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가 지나가고
코가 빨개지기 시작한 날 정오에
오랜만에 당신에게
편지를 써 붙입니다
열아홉 살 시골에서 만난 괴테
당신은 내 눈에 신과 같이 비쳤지요
신이면서도 외로운 내게는 다정한 친구
재능 없는 내게 지침을 알려주는 명석한 선생
그때는 날마다 올 열정 다해
당신을 따라 하는데 힘썼지요
그리스도가 오기 전까지
내 안에 계시던 그리스도를
마침내 만났을 때
저는 펑펑 울었습니다
나를 진실되게 사랑하는 존재가
실제로 있다는 사실에
당신은 내 마음의 왕좌에서
내려와야 했지요
그리스도는 살아계셔서
내 모든 어려움들을 해결해 주셨으니까요
세월이 꽤나 흘렀고
나는 당신을 잊었지만
마음속 한편에서는
여전히 당신이 살고 있었지요
비록 공간은 협소했지만
따뜻한 모닥불 있는 방이었죠
시는 잠시 잊었고요
그 방은 제가 그린 그림으로
가득 차게 되었죠
시에서는 몰라도
그림에서는 당신의 지도가
내게는 필요가 없었죠
하지만 내게 진실은 시
그림은 제게 불을 붙여주지 못했어요
3년이 흐르고 저는 당신이 거절했던
하이네란 친구를 만났지요
그 친구 내게 노래하는 법을 알려주고
함께 창조의 숲 속을 거닐었지요
그 후, 다시 당신을 만나게 되었고
젊은 날의 면면을 서서히 다시 읽어보았지요
잎들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이제 가지들이 외로워졌을 때
당신에 대한 향수가 피어올랐습니다
그 향수는 당신의 노래로 다시 나를 이끌었고
당신의 인생 전체를 엿보게 했습니다
노년의 당신은 참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깨달은 모습이었지요
그런 당신의 옆모습에서
시를 발견합니다 인생을 발견하고
세상을 발견합니다 인간이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좋을지
몸소 실천하신 분!
하지만 그리스도보다 의로울 수 없으니
의로우신 분은 오직 죄 사함의 능력 가지신
그리스도밖에 없는 까닭입니다
이제 당신은 내게 신도 스승도 아닙니다
오직 진실된 친구로서
가는 곳은 다르지만 이 땅에서
손을 잡고 동산을 거닐지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저는 아기 예수를 맞으러 가봐야겠어요
가끔 당신께 들르겠어요
그럼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