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주 동안 주제를 정해서 글을 썼다. 친구가 매일 주제를 던져주면 나는 글을 쓰는 식으로. 지난 2주간은 장마 기간이었다. 실내에 있는 날들이 많았고 덕분에 많은 글들이 태어났다. '태어났다'라는 표현보다 가벼운 표현이 없을까? 아무튼, 두서없이 글을 끄적이면서 첫 문단을 시작해 본다. 이 글의 끝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무르익은 여름이다. 산 위에 여름은 나그네처럼 털썩 주져 앉았다. 희뿌연 안개 망토를 펄럭이며. 쉬이 떠날 것 같지 않은 지친 표정으로. 여름의 강한 위세에 산 아랫마을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숙였다. 그들의 등에는 축축한 땀이 줄줄 흘렀고 그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굳어 있었다. 태양이 작렬하게 비추기도 숨기도 하는 하늘 아래서 사람들의 생각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얼른 겨울이 왔으면 하는 생각과 에어컨 아래로 피신할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하며 과열된 아스팔트 위를 지나갔다.
기다림이 이어지면서 수많은 날들이 가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생뚱맞지만, 난 여름 내내 사랑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었다. 해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서늘한 밤이 영원히 찾아오지 않아 나의 긴긴 고통도 오래 지속될 것처럼 보였다. 나는 고민 속에 살았다. 불안과 두려움 속에. 한 치 앞을 보지 못하는 여름 안갯속에서, 그 사람의 마음이 어디로 튈지 몰라 늘 불안해했다. 가을이 오면 안정이 찾아오려나, 여름 날 수를 헤아렸다. 그동안 비는 내리고 내리고 내리다가 그치고 그치다가 내리길 반복했다. 얼마나 많은 빗물이 내 어깨 위로 떨어졌든지. 얼마나 많은 눈물이 기다림의 긴 유리관 속을 통과했든지.
내가 서두에 글 주제를 던져주는 친구가 있다고 언급하지 않았던가. 그 사람이 바로 내 사랑의 대상이다. 나는 글 주제를 던져달라는 핑계로 그녀에게 다가갔고, 먼저 다가오지 않는 그녀는 내 걸음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안갯속에 갇혀, 뒤로 움직였는지, 앞으로 다가왔는지 모른다. 내 시야도, 내 마음도 온통 안갯속에 갇혀있었기에.
난 계속해서 다가갔다. 안갯속으로, 안갯속으로, 안갯속으로. 덕분에 지금은 안개의 품에 안겨있어 내가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녀는 내게 다가오지 않았지만 날 밀어내지도 않았다. 그 점이 나를 힘들게 했다. 산자락에 맺힌 습한 안개와 구름을 다 걷어낼 수 있다면, 봄날 푸른 산봉우리의 자태를 보듯이 그녀의 진심을 볼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 속에서 내 마음은 점점 가난해져 가고 가난해져 가고, 강퍅해져 가고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여름이 유독 길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6월이 가고 어느새 7월이 찾아왔다. 아침마다 나뭇잎에는 빗물이 맺혀있고 새소리는 날로 갈수록 짙어진다. 내 걸음은 밀림을 걷는 것처럼 긴장되어 있다. 사방은 점점 컴컴해진다. 7월을 잘 통과할 수 있으려나. 7월의 끝에서 나는 함박웃음을 지을 수 있으려나.