관심 없는 남의 이야기와 소문에 호응을 하며. 

회식을 마치고 빨리 남편에게 이 기쁜 소식을 알려주고 싶었다. 

회식 후 남편과 같이 퇴근을 했다.

숨을 고르고 기쁜 마음을 가다듬어 남편에게 큰소리로 외쳤다.


- 나 브런치에 응모했는데 합격했어!

- 그게 뭐 하는 건데?

- 응? 브런치 몰라?

- 알지~ 아침과 점심 사이에 먹는 간단한 식사를 말하는 거잖아.

-...........................


남편은 브런치를 몰랐다.

그렇다. 남편은 책에 관심이 없다. 

그런데 왜 나는 남편이 브런치를 알 거라고 생각했을까. 업무 지침서 말고는 책이라는 걸 읽지 않는 사람에게 브런치를 언급한 내 입이 민망하다.


나는 천천히 그리고 자세하게 설명했다. 브런치라고 하는 글 쓰는 사람들의 플랫폼이 있는데 엄청 유명하다. 일반인들도 브런치를 통해 출판을 하고 작가가 되기도 한다. 명성만큼 브런치 작가에 합격하는 것도 어렵다. 그런 곳에 내가 합격을 했으니 이건 엄청 대단한 일이다. 등등

남편은 그럼 이제 자기는 작가가 된 거냐고 물어본다. 브런치 작가로 글을 쓰면 돈을 받는 거냐고도 물어본다. 하하하...


동상이몽이다.

그래도 나는 이 기회를 빌어 그동안 한 번도 말하지 않은 내 꿈을 남편에게 말했다.

지금 속해있는 조직이 답답해서 사실 직장을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많다. 요즘 직장생활 말고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누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일이 아닌, 내가 신나서 일해보고 싶다.


나는 현재 직장에 18년 차 근무 중이며, 현재 중간관리자인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안정된 직장이지만 경직된 분위기와 수직적인 보고체계, 자유롭지 못한 환경에 숨이 막힌다.

가장 슬픈 건 내 일에 선택권이 없다는 사실이다. 

일이 주어지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해야 한다. 전문성도 없다. 실적을 내도 보람이 없다. 

남 눈치를 보고 남을 위해 일한다. 이제는 내 일을 한번 해보고 싶다. 


40대 후반의 나이. 늦지 않았을까 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도 더 늦기 전에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지난달부터 나는 도서관에서 에세이 쓰기 수업을 배우며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쓰고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는 일이 즐거웠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반응해 주는 것이 그렇게 행복한 경험인지 미처 몰랐다. 


앞으로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전하는 글을 쓰며 관심과 공감을 받고 싶다. 

글쓰기를 본격적으로 배우고 도전하는 삶으로 내 일의 선택권을 가지고 싶다. 


내 이야기를 들은 남편이 나를 응원한다고 말했다. 고마웠다.

언제든 원하면 직장을 그만두라고도 했다. 본인 월급만으로도 먹고살 수는 있지 않겠냐면서.

나는 웃었다. 그렇다고 바로 회사를 그만두지는 않을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공부하고 준비해서 자립할 수 있는 수준이 되면 그만두겠다고 했다. 

그리고, 글 쓰는 것으로 돈을 벌기란 아주 힘든 일이라고도 했다.

그래도 남편에게 내가 준비하는 인생 후반의 삶을 이야기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오랜만에 푹 잤다. 아침이 개운했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고 오늘 바로 내 인생이 크게 바뀔 일은 없다. 

그저 글을 쓰며 내가 꿈꾸는 미래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는 것이 변화이고 의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